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축전을 교환하고 북·러 친선을 강조했다. 중국과 러시아 주재 북한대사들은 잇달아 한미연합군사훈련을 비난하며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했다. 북한이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출범 이후 중국과 러시아와 급속도로 밀착하며 동북아 정세가 ‘한·미·일 대 북·중·러’의 신(新)냉전 구도로 되돌아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정은은 15일 광복절을 맞아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축전을 보내 “피로써 맺어진 북·러 친선은 역사의 온갖 도전을 물리치고 연대와 세기를 이어 변함없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인민은 조선 해방을 위한 성스러운 위업에 고귀한 생명을 바친 붉은군대 장병들을 경건히 추억하고 있다”며 광복 직후 북한에 진주한 소련군에 대해 사의를 표했다. 소련군을 ‘해방군’이라 부르는 북한은 지난 14일에도 외무성 홈페이지에 글을 싣고 “공동의 원수를 반대하는 투쟁 속에서 피로써 맺어진 북·러 친선”이라 강조한 바 있다.

북·러 정상은 김정은 집권 이후 처음 열린 2019년 북·러 정상회담을 거론하며 친선관계를 강조했다. 김정은은 “두 나라 사이의 친선협조 관계가 2019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있었던 우리의 상봉에서 이룩된 합의에 따라 새로운 전략적 높이로 더욱 강화 발전되리라는 확신을 표명한다”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은 “2019년 블라디보스토크 상봉에서 이룩한 합의들을 이행함으로써 호혜적인 쌍무협조를 더욱 추동해나가리라고 확신한다”며 “조선반도와 동북아시아 지역 전반의 안전을 강화하는 데 이바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러·주중 북한대사는 잇달아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하고 나섰다. 신홍철 주러 북한대사는 지난 11일 러시아 관영매체 타스통신에 “남조선에 미군이 주둔하는 한 한반도 정세 주기적 악화의 주요 원인은 절대 제거되지 않을 것”이라 했고, 이용남 주중 북한대사도 14일 중국 환구시보에 “조선반도 평화를 이루려면 미국은 남한에 배치된 침략 병력과 전쟁 장비부터 철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지난 10일 담화에서 3년만에 다시 꺼내든 주한미군 철수 주장을 북한의 전통적 우방국들이 관영매체를 통해 힘을 실어준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의 주요 인권 타깃이 된 북·중·러 3국이 한·미·일 삼각공조에 맞서 관계를 강화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과 러시아는 지난 9~13일 중국 닝샤회족자치구에서 1만여명의 병력이 참여한 가운데 합동군사훈련을 실시했다.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장관은 지난 6일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매우 이례적으로 한미연합훈련을 공개 비판하며 북한에 힘을 실었고, 북한은 지난 11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지역의 안전과 안정을 공동으로 수호하는 목적”이라며 중·러 연합훈련을 두둔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