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전용 59㎡가 6억원에 계약 체결된 화성시 봉담읍 'e편한세상신봉담' 아파트 전경. 이러한 시세보다 낮게 공급된 신규 분양된 아파트에 2000년대생 계약자들이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 사진=김하나 기자
지난달 전용 59㎡가 6억원에 계약 체결된 화성시 봉담읍 'e편한세상신봉담' 아파트 전경. 이러한 시세보다 낮게 공급된 신규 분양된 아파트에 2000년대생 계약자들이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 사진=김하나 기자
경기도 화성시 동탄2신도시에서 세입자로 살고 있던 김모씨는 최근 아파트 청약에 당첨돼 계약을 하러갔다가 깜짝 놀랐다. 20~30대의 젊은 남녀들이 대거 계약을 하러왔기 때문이다. 미혼으로 보이는데다 일부는 혼자 계약을 하기도 했다. 이른 나이부터 내 집 마련을 한다는 점도 의외였지만, 계약금 3000만원가량을 단번에 충당해서 왔다는 점도 부러웠다.

김 씨는 "젊은 친구들이 집 사기를 서두르는 모습을 보니 머리를 망치로 맞은 것 같았다"며 "내 집 마련을 미루면서 돈을 더 모아 좋은 집을 살 수 있을 줄 알았지만, 집값이 오르면서 되레 외곽으로 밀려난 내 처지와 비교하면 저 친구들은 똑똑하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김 씨는 동·호수가 썩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내 집 마련의 열기를 직접 보고 실거주까지 고려하게 됐다.

부동산 청약 시장도 2030세대 젊은층 중심으로 변하고 있다. 인기가 높은 청약은 가점이 높은 4050세대들의 차지지만, 인기가 다소 떨어지는 수도권에서는 가점이 낮은 2030세대들이 더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당장의 시세차익보다는 일찍감치 내 집 마련을 해 놓을 요량인 경우가 많다. 최근 단기간에 계약을 마쳐 화제가 됐던 '봉담자이 프라이드시티'(1701가구)에는 2000년대생들까지 청약 및 계약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분양 관계자는 <한경닷컴>과의 인터뷰에서 정확한 확인은 곤란하다면서도 "2000년대생들이 당첨된 것도 맞고, 직접 계약을 한 것도 맞다"고 답했다. 기자가 업계 안팎과 계약자 관련 카페 등을 확인한 결과 이 단지에 청약한 2000년대생은 10명가량이다. 이 중 계약도 절반 이상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2000년대생은 만나이로 19~21세다. 대학교 1~3학년생들이 집주인이 된 셈이다.
20대 초반인 2000년대생들의 계약사실이 최근 알려진 '봉담자이 프라이드시티' 공사현장. 입소문이 나면서 후속 단지인 '힐스테이트 봉담 프라이드시티’에도 20대들의 문의가 쏟아지고 있다. / 사진=김하나 기자
20대 초반인 2000년대생들의 계약사실이 최근 알려진 '봉담자이 프라이드시티' 공사현장. 입소문이 나면서 후속 단지인 '힐스테이트 봉담 프라이드시티’에도 20대들의 문의가 쏟아지고 있다. / 사진=김하나 기자
봉담자이 프라이드시티는 1순위에서 당해지역에 우선순위가 있지만, 일부 주택형에서 미달과 예비당첨자를 받으면서 서울 및 경기·인천에서 통장들이 몰려들었다. 실제 청약 당시 화성시에서는 4112건의 청약통장이 접수된 반면 기타지역에서는 5734건의 청약통장이 들어왔다. 수원, 용인, 안산, 서울 등 지역에서 몰렸다. 화성시에서 외곽이라고는 하지만, 전용 59㎡의 분양가가 3억원 초반대다보니 젊은층들이 몰렸다. 계약금 3000만원 정도만 있으면 계약이 가능해서다.

비슷한 분양가로 내리지구 2블록에서는 이달 ‘힐스테이트 봉담 프라이드시티’(2333가구)가 공급될 예정이다. 분양 관계자는 "1071가구의 전용 59㎡가 3억원 중반대에 분양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젊은층의 문의가 많다"며 "당장은 살지 않더라도 입주시에 전월세를 놓을 계획으로라도 청약을 하겠다는 고객들"이라고 설명했다.

부동산에 관심이 많다는 사회초년생 20대 이모씨는 "지방사는 친구들은 부모님이 자취하는데 보태라고 수천만원 주시지 않냐"며 "그 정도 돈이면 수도권에 아파트 한 채 계약할 돈인데 충분히 보태주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수원 4년제 대학에서 지난해 대학원으로 진학한 박모씨는 "중간에 군대도 다녀오고 하면서 광교신도시가 쭉쭉 올라가는 걸 몇년 동안 지켜봤다"며 "대학생이라서 망설였는데, 예전에 미분양이라도 잡았더라면 지금처럼 단칸 방에서 학교 다닐일은 없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고 아쉬워했다. 그는 대전 부모님 집에 주소지를 뒀다가 2년 전부터 주소를 자취집으로 옮기고 경기도 통장으로 바꿨다. 기회가 있으면 청약이든 뭐든 도전해 볼 생각이다.

강남 금융회사의 PB센터에서도 이러한 상담들이 가끔씩 들어온다고 한다. 부모들이 50대, 자녀가 갓 20대인 경우다. 증여를 하려니 너무 이른 것 같고 세금도 과도한 것 같다보니 아예 비규제지역이나 외곽지역에 집을 얻어주는 것이다. 분양가가 3억~4억원 정도면 3000만~4000만원 정도만 자녀에게 꿔주면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아들 둘을 둔 김모씨도 서울집은 부담스럽지만, 경기 외곽권에서 집을 사줄 의향은 있는 상태다. 큰 아들과 작은 아들의 나이차이가 제법 나는 것도 이유가 됐다. 그는 "큰 애는 이제 군대를 가야하고, 작은 애는 초등학생"이라며 "작은애가 성인이 될 때 즈음에는 사는 집을 증여한다고 치더라도 큰 애는 수년 안에는 도와주기 어려울 것 같아서 일단은 통장을 만들고 기회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부모 입장에서는 세금보다 계약금이 적게들고, 대학교 등록금에 생활비 정도를 한꺼번에 준다는 생각"이라며 "분양 아파트면 준공까지 3년정도 걸리고 전월세도 되다보니 다양한 방법이 있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이모씨는 "연봉보다 집값이 몇배가 뛰는데 당연히 욕심이 안나겠느냐"며 "수십억원짜리 집을 주는 금수저 집안도 아니고, 본인 통장 일찍감치 써서 집으로 재테크하겠다는데 마다할 부모가 어디 있겠느냐"라고 반문했다.

화성·수원=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