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고스트 스토리 - 김현(1980~)
삼촌, 내가 꿈나라 얘기해줄게
얘는 유주야
유주는 작년에 꿈나라로 갔어
내가 유주한테 울지 말라고 했는데
유주가 울었어 유주가 울어서
수아도 슬펐어


수아야, 삼촌이 꿈나라 얘기해줄게
삼촌이 아가이고 수아도 아가일 때
삼촌이 눈 코 입이 없어서 수아는
슬펐어 울었어 삼촌도 슬펐어 울었어
그랬더니 눈 코 입이 생겼어


시집 《낮의 해변에서 혼자》(현대문학) 中

감정은 다양할 수 있어서 참 좋겠다, 가끔 이런 생각을 해요. 최근에 바스 얀 아더르의 ‘너무 슬퍼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음’이라는 사진을 봤어요. 아더르는 자신이 우는 사진을 엽서로 만들어 주변 사람에게 부쳤다고 해요. 감정은 어쩌면 공포물일지도 모르겠어요. 감정이 서로에게 전이된다는 것은 무서울 정도로 아름다운 이야기일 테니까요. 오늘 나의 감정은 어떤 형태인지 진단해보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해보면 어떨까요?

이서하 시인(2016 한경신춘문예 당선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