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를 비롯한 반도체 기업의 주가가 최근 연일 하락하면서 원인을 둘러싼 공방이 치열해지고 있다. 일부 시장조사기관과 글로벌 투자은행(IB)의 전망에 시장이 휘둘리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반면 삼성전자의 미래 전략에 대한 의구심이 해소되지 않으면 불안한 주가 흐름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16일 업계에서는 모건스탠리의 반도체업계 전망 보고서와 관련해 투자자 간 격렬한 토론이 이어졌다. 모건스탠리는 지난 11일 낸 ‘반도체의 겨울이 온다’는 리포트에서 “D램 가격이 여전히 상승세지만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으면서 상승률은 정점에 도달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앞서 10일 대만의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PC 제조업체의 높은 재고 수준과 PC 수요 둔화 등을 이유로 올해 4분기 PC용 D램 가격이 최대 5%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반도체 경기가 고점을 지났다는 ‘피크 아웃’ 분석이 나오면서 삼성전자 주가는 13일 7만4400원으로 올해 최저치까지 곤두박질쳤다. 트렌드포스 전망이 나온 지 사흘 만에 삼성전자 시가총액은 34조원 증발했다.

반도체업계에선 이 같은 상황이 2017년 11월과 꼭 닮았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당시 모건스탠리는 ‘낸드플래시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하락할 것’이란 요지의 리포트를 내면서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낮췄고, 주가는 하루 만에 5% 하락했다. 사라진 시가총액만 18조원에 달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덕분에 2017년과 2018년 영업이익 50조원을 넘는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업계 관계자는 “올 들어 현재까지 D램 재고가 변함없이 타이트하게 유지되고 있다”며 “연말 쇼핑시즌과 맞물린 정보기술(IT) 기기 판매 증가에 대비해 IT 기기 생산량이 늘면서 메모리 반도체 수요 역시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삼성전자의 주가 흐름은 단순히 반도체 수급만으로 해석할 일이 아니라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삼성전자가 이재용 부회장의 ‘부재 기간’ 동안 이렇다 할 미래 전략을 내놓지 못하면서 투자자들로부터 향후 성장성에 대한 믿음을 잃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부회장이 가석방된 13일 외국인이 삼성전자 주식 2조3567억원어치를 팔아치운 점에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대만 TSMC와 미국 인텔 등이 연이어 대규모 투자 계획과 미래 비전을 내놓으면서 공세에 나서고 있다”며 “삼성전자도 투자자에게 자신을 선택해야 할 이유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