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사진=뉴스1
메모리 반도체 업황 정점 우려가 불거진 뒤 외국인과 기관은 삼성전자 주식을 공격적으로 팔았고, 이 물량을 개인투자자들이 받았다.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업황 정점 우려를 제기한 게 외국계 증권사라는 점에서 일부러 삼성전자의 주가를 끌어 내리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되기도 한다. 또 최근 이재용 부회장이 가석방돼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설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도 있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4일 8만2900원을 기록한 뒤 8거래일동안 10.49% 하락해 7만4200원에 전일 거래를 마쳤다. 올해 1월11일의 고점 9만1000원과 비교하면 20.44% 하락한 수준이다.

이 기간동안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6조1529억원 어치와 2765억원 어치를 팔았다. 특히 외국인의 삼성전자 매도는 지난 11일부터 5조5801억원 어치가 집중됐다. 모건스탠리가 ‘메모리 반도체, 겨울이 오고 있다’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디램 가격의 활력이 떨어지고 있다”며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기존 9만8000원에서 8만9000원으로 내리면서다.

반면 개인투자자는 5~17일 6조2673억원 어치의 삼성전자 주식을 사들였다. 모건스탠리의 보고서가 나온 지난 11일 이후에도 5조6655억원 어치를 순매수했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종목 토론방에는 “지금 사서 떨어지면 5만원 초반에 추가 매수”, “종목과 사랑에 빠질 때는 아니지만 과대한 낙폭구간에선 매집할 가치가 매우 높은 기업”, “오늘은 오르겠다”, “7만은 안 깨지겠지”, “이 참에 외국인 지분 낮추자” 등 여전히 삼성전자 주가에 대해 희망을 갖는 글들이 눈에 띄고 있다.

다만 이날 오전에는 간밤 뉴욕증시에서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가 1.98% 급락한 탓에 부정적 전망이나 분노를 드러내는 글들이 더 많다. 전일 장중까지는 희망론과 비관론이 갑론을박을 벌였다.

CS의 LG화학 매도보고서 이틀만에 공매도 잔고 10만주↑

개인투자자들 희망의 바탕에는 이번 반도체기업 주가 급락을 촉발시킨 계기가 외국계 증권사였다는 점이 깔려 있다. 모건스탠리의 보고서에 앞서 홍콩계 증권사 CLSA도 “올 4분기부터 내년 4분기까지 디램과 낸드플래시의 평균 판매 단가가 25% 하락할 것”이라는 보고서를 내놨다.

과거에도 외국계 증권사에서 부정적인 보고서가 나온 뒤 해당 증권사 창구를 통해 매도 물량이 쏟아졌고, 이에 맞춰 공매도 거래도 급증한 사례가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5월말 크레디트스위스(CS)가 LG화학에 대해 매도 보고서를 낸 뒤 이틀동안 이 회사 시가총액이 6조원 넘게 증발한 일이다. 당시 CS는 LG화학의 매도 상위 창구에 이름을 올렸다. 또 LG화학의 공매도 잔고 수량은 CS의 매도 보고서가 국내 증시에 반영되기 전인 5월25일 20만1496주였다가, 증시에 반영된지 이틀만엔 같은달 27일 29만4446주로 늘었다.

이번 삼성전자 주가의 급락 과정에서도 공매도 잔고가 급격히 늘었다. 이달 5일에는 78만5199주였던 삼성전자의 공매도 잔고 수량은 모건스탠리 보고서가 국내 증시에 반영된 11일 125만6419주까지 늘었다. 다만 지난 12일에는 98만4161주로 100만주 아래로 내려왔다.

이재용의 경영복귀, ‘빅뉴스’ 만들어낼까

최근 가석방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경영에 복귀하면서 새로운 상승 모멘텀이 생길 것이란 기대감도 높다. 이 부회장이 지난 1월18일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뒤 삼성전자가 리더십 공백으로 인해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지 못했다는 판단에서다.

실제 삼성전자의 현금성자산은 2분기 말 기준 111조1022억원에 달한다. 이미 삼성전자 주가가 완만한 하락세를 보이던 지난 6월 이후부터 현금성 자산 규모가 너무 큰 것 아니냐는 지적이 금융투자업계를 중심으로 제기돼왔다. 금리가 높지 않아 큰 이자수익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 자본을 효율적으로 활용하지 못한다는 분석에서였다.

김경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지난달 초 삼성전자에 대한 ‘빅뉴스가 필요해요’라는 보고서를 통해 “주가가 유의미하게 상승하려면 비메모리 반도체 부문에서의 미국 팹리스 고객사의 추가 확보나 기업 인수·합병(M&A) 추진과 같은 드라마틱한 이벤트가 필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