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은 지난 1월 제기된 공익감사청구에 따라 서울시의 양재 도첨단지 개발 업무 처리 적정성을 감사해 이날 그 결과를 공개했다. 서울시는 2015년 10월부터 이 일대를 연구개발(R&D) 거점으로 개발하는 계획을 추진했다.
문제는 하림산업이 이듬해 4월 “양재 옛 화물터미널 부지를 도첨단지로 개발하겠다”며 국토교통부가 추진하는 도첨 시범단지 선정 신청서를 서울시에 제출하면서 시작됐다. 이는 서울시의 R&D 거점 개발 계획에 부합하지 않는 것이었다. 도첨 시범단지 신청 주체인 서울시는 부서 의견 조회 등 서울시 내부 절차를 생략한 채 업체가 제출한 신청서를 그대로 국토부에 제출했다. 국토부는 이 부지를 2016년 6월 도첨 시범단지로 선정했다.
서울시는 시범단지 선정이 완료된 지 4개월 뒤 ‘부지 건축물의 50% 이상을 R&D 시설로 채워야 한다’는 방침을 뒤늦게 세워 하림산업 측에 이를 준수할 것을 요구했다. 하림산업이 이를 수용하지 않자, 3년 반이 지난 작년 초 투자의향서를 반려할 예정임을 통보하면서 압박했다. 이후 하림산업이 제시한 R&D 비율 40%를 서울시가 받아들였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서울시는 ‘도첨단지도 주변 택지 지구단위계획의 허용 범위 내에서 개발돼야 한다’며 다시 입장을 바꿨다.
감사원은 서울시장에게 앞으로 도참단지 조성 인허가 업무를 처리할 때 부서 간 사전조율이 누락되는 일이 없도록 하고, 법적 근거를 갖춰 업무를 처리하도록 하라고 주의요구했다. 정책 방향을 정한 경우 합리적 사유 없이 이를 번복하는 등 정책 추진에 혼선을 초래했다고도 밝혔다. 국토부 역시 “법규성이 없는 임의의 내부 방침을 근거로 민간업체에 특정 지원시설을 제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부당하게 계획의 수립·제출을 방해하는 것은 물류시설법 등 관계법령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한편 하림산업은 최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이 집적화된 스마트 물류센터 등을 표방한 도시첨단물류단지를 짓겠다고 밝혔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