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 중사 사건' 임시회의 직후…"할 수 있는 부분 없어 사퇴"
합동위 "해군 중사 사망 사건, 민·군 합동조사해야" 촉구
민관군 합동위, 출범 50여일 만에 '삐걱'…위원 3명 사임 의사(종합)
군이 공군 중사 사망사건 계기로 병영문화를 뜯어고치겠다며 출범한 민관군 합동위원회(합동위)가 출범 50여일 만에 삐걱대며 흔들리고 있다.

18일 합동위 관계자에 따르면 전날 열린 긴급 임시회의 이후 류영숙 젊은여군포럼 대표, 조영주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 김엘리 성공회대 외래교수 등 위원 3명이 사임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6월 28일 합동위 출범 후 위원 사임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엘리 교수는 전날 위원들이 모인 SNS 단체채팅방에 사임 의사를 밝히면서 "뭔가를 해야 한다는 책임감 때문에 망설이다가 더 이상 그런 마음으로 끌려다닐 수 없겠다는 생각"이라고 글을 올렸다.

조영주 부연구위원도 "제가 할 수 있는 부분이 없는 것 같아 사퇴하는 것이 맞는 듯싶다"고 사임의 뜻을 밝혔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군이 대통령 지시로 대책기구를 만들어 놓기는 했지만, 보여주기식으로만 운영되다 보니 무력감을 토로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실제로 전날 임시회의에는 군에서 국방부 인사복지실장·법무관리관, 해군에서 참모차장·인사참모부장·양성평등센터장 등이 참석했는데, 위원들이 출석을 요구한 부석종 해군참모총장과 사망 여군 소속 부대장 등은 참석하지 않았다.

공동위원장인 서욱 국방부 장관도 불참했다.

회의에 참석했다는 한 위원은 "공군 사건이 발생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또다시 피해자가 발생한 이유를 짚고, 후속 대책을 논의하려고 전문가들이 회의를 소집한 것인데, 군은 '수사 중'이라는 이유로 언론 보도 이상의 내용은 보고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지경이 되도록 군은 자신들을 방어하려는 데만 급급한 데 대해 회의감과 유감을 표출한 위원이 많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면서 "2014년 (윤일병 사망 계기) 출범한 병영문화혁신위원회 때는 한민구 당시 장관은 '국민에게 뭐라도 달라진 모습을 보여야 살아남을 수 있다'라는 절박함이 있었는데, 지금은 그런 것도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합동위는 공군 성추행 피해자 사망 사건을 계기로 문재인 대통령이 민간도 참여하는 병영문화 개선 기구 설치를 지시해 출범한 대책기구다.

박은정 전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과 서 장관을 공동위원장으로 ▲ 장병 인권보호 및 조직문화 개선 ▲ 성폭력 예방 및 피해자 보호 개선 ▲ 장병 생활여건 개선 ▲ 군 사법제도 개선 등 4개 분과로 구성됐으며, 민간 전문가, 시민단체 등 총 80여 명이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민관군이 함께 참여하는 형식의 위원회는 2014년 '28사단 윤 일병 폭행 사망사건'을 계기로 만들어진 병영문화혁신위원회 이후 7년 만이며, 처음으로 성폭력과 군 사법제도 개선 관련 분과가 만들어진 게 특징이다.

한편, 합동위는 전날 임시회의 결과 해군 부사관 사망 사건 관련 민·군 합동조사를 통한 진상 규명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국방부는 전했다.

위원들은 도서지역 등 취약 지역 복무 장병을 포함한 전 장병을 대상으로 성폭력 피해 실태 관련 전수조사를 하는 한편 병영 약자 및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실질적인 보호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데에도 공감했다.

아울러 성폭력 피해자 보호와 관련해 관계 법령 간의 충돌 등 문제점을 검토하고, 현장에서 실효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세부지침을 마련해 국방부에 강력하게 권고하기로 했다.

전날 회의는 지난 12일 성추행 피해를 신고한 해군 여군이 사망한 지 닷새 만에 전체 위원의 약 40%(34명)가 긴급 임시회의 개최를 요구해 열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