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디스플레이가 스마트폰, 태블릿 PC 등에 들어가는 중·소형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3조원 이상을 투입한다. 대형 OLED 패널 중심인 기존 비즈니스 모델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LG디스플레이는 TV용 OLED 패널 시장의 최강자지만 중·소형 패널 점유율은 15%에 불과하다.
LGD, '삼성 텃밭' 중소형 OLED에 3.3兆 투자

흑자 전환으로 투자 ‘실탄’ 마련

LG디스플레이는 17일 중소형 OLED 시설에 향후 3년간 3조3000억원을 투자한다고 공시했다. 이 자금으로 경기 파주 사업장에 6세대(기판 크기 1500㎜×1850㎜) 중소형 생산라인을 증설할 계획이다. 증설이 끝나면 기존 월 3만 장 규모인 중소형 OLED 패널 생산능력이 월 6만 장으로 늘어난다.

LG디스플레이는 대형 OLED 패널 시장의 최강자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노트북·TV에 주로 들어가는 9인치 이상 OLED 패널 시장에서 LG디스플레이의 점유율은 84.4%에 달했다. TV용 OLED 패널 시장만 따지면 사실상의 독점 사업자다. 하지만 중소형 OLED 패널 시장에선 삼성디스플레이에 일방적으로 밀리고 있다. 올 1분기에도 전체 시장의 70%를 삼성디스플레이가 가져갔다.

업계에선 LG디스플레이가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중·소형 패널 생산라인을 늘리는 것으로 보고 있다. TV 분야에서 쌓은 ‘OLED=LG’라는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시장을 확장하는 전략을 채택했다는 얘기다. 투자를 위한 ‘실탄’ 문제도 해결됐다. LG디스플레이는 대형 OLED 패널 시장 호조에 힘입어 지난해 3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LG디스플레이의 영업이익이 2조7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애플 등 주요 스마트폰 제조사가 LG디스플레이에 증설을 제안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최근 애플은 삼성디스플레이 의존도를 줄이고 있다. 애플 아이폰의 패널 중 삼성디스플레이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한때 85%에 달했다. 하지만 올 들어선 이 비중이 65% 선까지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디스플레이와 힘겨루기 본격화

중·소형 OLED 패널 시장의 강자인 삼성디스플레이도 시장 확대 전략을 쓰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4분기부터 충남 아산 사업장에서 모니터와 TV에 쓰일 QD-OLED 패널 양산을 시작한다.

QD-OLED는 삼성디스플레이가 퀀텀닷 기술을 기반으로 개발한 청색 OLED다. 광원인 청색 OLED에서 나온 빛이 퀀텀닷 층을 통과해 색을 표현한다. LG디스플레이의 주력 제품인 백색 OLED 패널보다 나중에 상용화된 기술이다. 퀀텀닷은 지름이 수㎚(나노미터: 1㎚=10억분의 1m)인 반도체다. 점처럼 작다고 해서 ‘퀀텀닷’이란 이름이 붙었다. 청색 OLED 패널에 퀀텀닷 필름을 붙이면 OLED의 장점인 ‘리얼 블랙’을 표현하면서도 명도가 떨어지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삼성디스플레이의 QD-OLED 패널을 적용한 TV를 개발 중이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내년 초 세계 최대 IT·가전쇼 ‘CES 2022’에서 QD-OLED TV 신제품을 선보일 것으로 보고 있다. 제품 출시 시점은 내년 초로 예상된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각각 서로의 주 무대를 공략하면서 OLED 패널 시장의 경쟁이 더 격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수년째 이어진 ‘삼성은 중·소형, LG는 대형’ 공식이 깨졌다”며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의 수주전이 한층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