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단체, 디지털 기록 지우는 방법·생체인식 피하는 법 공유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다시 장악하자 보복을 두려워하는 시민들이 꼬투리가 잡힐까 봐 각종 '디지털 기록'을 지우느라 비상이 걸렷다.

탈레반에 꼬투리 잡힐라…아프간서 '디지털 기록 지우기' 비상
18일 로이터 통신 등 외신과 SNS에 따르면 탈레반은 인권을 존중하고,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이슬람 정부를 구성하겠다며 과거 5년 통치(1996∼2001년) 시절과 달라질 것이라고 약속했다.

하지만, 과거 도둑의 손을 자르고, 불륜 여성을 돌로 쳐 죽이는 등 극도로 엄격한 사회통제를 경험한 시민들의 공포와 두려움이 매우 크다.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복수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지만, 시민들은 과거 탈레반을 비판했던 SNS 게시물을 포함해 꼬투리 잡힐만한 디지털 기록을 빠른 속도로 지우고 있다.

BBC방송 아프간 주재 기자 사나 사피는 아프간 정권 이양이 발표된 다음 날인 16일 트위터에 "남자들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들은 자신이 보냈던 메시지와 들었던 음악, 찍었던 사진을 지우기 위해 정신없이 휴대폰을 뒤지고 있다"고 적었다.

탈레반은 과거 집권기에 음악과 TV방송 자체를 금지했었다.

탈레반에 꼬투리 잡힐라…아프간서 '디지털 기록 지우기' 비상
아프간의 일반 시민은 물론 지난 정부에서 일한 이들과 언론인, 인권·사회단체 활동가 등이 탈레반의 보복 위험에 처해있다고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는 밝혔다.

정권을 잡은 탈레반은 '보복 대상'을 골라내기 위해 SNS 등 공개된 디지털 기록을 활용하는 것은 물론 아프간 정부가 구축한 데이터베이스, 투표에 활용한 디지털 신분증과 생체인식 자료에 접근할 수 있다.

인권단체 휴먼라이츠 퍼스트는 트위터에 "탈레반은 아프간의 다양한 (데이터) 장비와 생체인식 자료에 접근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이어 어떻게 하면 디지털 기록을 삭제해 자신을 탈레반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지 방법을 공유했다.

이 단체가 공유한 안내문을 보면, 페이스북·트위터·텔레그램·페이스북 등의 흔적과 구글 검색 기록 등을 골라서 삭제하거나 계정 전체를 삭제할 수 있게 돼 있다.

또, 생체인식 정보와 관련해서는 얼굴 인식을 피하려면 카메라를 정면으로 보지 않고 아래를 내려다보는 게 가장 좋고, 눈과 입, 코, 턱선, 광대뼈 등을 모호하게 변형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지문 인증과 관련해서는 가짜 지문을 만들어 붙이는 방법, 손끝에 화상을 입히거나 훼손하는 방법이 있지만 속이기는 쉽지 않다고 적었다.

홍채 인식의 경우 극도로 정확하다며 급박한 상황이라면 컬러렌즈 착용이나 약물 복용 등의 방법을 제안했다.

탈레반에 꼬투리 잡힐라…아프간서 '디지털 기록 지우기' 비상
휴먼라이츠 퍼스트의 기술 책임자는 "탈레반이 지난 정부나 국제 NGO에서 일했던 사람, 인권활동가 등을 목표로 정보를 활용할 수 있다"며 "이런 이들에 대한 일자리 거부 등 새로운 계급 구조를 만드는 데 쓸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카불의 한 주민은 "탈레반이 가가호호 찾아다니면서 신원 조사를 하는 데 생체인식 장비를 활용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과거와 달리 지금은 디지털 기록, 정보가 넘치기에 신분을 숨기기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고 인권단체 관계자 등은 우려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