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 엔비디아 CEO/ 사진=로이터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사진=로이터
영국 정부가 자국의 반도체 설계회사 ARM을 미국 반도체 회사 엔비디아에서 인수하려는 데 제동을 건 상황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1억6000만달러(약 1870억원) 상당의 엔비디아 주식을 팔아 현금화했다.

15일(현지시간) 더타임스에 따르면 황 CEO는 최근 두 달 동안 보유하고 있던 엔비디아 주식을 두 차례에 걸쳐 매각했다. 이번달 그가 매각한 주식은 8000만달러어치로 알려졌다. 주식 매각은 영국이 엔비디아의 ARM 인수를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소식이 나오기 이뤄졌다. 더타임스는 황 CEO의 주식 매각은 종종 있어 왔지만 이 정도 대규모는 처음이라고 전했다.

엔비디아는 GPU(그래픽처리장치)를 생산하는 미국의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 기업이다. 지난해 9월 엔비디아는 일본 소프트뱅크로부터 ARM을 400억달러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ARM은 손꼽히는 반도체 설계 기술을 가진 회사다. 스마트폰에 탑재돼 두뇌 역할을 하는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의 95%가량이 ARM의 설계도를 이용해 만들어졌다. 2016년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ARM을 320억달러에 인수했다.

하지만 최근 영국 경쟁시장청(CMA)이 자국의 국가안보를 위협할 소지가 있다는 취지의 보고서를 정부에 전달하면서 인수합병(M&A) 성사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지난 3일 블룸버그통신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영국 정부가 엔비디아의 ARM 인수를 막으려고 한다고 보도했다.

영국의 반대를 제외하더라도 엔비디아가 풀어야 할 숙제는 많다. 영국을 포함한 미국, 중국, 유럽연합(EU)의 규제당국 승인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삼성, 퀄컴 등 ARM의 주요 고객도 엔비디아의 ARM 인수에 부정적이다. 합병 후 우월한 시장 지위를 활용해 고객사들과의 협상에서 엔비디아가 우위를 점하려고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 때문이다.

박주연 기자 grumpy_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