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을 넘기지 못하는 중국 산촌의 '삶과 죽음'
유력한 노벨문학상 수상 후보로 꼽히는 중국 반체제 작가 옌롄커(閻連科·63)의 장편소설 《일광유년》(자음과모음 펴냄·사진)이 국내에 출간됐다. 1998년 발표된 작가의 초기작이다. 특유의 ‘고난 서사’를 갖췄으며, 작가 스스로 “평생에 걸친 글쓰기에서 가장 큰 전환점이 됐다”고 평가하는 작품이다.

소설의 배경은 중국 허난성 서쪽 바러우산맥 깊은 골짜기에 있는 산싱촌(三姓村). 한 마을의 3대에 걸친 참혹한 세월을 그린다. 산싱촌에는 란, 두, 쓰마 등 세 성을 가진 사람들만 산다. 대대로 목구멍이 막히는 병에 걸려 대부분 마흔을 넘기지 못한다. 살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 벌어지고 권력과 성애, 생육에 대한 인간의 욕망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소설은 끊임없이 죽어 나가는 사람들을 그리며 삶과 죽음을 고찰한다. “어느 날인지 모르지만 죽는다는 말 한마디와 함께 이 세상에서 사라지는 것이다. 해도 보지 못하고 달도 보지 못하고 바람 부는 것과 비 오는 것도 볼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소설 속 인물들은 마흔을 넘기지 못하고 죽지만, 언젠가 죽는다는 건 소설 밖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이를 통해 작가는 죽음이 있기에 삶과 생명이 있고, 삶과 죽음이 다르지 않음을 시사한다.

작가가 이 소설을 쓰는 데는 4년이 걸렸다. 심각한 요추 부상 때문이었다. 소설의 전반부는 침대에 엎드려, 후반부는 특별히 제작한 선반 위에서 썼다. 작가가 “다시는 기억하고 싶지 않다”고 할 만큼 고통의 시간이었다. 하지만 그 고통은 강렬한 서사로 문장 속에 녹아들었고, 소설 속 인물이 처한 극한 상황을 생생하게 그려내는 데 기여했다.

1958년 허난성의 가난한 농가에서 태어난 옌롄커는 중국 사회에 비판적인 작품을 많이 써 8권의 책이 중국에서 판매금지 처분을 받았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