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환자가 있는 곳으로 직접 찾아가 분산화 임상(DRO)을 진행하는 업체가 2500억원이 넘는 투자금을 유치했다. DRO는 코로나19로 임상시험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주목받고 있다.

미국 분산화 임상업체 레이파이 헬스(Reify Health)는 2억2000만달러(약 2572억원) 규모 시리즈C 투자를 받았다고 16일(현지시간) 밝혔다. 이번 투자유치로 이 기업의 가치는 22억달러(2조5828억원)로 평가됐다.

레이파이 헬스는 2012년 미국 보스톤에 설립된 임상업체다. 이전까지는 환자들이 정해진 임상 참여 기관(대형병원)에 방문해 환자 모집부터 환자 선별, 임상을 진행해야 했다. 레이파이 헬스는 환자가 접근하기 쉬운 여러 장소에서 임상을 진행할 수 있는 분산화 임상 플랫폼 ‘스터디팀’을 서비스 중이다. 스터디팀은 암젠과 아스트라제네카, 일라이 릴리 등 글로벌 제약사가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업계의 관심을 끌어모았다.

스터디팀은 현재 상위 20여 글로벌 바이오·제약사, 65개국 4000개 연구 사이트에서 사용되고 있다. 레이파이 헬스는 60곳 이상의 자체 연구소를 설립하고 이동식 차량을 활용해 분산화 임상을 지원하고 있다.

분산화 임상의 장점은 임상을 준비하고 진행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압축할 수 있다는 것이다. 레이파이 헬스에 따르면 환자 모집에 걸리는 기간을 평균 6주 단축할 수 있다. 회사 관계자는 “이전까지 제약사나 바이오텍은 적합한 환자가 찾아오길 ‘앉아서’ 기다려야 했다”며 “적합한 환자가 있는 곳으로 직접 찾아가기 때문에 임상 준비 및 진행에 필요한 기간을 압축할 수 있고 임상에 더 적합한 환자를 적극 모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회사는 투자금으로 분산화 플랫폼 스터디팀을 고도화하고 분산형 연구조직인 ‘케어엑세스’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분산형 임상 업계는 거액의 투자금을 꾸준히 흡수하고 있다. 2015년 미국 매사추세츠주에 설립된 분산형 임상 업체 '4G 클리니컬'은 지난 6월 골드만삭스로부터 2억3000만달러(2708억원)를 투자받았다. 분산화 임상 시스템을 개발하는 미국 임상소프트웨어업체 '사이언스37'은 지난 5월 스팩합병을 통해 나스닥 시장에 상장한다고 발표했다. 합병 후 예상 시가총액은 10억달러(1조1868억원)다.

이우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