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ESG] 투자 전략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APG 본사 /한국경제신문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APG 본사 /한국경제신문
연금과 관련한 최고 권위의 컨설팅 회사 ‘윌리스 타워스 왓슨(Willis Towers Watson)’은 투자 분야의 패러다임이 수익성과 리스크를 고려하는 2차원적 구조에서 수익성, 리스크, 영향력을 고려하는 3차원적 구조로 확장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투자 시 사회적 책임과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고려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는 것과 맥을 같이한다. 윌리스 타워스 왓슨은 5~10년 후 연기금의 투자 모델에서 지속 가능한 투자가 주요 투자 수단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주요국 글로벌 책임투자 자산 규모는 35조3000억 달러로 2016년 대비 55% 증가했다. ESG 투자 유형을 기준으로 살펴보면 ESG 통합 투자와 네거티브 스크리닝 투자 규모가 가장 크고, 지속 가능한 테마 투자가 성장성이 가장 높다. 글로벌 연기금은 투자 배제, 기업 관여 등을 통해 투자 판단 시 ESG 관련 이슈를 고려하고 있으며, 이러한 트렌드는 더욱 강화되는 추세다.

세계 5대 주요 연기금 동향

네덜란드 공무원·교직연금(ABP) 등을 운용하는 APG는 2005년 네덜란드 최초로 8가지 책임투자 원칙을 공표, 모든 투자 평가에 ESG 기준을 고려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APG는 탄소배출 감축 등 환경(E)에 중점을 두었지만, 인권과 보건·교육 등 인간의 기본권에 기여하는 기업에 투자할 것을 표명하면서 사회(S) 테마 투자 관심이 점차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APG에 기금 운용을 맡긴 네덜란드 주요 연기금들은 자체적으로 매긴 ESG 등급 중 개선을 기대해볼 만한 ‘잠재적 개선’ 이상의 등급을 받은 기업에만 투자하기를 원하고 있다.

APG는 2007년부터 명확한 투자 배제 기준을 설정하고 있다. 기준은 제품 기반 배제, 즉각 배제, 유엔안전보장이사회 기준 위반 등이다. 이를 바탕으로 APG의 투자 배제 리스트에 오른 기업은 155개이며, 투자 배제국은 지난해 기준 15개국이다. 담배나 무기, 석탄 기반 발전 등 유해한 상품 생산 기업은 물론 유엔글로벌콤팩트협약 위반 기업이나 유엔안전보장이사회 무기 수출 금지 국가 등도 투자를 배제한다. 최근 APG는 ESG 우량 기업을 선정하는 포지티브 스크리닝도 적극 활용하고 있다.

노르웨이국부펀드(GPFG)의 경우 노르웨이에서 시추하는 석유 수익에서 나온 기금을 운용하는 국가 펀드로 노르웨이중앙은행(NBIM)이 운영한다. GPFG의 책임투자는 2004년 윤리위원회 출범 이후 2008년 관련 원칙을 공식화하며 시작됐다. 투자 배제 기준은 제품 기반, 행위 기반, 감시로 구분하며 지난해 12월 말 기준 배제 대상에 오른 기업은 144개다.

GPFG는 노르웨이 정부가 기후변화 리스크에 주목하는 만큼 2018년 기후리스크위원회를 설립하는 등 ESG 중 환경(E)과 관련한 투자에 무게를 두고 있다. GPFG는 투자 배제 및 감시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바탕으로 탈화석연료 포트폴리오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화석연료 산업 성장을 막는 ‘파슬 프리 캠페인(Fossil Free Campaign)’에 참여 중이다. 저탄소배출 에너지 및 대체연료 사용 우수 기업을 선정해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있으며, 전체 펀드 내 재생에너지 투자 규모를 상향 조정했다.
 글로벌 연기금, ESG 투자 중점은 ‘기후변화’
주주권 행사에도 적극 나서

캘리포니아주 공무원연금기금(CalPERS)은 미국 내 최대 규모의 공적연금 펀드이며, 미국 연기금 중 최초로 지속 가능성 투자 원칙을 도입했다. 2013년 CalPERS 책임투자 신념을 수립하고 투자 결정 과정에 ESG 요인을 통합해 고려하고 있다. 명확한 투자 배제 기준을 공시하지 않았으나 개별 선언을 종합해보면 제품 기반, 행위 기반, 국가 기반 배제 등이다.

CalPERS는 1987년 ‘포커스 리스트’를 도입해 기업 관여 활동 및 주주행동주의에 나섰다. 포커스 리스트란 지배구조나 경영 실적이 좋지 않은 기업으로 이 리스트에 선정된 경영진 등과 교류를 통해 개선 작업, 주주제안을 시행했다.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가 기업 가치의 제고로 이어졌는데, 이를 ‘CalPERS 효과’라고 부르기도 한다. 다만 2010년부터는 리스트 발표가 중단되었다.

최근 CalPERS는 유엔 PRI 등 5개의 글로벌 ESG 관련 투자자 네트워크와 함께 2017년 클라이밋 액션 100+에 참여하고, 이 리스트에 속한 BP와 글렌코어 등 회사에 기후 리스크 관련 주주제안을 공동 제출했다. 이 외에도 쉘, 쉐브론, 엑손모빌 등 에너지 및 광업기업 대상으로 주주제안을 내는 등 주주권 행사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캐나다 공적연금을 운용하는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CPPIB)는 투자 분석 전반에 ESG를 고려하고 있다. CPPIB는 기금 내 ‘지속 가능한 투자 그룹’을 설치, 기업의 ESG 리스크 및 기회 요인 등을 분석한다. 현재 CPPIB가 선정한 ESG 관련 다섯 가지 핵심 이슈는 기후변화, 물, 인권, 임원보수, 이사회 운영이다. 그중 기후변화에 관심이 높다.

최근 CPPIB는 기후변화 관련 재무 정보 공개 태스크포스(TCFD)의 권고 사항을 적극적으로 이행 중이며, 2020년에는 기후변화와 관련한 주주 결의안을 26건 지지했다. 지난 2017년에는 ‘전력 및 재생에너지 그룹’을 신설하고 이에 2018년부터 재생에너지 기업에 대한 채권 및 주식의 운용자산 내 비중 확대를 지속했다. 또 지난 2018년 친환경 프로젝트 투자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공적 연기금 중 처음으로 그린 본드를 발행했다.

일본공적연금펀드(GPIF)는 1959년 일본 후생노동성이 설립한 세계 최대 연기금으로 2020년 기준 운용 자산 규모는 192조 엔이다. GPIF는 2014년 일본 금융 당국에서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 이후 2015년 ESG 투자를 본격적으로 도입했다. 2017년 스튜어드십 코드 개정 이후 GPIF는 위탁 운용사를 통해 의결권을 행사하고 있다.

GPIF의 ESG 투자 특징 중 하나는 포지티브 스크리닝을 적용한다는 점이다. 투자 배제 리스트를 발간하는 유럽 연기금과 달리 GPIF는 투자 대상 기업을 선정하고 ‘우수 통합 보고서’와 ‘발전 통합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다. FTSE·MSCI·S&P 같은 지수 사업자와 협력해 ESG지수를 선정하고, 운용 자금 일부를 ESG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 전략으로 운용한다. 최근 2018년 클라이밋 액션 100+와 TCFD에 가입하는 등 기후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그린본드 투자도 지속적으로 확대, 2019년 기준 그린본드 투자 금액은 약 0.4조 엔이다.

주요 연기금은 ESG 관련 투자를 계속 늘려나갈 예정임을 분명히 하고 지속 가능한 투자 보고서 등을 통해 장기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2020년 주요 연기금의 ESG 관련 투자 동향을 살펴보면, 2016년에 비해 전체 자산에서 재생에너지 투자 등 ESG 관련 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각국의 탄소중립 정책 등 기후변화에 대한 적극적 대응, 규제 강화 등을 고려하면 주요 연기금의 ESG 투자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심수빈·김진영 키움증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