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학 앞두고 보너스까지 걸어도 채용 어려워
일자리 급증으로 비인기업종 구인난 심화
워싱턴포스트(WP)는 미 학교들이 개학을 앞두고 스쿨버스 기사를 채용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일부 학교는 특별 보너스까지 내걸며 기사 확보에 나섰지만 막상 지원자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델라웨어주 윌밍턴 소재 이스트사이드 차터스쿨의 경우 자녀를 직접 등하원시키는 부모에게 700달러씩 지급하겠다는 고육지책을 꺼내들었다.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 공립학교들은 기사 400여명을 확보하지 못하자 개학을 2주일 연기했다. 오하이오주 애크런 공립학교는 스쿨버스 노선을 줄이고 정류장을 통합했음에도 여전히 기사 65명이 부족한 처지다.
미국에서 일자리가 넘쳐나는 여파라는 분석이다. 미 노동부가 집계한 6월 채용 공고는 1007만 건(구인 건수 기준)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하지만 공고를 낸 고용주들이 뽑지 못한 인력은 340만명으로 역시 사상 최대치였다.
지난달 미 실업률은 5.4%로 전월보다 0.5%포인트 하락했다. 미 노동시장의 수요공급 불일치가 심화하면서 선택권이 늘어난 근로자들이 상대적으로 임금이 낮고 대면접촉이 잦은 스쿨버스 운전을 기피하게 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보수 등 조건이 좋은 배송업체 등으로 구직자들이 몰리면서 미 학교들은 운전사뿐 아니라 청소부, 급식 근로자 등을 채용하지 못하고 있다. 퇴직자를 대체 교사로 뽑고자 하는 학교들은 늘어났지만 막상 후보자들은 교실에서 델타 변이에 감염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코로나19로 스쿨버스 안에서 거리두기를 하느라 버스당 탑승인원이 줄어들면서 운전기사 수요가 더 늘어난 점도 원인으로 꼽힌다. 한편 부품 부족사태로 자동차 제조가 지연되면서 스쿨버스 자체도 부족해졌다. WP는 막대한 정부 지원금을 받은 학교들의 구인난에 대해 “돈만으로는 학교 현장이 정상으로 복귀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미 학교에 부족한 것은 인력뿐만이 아니다. 코로나19에 따른 운송대란과 공급망 교란으로 교육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물감 등 학용품 가격과 운송비가 상승했으며 그나마도 제때 확보하기 어려워졌다. 음식 배달 수요가 늘어나면서 소포장된 케첩이 부족해지자 학교들은 급식에 쓸 대체 조미료를 구하고 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