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점령하면서 아프간에 매장된 수조달러 규모의 희토류 향방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탈레반과 우호 관계 증진에 나선 중국의 속내가 희토류 확보에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미국 자산운용사 얼라이언스번스타인의 신흥국 채권담당 국장인 샤말리아 칸은 17일(현지시간) CNBC와의 인터뷰에서 “탈레반의 아프간 점령 직후 중국이 탈레반과 협력하겠다고 한 배경에 희토류 같은 자원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프간에는 최대 3조달러(약 3500조원) 규모의 희토류가 묻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칸 국장은 “중국이 경제적 지원을 명목으로 탈레반과 우호 관계를 맺으려면 아프간에서 어떤 이득을 취하는지도 밝혀 국제사회의 승인을 받도록 해야 한다”며 “희토류를 채취하는 과정에서 인권을 존중하는지 검증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희토류는 17종의 희귀한 광물로 열 전도율이 높고 환경 변화에도 성질을 유지하는 항상성을 갖춰 반도체 배터리 등 첨단산업과 군수산업에 두루 활용된다.

중국은 희토류를 무기화하기 위한 제도를 갖춰가고 있다. 지난해 10월 특정 물품 및 기술 수출을 제한할 수 있는 근거법인 수출통제법을 제정하고 12월부터 시행했다. 올해 1월에는 희토류 총량 관리를 핵심으로 하는 ‘희토류 관리 조례’를 입안하기도 했다.

중국은 아프간에 적극적으로 손을 내밀고 있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탈레반이 아프간 발전에 중국의 참여를 기대하고 있다”며 “중국은 아프간 평화와 재건에 건설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이 인프라 구축을 내세워 아프간 희토류를 확보하면 미국 등 서방 국가들에 상당한 부담이 될 전망이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