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우주복 댄스…볼 수 없었던 몸짓 기대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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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내려온다'의 춤꾼 김보람
국립현대무용단 마련한 '힙합'서
신작 '춤이나 춤이나' 공개
20일부터 사흘간 공연
국립현대무용단 마련한 '힙합'서
신작 '춤이나 춤이나' 공개
20일부터 사흘간 공연
현대무용단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의 예술감독 겸 안무가 김보람(사진)은 친숙한 소재를 낯설게 보는 데 능하다. 지난해 이날치와 함께 내놓은 ‘범 내려온다’에선 판소리 ‘수궁가’ 등장인물들을 현대적인 춤사위로 해석해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었다. 지난 6월에는 평범한 서울 골목길을 배경으로 인류의 새 면모를 보여줬다. 세계적인 록밴드 콜드플레이의 신곡 ‘하이어파워’에 맞춰 “모든 사람은 외계인”이라는 메시지를 춤사위로 풀어냈다.
김 감독이 이번에는 우리네 정겨운 소리에서 우주를 끄집어낸다. 오는 20일부터 사흘 동안 국립현대무용단이 마련한 춤판 ‘힙합(HIP合)’에서다. 그는 이 자리에서 6년 만에 내놓는 신작 ‘춤이나 춤이나’를 선보인다.
신작의 소재는 MBC 라디오 프로그램 ‘우리의 소리를 찾아서’에 나오는 타령과 소리들이다. 그는 ‘나무꾼 신세타령’ ‘물푸는소리’ ‘베틀노래’ 등 12곡을 활용해 안무를 짰다. 2만여 개의 음원을 듣고 추려낸 소리들이다. 무대에 설 무용수 7명에겐 우주복을 입힌다. 가장 원시적인 소리를 통해 누구도 가보지 못한 우주를 그려내려는 의도다.
지난 13일 예술의전당 연습실에서 만난 그는 “전통 소리는 가장 원시적인 소통방식”이라며 “사라져가는 우리 소리를 현대 춤으로 되살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신작 제목은 스승인 고(故) 김기인 서울예술대 교수의 생전 일화에서 따왔다. 이름난 고승에게 김 교수가 자신을 춤꾼이라고 소개하자 고승은 “춤이나, 춤이나”라고 답했다. 무슨 뜻일까. 김 감독은 고승의 말을 “춤의 의미를 고찰해 보라”라는 뜻으로 해석했다. 그는 “처음엔 춤을 비판하는 말로 들렸지만 곱씹어보니 내가 추는 춤이 뭐냐는 질문처럼 받아들였다”며 “춤의 본질을 고민할 때면 늘 이 일화를 떠올린다”고 했다.
신작을 만들면서 주제를 정하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다. 주제를 정한 뒤 안무를 짜는 방식에서 벗어나 전통 박자에 맞춰 춤동작들을 미리 짜놓은 후에 선곡한 노래를 갖다 붙였다. 레고를 조립하듯 조각을 미리 준비해놓고 나중에 조합했다는 설명이다. 김 감독은 “12가지 소리를 하나의 춤으로 연결하는 게 고역이었지만 새로움을 찾기 위해 기존 제작 방식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완성본을 보니 굉장히 기묘한 춤이 나왔다”며 만족함을 표했다.
“머릿속에서 계산한다고 영감이 나오진 않습니다. 익숙한 것이라도 집요하게 보고 있으면 새로운 게 보이고 상상의 지평을 넓혀주죠. 이번 작품에서도 기존 현대무용극에선 볼 수 없었던 몸짓들을 선보일 겁니다. 그게 현대무용의 본질이자 관객들이 무용을 감상하는 이유 아닐까요.”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김 감독이 이번에는 우리네 정겨운 소리에서 우주를 끄집어낸다. 오는 20일부터 사흘 동안 국립현대무용단이 마련한 춤판 ‘힙합(HIP合)’에서다. 그는 이 자리에서 6년 만에 내놓는 신작 ‘춤이나 춤이나’를 선보인다.
신작의 소재는 MBC 라디오 프로그램 ‘우리의 소리를 찾아서’에 나오는 타령과 소리들이다. 그는 ‘나무꾼 신세타령’ ‘물푸는소리’ ‘베틀노래’ 등 12곡을 활용해 안무를 짰다. 2만여 개의 음원을 듣고 추려낸 소리들이다. 무대에 설 무용수 7명에겐 우주복을 입힌다. 가장 원시적인 소리를 통해 누구도 가보지 못한 우주를 그려내려는 의도다.
지난 13일 예술의전당 연습실에서 만난 그는 “전통 소리는 가장 원시적인 소통방식”이라며 “사라져가는 우리 소리를 현대 춤으로 되살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신작 제목은 스승인 고(故) 김기인 서울예술대 교수의 생전 일화에서 따왔다. 이름난 고승에게 김 교수가 자신을 춤꾼이라고 소개하자 고승은 “춤이나, 춤이나”라고 답했다. 무슨 뜻일까. 김 감독은 고승의 말을 “춤의 의미를 고찰해 보라”라는 뜻으로 해석했다. 그는 “처음엔 춤을 비판하는 말로 들렸지만 곱씹어보니 내가 추는 춤이 뭐냐는 질문처럼 받아들였다”며 “춤의 본질을 고민할 때면 늘 이 일화를 떠올린다”고 했다.
신작을 만들면서 주제를 정하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다. 주제를 정한 뒤 안무를 짜는 방식에서 벗어나 전통 박자에 맞춰 춤동작들을 미리 짜놓은 후에 선곡한 노래를 갖다 붙였다. 레고를 조립하듯 조각을 미리 준비해놓고 나중에 조합했다는 설명이다. 김 감독은 “12가지 소리를 하나의 춤으로 연결하는 게 고역이었지만 새로움을 찾기 위해 기존 제작 방식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완성본을 보니 굉장히 기묘한 춤이 나왔다”며 만족함을 표했다.
“머릿속에서 계산한다고 영감이 나오진 않습니다. 익숙한 것이라도 집요하게 보고 있으면 새로운 게 보이고 상상의 지평을 넓혀주죠. 이번 작품에서도 기존 현대무용극에선 볼 수 없었던 몸짓들을 선보일 겁니다. 그게 현대무용의 본질이자 관객들이 무용을 감상하는 이유 아닐까요.”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