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성·비명 뒤엉켜 아비규환…아프간 카불 공항 '사이공 대탈출' 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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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 타자" 활주로에 시민 몰려
미군 발포 등 혼란 속 여러명 사망
아프간 대통령궁 장악한 탈레반
"전쟁 끝났다, 새 정부 구성 논의"
55만명 피난…美 대사관도 탈출
바이든 행정부 책임론 거세져
동맹국들 "협의 없었다" 비판
미군 발포 등 혼란 속 여러명 사망
아프간 대통령궁 장악한 탈레반
"전쟁 끝났다, 새 정부 구성 논의"
55만명 피난…美 대사관도 탈출
바이든 행정부 책임론 거세져
동맹국들 "협의 없었다" 비판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15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정부를 상대로 한 내전의 승리를 선언했다. 탈레반이 아프간 주요 지역을 장악한 지 열흘 만이다. 미국은 20년간 2조달러(약 2338조원)를 투입한 아프간 전쟁에서 탈레반의 ‘속도전’에 농락당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4개월 전 미군 철수를 결정한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에 대한 비판 여론도 커지고 있다.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은 알자지라방송에 나와 “아프간에서 전쟁은 끝났다”며 “통치 방식과 정권 형태가 곧 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주민과 외교 사절의 안전을 보장하고 모든 아프간 인사와 대화할 준비가 됐다”고 강조했다. 과거와 달리 여성의 사회 활동을 허용하겠다고 했지만 아프간 여성들은 과거 탈레반 집권기(1996~2001년)처럼 인권 침해가 잦을 것으로 두려워하고 있다.
알자지라에 따르면 탈레반이 카불을 점령하자 아슈라프 가니 대통령은 접경국인 우즈베키스탄의 수도 타슈켄트로 도피했다. 가니 대통령이 탈출하면서 차량 네 대가 가득 찰 정도로 많은 현금을 싣고 떠났다고 스푸트니크통신은 전했다. 카불 주재 미국대사관 직원 4200여 명 중 일부는 6000명의 미군 보호 아래 아프간을 떠났다.
공항에선 큰 소동이 벌어졌다. 외국인 수송기에 탑승하기 위해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에 몰린 시민들이 활주로를 가득 메웠다. 미군은 해산을 위해 총을 발사했다. 이 과정에서 최소 5명이 숨졌다.
1975년 남베트남 패망 당시 ‘사이공 탈출’이 재연됐다고 외신들은 보도했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은 아프간 피란민이 55만 명 이상이라고 발표했다.
혼란이 계속되자 탈레반은 민간 근로자와 공무원들에게 “두려워하지 말고 직장으로 복귀하라”고 촉구했다. 탈레반이 카불에 사는 민간인의 호신용 무기를 수거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이에 대해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아프간전 종료 결정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탈레반 측과 벌인 철군 협정에 얽매여 있었다”며 “철군 결정을 취소했다면 탈레반과 다시 전쟁을 했을 것이고 수만 명의 미군을 급파해야 했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국제사회의 여론도 우호적이지 않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날 “동맹국들이 자신의 국가 안보 이익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중대한 정책 결정을 놓고 충분한 협의가 이뤄지지 않은 것에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며 “미국의 외교 정책 신뢰성에 의문을 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프간에 대한 미국의 관심이 줄어들면 러시아 및 중국의 입김이 강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주요 국가 중 러시아만 아프간 주재 대사관 직원들을 철수시킬 계획이 없다고 했다.
중국 관영 매체 환구시보는 16일 사설에서 “중국은 아프간의 평화 정착과 재건을 위해 건설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
미군 철수 후 ‘무혈입성’한 탈레반
CNN방송은 이날 탈레반이 별다른 저항을 받지 않고 카불 시내로 진입했다고 보도했다. 아프간 정부군이 백기 투항한 탓에 탈레반이 아프간 대통령궁도 손쉽게 점령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은 알자지라방송에 나와 “아프간에서 전쟁은 끝났다”며 “통치 방식과 정권 형태가 곧 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주민과 외교 사절의 안전을 보장하고 모든 아프간 인사와 대화할 준비가 됐다”고 강조했다. 과거와 달리 여성의 사회 활동을 허용하겠다고 했지만 아프간 여성들은 과거 탈레반 집권기(1996~2001년)처럼 인권 침해가 잦을 것으로 두려워하고 있다.
알자지라에 따르면 탈레반이 카불을 점령하자 아슈라프 가니 대통령은 접경국인 우즈베키스탄의 수도 타슈켄트로 도피했다. 가니 대통령이 탈출하면서 차량 네 대가 가득 찰 정도로 많은 현금을 싣고 떠났다고 스푸트니크통신은 전했다. 카불 주재 미국대사관 직원 4200여 명 중 일부는 6000명의 미군 보호 아래 아프간을 떠났다.
공항에선 큰 소동이 벌어졌다. 외국인 수송기에 탑승하기 위해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에 몰린 시민들이 활주로를 가득 메웠다. 미군은 해산을 위해 총을 발사했다. 이 과정에서 최소 5명이 숨졌다.
1975년 남베트남 패망 당시 ‘사이공 탈출’이 재연됐다고 외신들은 보도했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은 아프간 피란민이 55만 명 이상이라고 발표했다.
혼란이 계속되자 탈레반은 민간 근로자와 공무원들에게 “두려워하지 말고 직장으로 복귀하라”고 촉구했다. 탈레반이 카불에 사는 민간인의 호신용 무기를 수거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국제사회에서 미국 비판 목소리 커져
아프간이 탈레반에 조기 함락되자 바이든 행정부의 책임을 두고 공방이 벌어졌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성명에서 “바이든은 그가 아프간에서 일어나도록 허용한 것과 관련해 불명예 퇴진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이에 대해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아프간전 종료 결정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탈레반 측과 벌인 철군 협정에 얽매여 있었다”며 “철군 결정을 취소했다면 탈레반과 다시 전쟁을 했을 것이고 수만 명의 미군을 급파해야 했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국제사회의 여론도 우호적이지 않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날 “동맹국들이 자신의 국가 안보 이익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중대한 정책 결정을 놓고 충분한 협의가 이뤄지지 않은 것에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며 “미국의 외교 정책 신뢰성에 의문을 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프간에 대한 미국의 관심이 줄어들면 러시아 및 중국의 입김이 강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주요 국가 중 러시아만 아프간 주재 대사관 직원들을 철수시킬 계획이 없다고 했다.
중국 관영 매체 환구시보는 16일 사설에서 “중국은 아프간의 평화 정착과 재건을 위해 건설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