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란 칸 파키스탄 총리가 16일(현지시간) 탈레반의 정복에 대해 "아프간 국민들이 노예의 족쇄를 풀었다"며 추켜세웠다. 파키스탄 칸 총리의 특별보좌관인 라오프 하산도 자신의 SNS에 "부패한 아슈라프 가니 아프간 대통령의 정권에서 탈레반으로의 순조로운 정권 이양”이라며 환영 의사를 밝혔다.
탈레반의 아프간 수도 카불 점령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월 아프간에서 미군의 완전 철군을 발표한 지 4개월 만에 발생한 사태다. 아프간 정부는 "평화롭게 정권을 넘기겠다"며 탈레반에 항복을 선언했고, 아슈라프 가니 아프간 대통령은 서둘러 출국했다.
일련의 사태에 대해 유럽연합(EU) 등 국제사회는 아프간과 국경을 맞댄 파키스탄 등을 지원하겠다고 나섰다. 급격한 난민 유입에 따른 파키스탄 정국의 혼란을 우려해서다.
그러나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의 20년 아프간 통치가 불명예로 끝난 것에 대해 파키스탄 지도자들이 샤덴프로이데(남의 불행에 기쁨을 느끼는 것)를 감추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미군 철수와 그로 인한 아프간 정부의 패배에 대해 파키스탄이 승리주의에 도취돼있다는 진단이다.
파키스탄은 그동안 미국의 아프간 정책에 대해 모순적인 역할을 수행해왔다. 미국의 '테러와의 전쟁'에서 명목상 동맹국인 반면, 동시에 탈레반에 비밀리에 무기적 지원을 했다는 의혹과 비난을 받았다. 아프간의 가니 대통령이 파키스탄의 경쟁국인 인도와 동맹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이다. 파키스탄이 이번 탈레반 정복을 환영한 것도 인도의 영향력을 견제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파키스탄의 국무부 관리 출신으로 미 워싱턴의 싱크탱크 스팀슨센터 선임연구원인 엘리자베스 스렐켈드는 "현재 파키스탄에는 승리의식이 분명히 팽배해있다"고 설명했다.
파키스탄이 마냥 웃을 수 있는 건 아니다. 아프간을 탈출해 파키스탄에 유입된 난민이 벌써 300만명을 훌쩍 넘어선 데다, 탈레반과 연계된 파키스탄 내부 테러 세력이 부활할 조짐도 보이기 때문이다. 브루킹스연구소의 연구원인 마디하 아프잘은 "탈레반의 부흥은 파키스탄에 복잡미묘한 결과를 가져다줄 것"이라며 "파키스탄 안보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