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추석 ‘민간인판 김영란법’ 도입 계획이 사실상 철회됐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이른바 김영란법 규정을 민간 이해관계자에게 적용하도록 하는 청렴선물 권고안 관련 논의가 중단됐기 때문이다. 직접적 이해당사자인 농업계뿐 아니라 사회 각 영역에서 ‘자유를 과도하게 규제하는 것’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내자 국민권익위원회가 도입을 보류한 것으로 풀이된다.

▶본지 8월 6일자 A1, 2면 참조

15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권익위 주도로 지난 13일 진행할 예정이었던 ‘청렴사회민관협의회’는 열리지 않았다. 당초 권익위는 시민사회와 경제계 대표 등이 함께 참여하는 이날 회의에서 청렴선물 권고안을 상정하고 논의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었다. 회의에서 정해진 권고안은 국무회의 보고를 통해 다음달 추석 때 적용될 것으로 예상됐다.

권익위가 제시한 권고안 초안에 따르면 김영란법의 음식물 3만원, 경조사비 5만원, 선물 5만원 등 관련 규정을 민간의 이해관계자에게 적용하는 방안이 담겨 있다. 선물 및 식사 등과 관련해 원·하청 관계 기업 등에서 벌어지는 부조리한 관행 등을 토로하는 사람이 많다는 이유로 도입을 추진했다.

하지만 이 같은 권익위 방침이 알려지자 민간 영역에 김영란법을 적용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지적이 잇달아 나왔다. 권익위가 권고안은 법이 아니라 윤리 강령 형태이며 처벌 조항도 없다고 설명했으나 사실상의 가이드라인으로 여겨질 것이란 비판은 피해가지 못했다. 여기에 농업계에서는 농·축·수산물 선물이 크게 위축될 수 있다며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권익위는 이 같은 반대 의견을 감안해 의견 수렴 절차를 연장한다는 계획이다. 청렴사회민관협의회를 언제 다시 개최할지는 아직 정해진 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농업계 관계자는 “권익위가 이번 추석엔 김영란법 민간 적용을 추진하지 않겠지만 향후 언제든 추진할 수 있다고 보고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