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재 도심첨단물류단지(도첨단지) 개발을 둘러싼 서울시와 하림산업의 갈등과 관련해 감사원이 서울시의 정책 혼선이 초래한 결과라고 18일 지적했다. 국토교통부도 “서울시가 사업자의 의사에 반해 부당하게 계획의 수립·제출을 방해하는 것은 물류시설법 취지에 어긋난다는”는 의견을 제시했다.

감사원은 지난 1월 제기된 공익감사청구에 따라 서울시의 양재 도첨단지 개발 업무 처리 적정성을 감사해 이날 그 결과를 공개했다. 서울시는 2015년 10월부터 이 일대를 연구개발(R&D) 거점으로 개발하는 계획을 추진했다.

문제는 하림산업이 이듬해 4월 “양재 옛 화물터미널 부지를 도첨단지로 개발하겠다”며 국토교통부가 추진하는 도첨 시범단지 선정 신청서를 서울시에 제출하면서 시작됐다. 이는 서울시의 R&D 거점 개발 계획에 부합하지 않는 것이었다. 도첨 시범단지 신청 주체인 서울시는 부서 의견 조회 등 서울시 내부 절차를 생략한 채 업체가 제출한 신청서를 그대로 국토부에 제출했다. 국토부는 이 부지를 2016년 6월 도첨 시범단지로 선정했다.

서울시는 시범단지 선정이 완료된 지 4개월 뒤 ‘부지 건축물의 50% 이상을 R&D 시설로 채워야 한다’는 방침을 뒤늦게 세워 하림산업 측에 이를 준수할 것을 요구했다. 하림산업이 이를 수용하지 않자, 3년 반이 지난 작년 초 투자의향서를 반려할 예정임을 통보하면서 압박했다. 이후 하림산업이 제시한 R&D 비율 40%를 서울시가 받아들였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서울시는 ‘도첨단지도 주변 택지 지구단위계획의 허용 범위 내에서 개발돼야 한다’며 다시 입장을 바꿨다.

감사원은 서울시장에게 앞으로 도참단지 조성 인허가 업무를 처리할 때 부서 간 사전조율이 누락되는 일이 없도록 하고, 법적 근거를 갖춰 업무를 처리하도록 하라고 주의요구했다. 정책 방향을 정한 경우 합리적 사유 없이 이를 번복하는 등 정책 추진에 혼선을 초래했다고도 밝혔다. 국토부 역시 “법규성이 없는 임의의 내부 방침을 근거로 민간업체에 특정 지원시설을 제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부당하게 계획의 수립·제출을 방해하는 것은 물류시설법 등 관계법령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한편 하림산업은 최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이 집적화된 스마트 물류센터 등을 표방한 도시첨단물류단지를 짓겠다고 밝혔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