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헤지펀드들이 부흥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수년간 정체됐던 수익률이 작년부터 크게 높아진 덕분이다.

15일(현지시간) 금융정보회사인 HFR에 따르면 글로벌 헤지펀드 수익률은 작년에만 평균 11.8%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2009년 이후 최고 수익률이란 게 파이낸셜타임스의 보도다. 올 들어서도 평균 10% 가까이 추가 수익을 거두고 있다. 20여 년 만에 가장 빠른 속도로 수익률이 오르고 있다. 올해 글로벌 증시가 평균 13% 뛰었지만 헤지펀드는 주식뿐만 아니라 채권 부동산 등 다양한 자산에 투자한다는 점에서 인상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는 평가다. 일반적으로 헤지펀드의 목표 수익률은 연간 7~8% 선이다.

헤지펀드마다 유동자금도 쏠리고 있다. 올 상반기에만 184억달러(약 21조5000억원)가 순유입됐다. 글로벌 헤지펀드의 운용 자산은 역대 최대인 4조달러 규모로 불어났다.

헤지펀드업계의 부침은 자산이 한때 400억달러에 달했던 영국계 펀드 브레번하워드가 잘 대변해준다. 이 회사 자산은 2018년 60억달러로 쪼그라들었다가 채권 수익률 등의 호조에 힘입어 현재 160억달러까지 증가했다. 마크 앤슨 커먼펀드 펀드매니저는 “1990년대 전성기까지는 아니더라도 상당한 정도의 르네상스를 구가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헤지펀드업계의 자구 노력도 일조했다는 분석이다. 약 10년 전만 해도 헤지펀드의 운용 수수료는 연 2% 정도였으나 지금은 평균 연 1.38%로 낮아졌다.

최근의 수익률 호조가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직후 각국 정부가 쏟아낸 대규모 통화량에 기인한 것이어서 오래 지속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