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태 칼럼] 계란값 잡기와 부동산 대책
홍남기 부총리가 개인 페이스북에 “계란값이 6000원대로 안정됐다”며 성과를 자랑한 걸 보고 과연 정부가 거둔 성과일까, 의문이 들었다. 지난 7개월 넘도록 계란과의 ‘전쟁’을 벌인 정부로선 ‘결국 계란의 항복을 받아냈다’고 승전고를 울리고 싶겠지만, 사실은 수요 공급 논리에 따라 가격이 제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으로 보는 게 맞을 것 같다.

정부의 계란값 잡기를 되짚어보면 “어쩌면 저렇게 부동산 대책과 똑 닮았을까”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판박이다. ‘시장 가격은 찍어누르면 잡힌다’는 게 이 정부의 생각이니 그럴 만도 하긴 하다.

계란값 파동이 벌어진 이유부터 따져보자. 작년 말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생하자 정부는 대규모 살처분 조치부터 취했다. 산란계 전체의 20%를 없앴는데, 과도한 대응 탓에 계란값 파동을 우려하는 시각이 많았다. 시장에 공급 충격을 줬으면, 그걸 풀기 위한 대책을 내놓는 건 기본 상식. 하지만 정부는 산란계 병아리 사육 같은 근본적인 대책은 항상 과거에도 그랬듯 후순위로 미뤄뒀다.

공급 싹을 정부가 자른 건 부동산 대책에서도 마찬가지다.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공급 부족에 따른 집값 불안 우려가 컸음에도 재건축을 꽉 틀어막은 정부는 분양가상한제, 임대차 3법 등 잇단 규제책을 쏟아내며 부동산 시장 전반에 공급 쇼크를 불러왔다.

가격 급등에 대한 정부 대응 방식도 닮은꼴이다. 계란값이 고공행진하던 지난 7월 말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계란값 안정을 위해 전 부처가 나서라”고 다그치자 장관들은 너도나도 현장으로 달려가고, 부총리는 계란 한 판 값을 6000원 밑으로 떨어뜨리라며 ‘특단의 각오’를 외친 것도 부족해 계란값을 100원 단위로 체크해 관리하라고 지시했다. 급기야 계란값 급등 원인을 가격 담합으로 돌리고 이를 잡겠다며 농가와 유통단체에 협박 공문까지 돌렸다.

이런 방식은 부동산 쪽에서도 익숙한 장면들이다. 집값이 안 잡히자 부총리가 중개업소 현장으로 달려가고 국세청까지 동원해 부동산 투기자 색출에 나섰다. 이것도 부족해 부동산 거래를 감시하는 전담 조직까지 신설하기로 했다. 다주택자들에겐 취득세, 보유세, 양도세 등 주택 보유 전 과정에 걸쳐 세금 폭탄을 안기며 “이래도 안 팔래” 식의 협박도 서슴지 않았다.

둘 사이의 판박이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어설픈 공급 대책도 비슷하다. 계란값이 진정되지 않자 정부가 뒤늦게 대책 1순위로 내놓은 게 외국산 계란을 대량 수입해 시중에 푸는 것이었다. 하지만 수입계란은 2017년 계란 파동 때도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받아 별다른 효과가 없었다.

22차례의 부동산 대책이 안 먹히자 정부는 뒤늦게 공급을 풀겠다며 지난해 ‘8·4 대책’을 내놓았다. 서울·수도권에 공공 재건축, 재개발 등으로 13만2000가구를 공급하겠다는 것인데, 1년이 넘도록 사업 실적은 제로다. 지자체와 주민 반발도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수요자가 원하는 주택이 아니기 때문이다. 소비자로부터 외면받는 공급대책이 효과를 낼 리가 없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보자. 결국 계란값이 진정된 것은 시장을 통해 공급이 해소되고 있기 때문이다. 산란계 병아리는 보통 6개월 정도 자라야 알을 낳는데, 연초부터 시작된 입식(병아리 사육)이 이제서야 효과를 보고 있는 것이다. 부동산도 마찬가지다. 제대로 된 공급 말고는 해결책이 없다. 틀어막기식 규제로는 결코 잡히지 않는다.

공직생활 내내 물가와의 전쟁을 벌였던 강경식 전 경제부총리는 회고록 《국가가 해야 할 일, 하지 말아야 할 일》에서 “정부가 가격과의 싸움에서 이긴 적이 한 번도 없었다”며 이렇게 적었다. “정부가 가격을 통제한다는 건 허구다. 소비자를 위한답시고 가격 결정에 정부가 직접 개입하는 일은 백해무익한 결과만 낳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