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대권 주자 윤희숙 의원이 청와대를 '모더나의 호갱님'이라고 표현했다. 정부가 모더나와 백신 공급 계약을 맺으면서 '분기별' 물량을 약정하지 않았다는 것에 대한 비판이다. 정부는 '비밀유지 협약'을 이유로 세부 계약 내용을 밝히지 않았다.

윤 의원은 18일 "모더나 관련 대국민 사기극이 드러났다"며 "언론에 따르면 정부는 모더나와 백신 공급 계약을 맺으면서 '분기별' 공급 물량을 구체적으로 약정하지 않았다고 한다. 작년 말 이런 호구 계약을 하면서 대통령은 모더나 CEO와 화상통화 장면이나 공개하고 폼 잡았나"라고 했다.

그는 "정부는 '제약사와 비밀유지 협약을 이유로 말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미국과 유럽연합이 밝힌 공급계약서에는 시기별·월별 공급량이 있다고 한다"며 "도대체 정부가 지키고 싶었던 비밀은 무엇이냐"고 비난했다.

이어 "지난 9일 보건복지부 장관과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백신 물량 확보가 저조한 이유가 모더나의 생산 차질에 있다고 했는데, 이거 거짓말 아니냐. 또 정부는 백신 부족이 세계적 현상이라고도 했다"며 "백신 부족의 근본 원인은 공급 일정도 구체적으로 확약하지 못한 계약서에 있다. 세계적 현상이 아니라 한국적 현상"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 와중에 대통령은 백신 허브국 타령을 하고 있는데, '백신 허언증' 아니냐"며 "정부는 백신 생산 차질에 항의하겠다고 미국 모더나 본사를 방문했다. 애초에 계약을 엉망으로 했기 때문에 어찌 보면 당연하다. 항의 방문의 목적은 물량 확보가 아니라 대국민 격노 코스프레였다"고 힐난했다.

윤 의원은 "작년 백신 계약부터 최근 모더나 본사 항의 방문까지 문재인 정부는 한 편의 연극을 찍었다"며 "호구 계약서 하나 쓰고 나라를 구한 듯이 폼을 잡더니, 그 호구 계약서 때문에 백신 공급이 늦어지자 잔뜩 성난 표정을 짓고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한국과 미국을 오가는 올로케이션 스펙터클 쇼였다"고 했다.

끝으로 "문 정부의 방역은 과학이 아니라 가학(加虐)"이라며 "이것이 바로 K 방역"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정은영 중앙사고수습본부 백신도입사무국장은 전날 "제약사(모더나)와 연내 도입 물량(4000만회 분)은 계약서에 명시돼 있다"면서도 "월별·분기별 구체적인 공급 일정은 통상적으로 협의를 통해 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모더나 측이 3분기를 '패싱'하고 4분기에 전체 물량을 한 번에 준다고 하더라도 '계약 위반'이라고 할 수 없다는 말과 같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