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기업인 캘러웨이는 지난해까지 8년 동안 국내 어패럴(의류) 판권을 한성FI에 맡겨왔다. 미국과 일본에서 클럽하우스의 기념품 정도로 간간이 팔리던 캘러웨이 골프의류를 한성FI는 국내 시장에서 연 매출 1400억원 규모로 키웠다. 시장이 급팽창하자 캘러웨이 본사는 어패럴 한국 판권을 거둬들였다. 올해부터 직진출로 선회한 것이다.

골프 및 패션업계에선 앞으로 캘러웨이처럼 국내 골프의류 시장에 직접 뛰어드는 사례가 잇따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미국 골프장비업체 PXG는 한국 기업인 로저나인(회장 신재호)이 한국을 포함한 23개국의 어패럴 판권을 2018년 사들여 대대적인 마케팅을 펼친 덕에 프리미엄 골프 브랜드로 도약했다. 백화점 중심의 판매로만 지난해 매출 1000억원을 넘어섰다. 골프업계 관계자는 “PXG 본사 회장 부인이 어패럴 성장세에 관심이 무척 많은 것으로 유명하다”며 “통상 라이선스 계약이 5년 단위라는 점을 감안하면 내년에 PXG와 로저나인 간 계약이 연장될지 지켜볼 일”이라고 말했다.

최근 패션업체 F&F와 사모펀드 센트로이드PE에 경영권을 매각한 테일러메이드도 한국 내 어패럴 판권과 관련된 논란으로 관심을 받고 있다. 캘러웨이와 결별한 한성FI가 테일러메이드 어패럴 10년 판권을 계약한 것으로 확인되면서다. F&F 측이 “국내 의류 판매보다는 글로벌 경영권 확보를 위해 4000억원을 투자한 것”이라고 밝히긴 했지만, F&F와 한성FI가 공생을 택할지 아니면 법정 다툼으로 갈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골프의류가 골프산업 성장세의 대표 수혜 업종으로 부상하면서 글로벌 골프업체가 국내 골프 시장을 바라보는 시선이 확연히 달라졌다. 위탁 판매에서 직접 진출로 속속 방향을 틀고 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디자이너 브랜드인 구호가 이달 여성 골프의류(사진)를 선보인 것도 골프의류 시장 성장세에 올라타기 위해서다. 여성 컨템퍼러리 브랜드 중 골프의류를 출시한 것은 구호가 처음이다. 한섬 창업자로 남해 사우스케이프CC를 운영하고 있는 정재봉 회장도 골프장 이름을 그대로 가져온 골프의류로 초고가 시장에 빠르게 진입하고 있다.

박동휘/배정철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