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주목하는 스티븐 김, 한국서 첫 독주회
바이올리니스트 스티븐 김(26·사진)은 한국계 미국인이다. 서울에서 태어나 5개월 만에 부모와 함께 미국 캘리포니아로 이주했다. 소수 정예를 선발해 가르치기로 유명한 커티스음악원을 거쳐 줄리아드음대에 진학해 강효 교수에게서 배웠다. 2016년 센다이 국제콩쿠르 2위, 2018년 프레미오 파가니니 국제콩쿠르 3위에 잇달아 입상했다. 2019년에는 세계적 권위의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3위에 올라 실력을 인정받았다.

세계에서 주목받는 그가 오는 22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독주회를 연다. 고국에서 여는 첫 리사이틀이다. 세종솔로이스츠가 주최하는 음악축제 ‘힉엣눙크’의 메인 프로그램 중 하나다. 힉엣눙크는 라틴어 여기(hic)와 지금(nunc)을 합친 단어다.

이번 공연에서 그는 이신우 서울대 교수가 작곡한 바이올린 소나타 ‘새벽까지(till dawn)’를 세계 초연한다. 이 교수와 2019년부터 함께 완성한 곡으로, 동이 트기 전까지의 외로움을 담았다고 한다. 그는 “처음 악보를 받아봤을 땐 미완성인 상태였고, 한 페이지씩 연주해 녹음본을 주고받으며 협업했다”며 “교수님의 이전 레퍼토리와 전혀 다른 곡”이라고 설명했다.

전체 공연 프로그램도 그가 구성했다. 하인리히 비버의 ‘파사칼리아’와 외젠 이자이의 ‘바이올린 소나타 5번’, 슈베르트의 ‘바이올린 환상곡’ ‘아베마리아’ 등을 들려준다. 이 교수의 곡과 어울리는 작품들을 고른 것. 그는 “‘새벽까지’의 멜로디가 자연의 소리를 본뜬 것이라 공연 흐름이 유려하게 이어지는 레퍼토리를 앞뒤로 배치했다”고 말했다.

1725년산 바이올린 과르네리 델 제수로 연주하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과르네리는 전 세계에 120여 대만 남아 있는 명기다. 스티븐 김은 삼성문화재단 후원으로 2015년부터 과르네리를 사용하고 있다. 클라라 주미 강이 쓰던 것을 물려받았다.

스티븐 김은 “한국인에게는 예술성이 없다”는 핀커스 주커만 줄리아드음대 교수의 말에 분개했다. 그는 “음악은 인종도, 국적도 초월한 보편적 언어”라며 “경계가 없는 분야에서 갈라치기를 하는 건 이해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국에서 자랐지만 완전히 동화되진 못했던 그의 정체성 혼란을 해결해준 것도 음악이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