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월드 미니홈피 노하우, 투자한 스타트업에 전수"
“실리콘밸리에 세쿼이아캐피털이 있다면, 한국에는 TBT가 있다는 말을 듣고 싶습니다.”

이람 TBT파트너스 공동대표(사진)는 16일 기자와 만나 “실리콘밸리 ‘빅4’ 벤처캐피털(VC)인 세쿼이아캐피털처럼 정보기술(IT) 스타트업들의 든든한 동반자가 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세쿼이아캐피털은 설립 초창기 구글·애플·유튜브·쿠팡 등에 투자해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TBT는 설립 3년차의 신생 VC다. 주로 IT 플랫폼 스타트업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도티, 피식대학, 유병재 등 크리에이터들의 소속사 멀티채널네트워크(MCN) ‘샌드박스’, 라이브 커머스 플랫폼 ‘그립’, ‘반반택시’로 잘 알려진 택시 동승 플랫폼 ‘코나투스’, 서비스 매칭 플랫폼 ‘숨고(브레이브모바일)’ 등 30곳가량의 스타트업이 주요 투자 포트폴리오다.

이 대표는 1세대 SNS인 싸이월드의 ‘미니홈피’, 네이버의 블로그와 밴드 등을 기획해낸 ‘스타 기획자’ 출신이다. 싸이월드, 네이버를 거쳐 네이버 자회사 캠프모바일 대표를 지냈다. 꾸준히 새로운 아이템을 고민하고 기획하던 이 대표는 VC를 창업하기로 결심했다. 스타트업에서 겪은 경험을 초기 창업가들에게 전수해주고 싶었다. 이 대표는 “‘제로’에서 시작해 서비스를 키워낸 경험을 되돌아보면서 깨달은 점을 스타트업에 투자로 나눠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대기업과 스타트업을 잇는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스타트업이 약진을 거듭하면서 대기업의 태도도 달라졌다고 봤다. 대기업도 스타트업에서 배울 점을 찾고 있다는 말이다. TBT가 결성한 첫 펀드에는 네이버가 990억원, 아모레퍼시픽이 100억원을 출자했다. 두 번째 펀드에도 SK브로드밴드, 신한금융그룹 등 대기업이 자금을 지원했다. 이 대표는 “산업 생태계의 축이 대기업 위주에서 혁신적 스타트업 중심으로 이동하는 속도가 코로나19로 가속화됐다”며 “앞으로 대기업의 벤처펀드 출자와 스타트업 인수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대표의 투자 철학은 분명하다. 해외 시장을 겨냥할 수 있는 스타트업에 자금을 지원하는 것이다. 항상 무대를 세계로 넓힐 수 있는 스타트업에 투자를 단행한다고 했다. 사업 아이템을 여러 가지로 늘리는 것보다 타깃이 되는 시장을 확장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게 그의 말이다.

TBT는 앞으로 시리즈A 단계의 초기 기업 지원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시리즈 B, C 단계 기업에 비해 초기 스타트업은 자금 지원뿐만 아니라 경영의 ‘노하우’가 필요한 경우가 많다. 이들 스타트업에는 기획자 출신인 이 대표를 비롯해 IT업계 출신 심사역이 모인 TBT의 지원이 적격이라는 설명이다.

김종우 기자 jong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