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음으로 만든 음악, 거듭되는 반전…아이디어 빛났다
제8회 박카스 29초영화제 수상작 중에는 기발한 아이디어와 재치 있는 연출 기법을 통해 피로 회복이라는 주제를 표현한 작품이 많았다. 짧고 인상적인 영상을 선호하는 젊은 세대의 기호가 그대로 반영됐다는 평가다. 탄탄한 이야기와 반전을 29초의 짧은 시간에 효과적으로 담아낸 영상들도 시선을 끌었다.

일반부 특별상을 받은 황지연 감독의 ‘나의 피로회복 정류장은, 나만의 리듬이다’(사진)에는 길거리에서 들리는 소음으로 직접 만든 음악이 흘러나온다. 소음 속에서 각자 지친 걸음을 옮기던 등장인물들이 어느새 음악에 맞춰 함께 신나게 춤을 추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한 심사위원은 “피로 회복이라는 주제를 틱톡 등 짧은 동영상 중심의 SNS에서 유행하는 영상 양식에 감각적으로 담아낸 작품”이라고 평했다.

조석인과 국자(Gukja·예명) 감독의 ‘나의 피로회복 정류장은 나의 무대’는 영상미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긴박감을 주는 연출과 기승전결이 뚜렷한 이야기, 배우들의 호연이 어우러진 수작이라는 평가와 함께 일반부 특별상을 받았다.

김덕진 감독의 ‘힐링 버스정류장’(일반부 특별상)은 서사와 반전이 돋보인다. 영상은 버스정류장에 앉아 있는 할머니를 비추며 시작한다. 할머니에게 한 중년 여성이 다가가 웃으며 “오늘도 나와 계셨네요. 아들을 기다리시는 건가요?”라고 말을 건다. 할머니는 “난 이 시간이 제일 좋아. 기다리는 행복을 처녀가 알는지 모르겠네”라고 답한다. 그런데 갑자기 여성은 “할머니, 저녁 드셔야죠”라며 일어서고, 할머니는 자연스럽게 “그럴까? 그런데 우리가 어디서 만났던가”라고 되물으며 따라 걷는다.

곧이어 버스정류장 전체가 화면에 비치면서 “치매 노인을 위한 ‘버스가 오지 않는 정류장’입니다”라는 안내 문구가 관객들의 눈에 들어온다. 여성은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는 할머니가 당황하지 않도록 대화에 어울려주며 자연스레 귀가를 도운 것이다. 알츠하이머 환자에 대한 따뜻한 사회적 배려를 작품에 잘 녹여냈다는 평가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