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머지포인트' 운영사 머지플러스 본사를 찾은 가입자들이 포인트 환불을 요구하며 항의하고 있다. 사진=뉴스1
지난 13일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머지포인트' 운영사 머지플러스 본사를 찾은 가입자들이 포인트 환불을 요구하며 항의하고 있다. 사진=뉴스1
금융당국이 대규모 환불 사태를 일으킨 결제 플랫폼 '머지포인트' 운영사 머지플러스를 수사 의뢰한 것으로 확인됐다. 결제 대금을 제휴업체에 내지 못하는 사례가 이어질 경우 영세 자영업자에 집중된 피해가 속출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머지플러스의 환불 조치 및 영업 여건이 불투명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소비자 혼란이 가중될 전망이다.

18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머지포인트 운영사 머지플러스를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 8월 말까지 선불전자지급업 등록을 완료하겠다고 약속한 머지플러스 측이 재무제표 등 관련 자료 제출에 응하고 있지 않아서다. 머지플러스는 현재 전자금융업자 미등록 업체이기에 금융당국의 자료 요구에 응하지 않거나 적합한 자료를 제출하지 않더라도 이를 강제할 권한이 없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지난 주말 경찰에 수사 의뢰를 한 것이 맞다"며 "수사기관 통보 시 상황 악화를 유발할 수 있어 관련 논의를 이어갔으나, 이용자의 불안감 증폭과 환불 요구가 계속되는 만큼 더 시간을 지체하는 것이 무의미하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머지플러스는 '전자금융업자' 등록을 하지 않고 전자금융업상 선불전자지급수단 영업을 한 혐의를 받는다. 전자금융거래법에 따르면 2개 업종 이상에서 관련 사업을 추진하려면 전자금융업자에 등록을 한 뒤 사업체 운영에 나서야 한다. 미등록 영업을 한 자는 3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금감원이 머지플러스를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소비자, 영세 자영업자 사이에서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앞서 머지플러스 측은 포인트의 90%를 돌려주겠다는 온라인 환불 공지를 냈으나, 구체적인 환불 시기를 밝히지 않은 상태다. 모든 환불 신청자가 돈을 돌려받을 수 있다고 확신할 만한 장치가 전무한 셈이다.

추후 영업 재개 여부도 미지수다. 머지플러스 측이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상업자표시신용카드(PLCC) 발행을 서두르겠단 입장을 밝혔으나, KB국민카드 측에서 관련 사업을 보류하겠다고 못 박으면서다.

앞서 KB국민카드는 지난 6월 머지플러스와 PLCC 발급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교환하고 '머지 PLCC'에 머지포인트 정기구독 특화 혜택과 머지 제휴 가맹점 추가 할인 등 서비스를 제공하고 자사 간편결제인 'KB페이'와도 연계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사태가 발발한 뒤 KB국민카드 측은 관련 사업을 잠정 보류한 상태다.
17일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머지포인트' 운영사 머지플러스 본사 모습. 사진=뉴스1
17일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머지포인트' 운영사 머지플러스 본사 모습. 사진=뉴스1
머지플러스 입장에선 서비스 축소는 불가피하더라도 PLCC를 우회 전략으로 세워 돌파구를 마련하고, 단순 상품권망이 아닌 카드결제망을 통해 전국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사용 가능한 수단으로 자리할 것이란 점을 부각함으로써 영세 자영업자의 불신을 낮추려는 의도를 피력한 셈인데 위기 타계 가능성까지 줄어든 것이다.

KB국민카드 관계자는 "MOU 교환은 본계약 체결 이전으로 PLCC 발급에 대한 강제성이 없다"며 "현재는 머지포인트 사태 관련 사안을 파악 중인 상태로, PLCC 발행은 물론 본계약 체결 시기도 정해진 바가 없다. 머지 포인트 전금업 등록 등 절차를 살핀 뒤 협약 내용 진행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선을 그었다.

업계 안팎에서는 KB국민카드 측에서 사태 관련 불똥이 튈까 서둘러 책임 회피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소비자 측에서는 포인트를 판매했던 티몬과 11번가 등 대형 이커머스 회사들에 대한 책임론까지 제기하고 있다.

금감원 또한 이번 사태에서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금감원은 머지플러스가 2018년부터 서비스를 시작해 최근 각종 소셜커머스를 통해 시장을 확대하는 동안 미등록업체 인지, 관련 소비자 주의보 발령 등 서비스 실태를 적절히 파악하지 못했다. 현재도 금감원은 머지플러스로부터 환불 경과와 향후 계획 등에 대한 정보를 정확히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권 관계자는 "1000억원에 달하는 포인트를 판매한 것으로 추정되는 사업자, 그것도 이미 인터넷 플랫폼을 통해 시장 규모를 키워놓은 사업체에 대해 금융당국이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것은 직무유기"라며 "단순히 등록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책임 소지가 없었다는 것은 변명이 될 수 없다"고 했다.

'무제한 20% 할인권'을 앞세워 회원 수 100만명을 끌어들인 머지포인트는 지난 11일 현금성 머지머니 판매를 긴급 중단하고 사용처를 대거 축소한다고 발표했다. 서비스를 선불전자지급 수단으로 볼 수 있다는 관련 당국의 가이드를 수용해 적법한 서비스 형태인 '음식점업'만 가맹업체로 운영하겠다는 취지다. 구독서비스인 머지플러스도 임시 중단했다. 이후 환불을 요구하는 이용자가 속출하면서 피해자 모임이 형성되는 등 파장을 낳고 있다.

김수현 한경닷컴 기자 ksoo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