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이 올 들어 전기료를 인하·동결하는 사이 석탄, 액화천연가스(LNG) 등 발전연료 가격이 30% 이상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백신 접종 확대에 따라 세계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글로벌 원자재 수요가 늘어난 영향이다. 연료비 부담 증가로 인해 한전은 지난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에도 대규모 영업손실을 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급격한 연료비 상승 및 한전의 실적 악화에 따라 국내 전기료 인상 압력은 그 어느 때보다 커진 상태다.

줄줄이 오르는 연료비

석탄·LNG값 30%대 급등…한전, 이대로면 하반기도 대규모 적자
15일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석탄발전에 주로 쓰이는 유연탄의 연료비 단가는 지난달 ㎾h당 57.83원으로, 지난해 12월(44.47원)에 비해 30%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유연탄 연료비 단가는 올 들어 지속적으로 상승했다.

같은 기간 LNG 연료비 단가 역시 ㎾h당 70.46원에서 96.67원으로 37.2% 올랐다. LNG 단가가 가장 낮았던 지난해 9월(50.22원)과 비교하면 지난달까지 상승률이 92.5%에 달한다. 석유의 연료비 단가는 올 들어 지난달까지 32.4% 올랐다.

국내 전체 발전량 가운데 석탄(35.6%)과 LNG(26.4%), 석유(0.4%)를 통한 발전 비중은 60% 이상을 차지한다. 이들 연료 가격이 오르면 한전의 연료비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고, 전기료 인상 압력도 커지는 구조다. 실제로 연료비 부담 증가에 따라 한전은 지난 2분기 7648억원의 영업손실을 내 작년 1분기부터 이어온 흑자 행진을 마무리했다. 상반기 전체로는 1932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문제는 연료비 상승 추세가 이어지면서 한전이 올 하반기에도 대규모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이다. 하나금융투자는 올 하반기 한전이 3조294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유재선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유연탄 가격이 2018년 기록한 고점을 웃돌고 있어 전반적으로 (한전에) 불리한 영업환경이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4분기엔 전기료 오를까

한전의 적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근본적인 방법은 전기료 인상이다. 정부는 연료비를 3개월마다 전기료에 반영하는 방식의 ‘연료비 연동제’를 올해부터 도입했다. 연료비가 뛰면 전기료를 올리고, 연료비가 하락하면 전기료를 인하한다는 얘기다. 한전은 지난해 4분기 상황을 반영해 전기료를 올 1분기 소폭 인하했지만 2분기와 3분기엔 연속 동결했다. 연료비는 올랐지만 서민 물가에 부담을 준다는 이유로 정부가 인상을 막았기 때문이다.

4분기 전기료 인상을 두고선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연료비 연동제 실시를 공언한 정부가 이미 2·3분기 전기료를 동결한 상황에서 4분기까지 동결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6월 3분기 전기료를 동결하면서 “연료비 상승 추세가 지속될 경우 4분기에는 연료비 변동분을 (전기료에) 반영하도록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반면 물가 상승 압력이 해소되지 않았는데 정부가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전기료를 인상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전기료가 오르면 서민층의 부담이 늘어나고, 코로나19로 여전히 어려움을 겪는 중소 제조업체의 경쟁력도 약해질 수밖에 없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2.6% 상승하며 지난 4월 이후 4개월 연속 정부의 연간 물가안정 목표치(2%)를 웃돌았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