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양고추·양파, 외국에 로열티 냈다고?…씨 마를 뻔한 K종자, 25년 만에 부활
양파 양배추 등 씨앗을 주로 수입해 온 농작물의 ‘종자 독립’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소유권이 대거 해외로 넘어간 종자의 독자 개발을 위한 민·관 협력이 결실을 보면서 국산 품종 판매가 빠르게 늘고 있다.

15일 이마트에 따르면 국내 종자회사인 농우바이오가 개발한 K-스타 양파 품종은 판매량이 2018년 100t에서 지난해 500t으로 뛰었다. 이마트는 올해 K-스타 양파 물량을 700t으로 늘렸다. 조은종묘가 개발한 ‘홈런’ 양배추 품종도 2017년 10만 통 수준이던 판매량이 지난해 40만 통으로 늘었다. 올 1~7월에도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19.4% 증가했다. 2016년 3억원이던 국산 라온 파프리카 매출은 올해 30억원을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 품목은 소비자가 많이 찾는 작물이지만 그동안 종자 대부분을 수입해왔다. 양파는 가타마루 등 일본 종자 비중이 아직도 80%에 이른다. 양배추도 일본 종자 점유율이 85%에 달한다. 외국 품종은 소유권을 가진 외국 종자회사에서 씨앗을 수입해온다. 외환위기 때 청양고추 등 그나마 있던 국산 종자 소유권까지 대거 외국계로 넘어가면서 종속화는 한층 심화됐다. 종자업계 관계자는 “국내에 경쟁 종자가 없다고 판단해 외국 회사들이 종자 가격을 올리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말했다.

‘종자주권’을 되찾기 위해 2013년 농업진흥청, 종자업체, 유통업계가 참여한 가운데 시작한 종자개발지원사업 ‘GSP(Golden Seed Project)’가 성과를 내면서 최근 국산 품종이 늘고 있는 추세다. 농우바이오 등 국내 기업이 자금을 지원받아 종자를 개발하면 대형마트가 상품을 매입해 적극 판매하고 있다.

박한신 기자 p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