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분자진단 받는 시대 열 것"
씨젠의 고민은 여기에서 출발했다. 지금은 돈을 잘 벌지만, 언젠가 코로나19가 잡히면 진단키트 수요가 급감할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장기 생존을 위해선 뭐가 됐든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 상황. 천종윤 씨젠 대표는 지갑이 두툼해진 지금이 새로운 도전에 나설 적기라고 판단했다.
씨젠은 17일 서울 방이동에서 ‘글로벌 의료사업 추진단’ 출범식과 ‘씨젠부속의원’ 개소식을 동시에 했다. 그동안 축적한 세계 최고 수준의 분자진단 기술을 의료사업과 접목해 ‘글로벌 토털 헬스케어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첫걸음이다.
추진단의 목표는 큼지막한 연구소와 대형병원에서만 할 수 있는 분자진단 검사를 세계 ‘동네병원’으로 확산하는 것이다. 분자진단은 세포 안에 있는 DNA, RNA와 같은 분자 수준의 변화를 검출·분석하는 진단기법이다.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확인할 때 쓰는 중합효소연쇄반응(PCR) 검사도 이 중 하나다. 혈액·소변검사보다 정확도가 높고, 조직검사보다 간편한 게 강점이다. 씨젠은 코로나19뿐만 아니라 독감, 성병, 자궁경부암 바이러스 등 150개 질환을 감별할 수 있는 분자진단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씨젠 관계자는 “누구나 복통, 기침 등 증상이 있으면 가까운 병원을 찾아 분자진단을 통해 정확한 원인을 파악한 뒤 그에 맞는 치료를 받도록 하는 게 목표”라며 “한국은 물론 미국과 유럽의 동네병원에 씨젠의 분자진단 시스템을 들여놓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음식, 운동, 잠버릇 등 각종 질병의 원인이 되는 후천적인 요인을 분석·관리하는 모델을 개발해 병원에 납품한 뒤 컨설팅하는 사업도 시작할 계획이다. 이 시스템을 활용하면 동네병원들이 환자를 더욱 세심하게 돌볼 수 있을 것으로 씨젠은 기대하고 있다.
씨젠은 이런 미래사업을 맡을 추진단장으로 김종석 전 차움 원장(사진)을 발탁했다. 김 단장은 서울대 경영학과,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행정대학원),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로스쿨, 연세대 의대를 졸업한 뒤 미국 변호사, 차의과학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 등을 거쳤다. 기업 경영과 국제 감각, 의료 경험을 두루 갖춘 만큼 씨젠의 글로벌 의료사업을 지휘할 적임자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이날 문을 연 씨젠부속의원은 중장기적으로 의료사업에 뛰어들기 위한 테스트 성격이 짙다. 일단 씨젠 임직원을 대상으로 일반 의료 서비스와 함께 면역 클리닉 등을 운영할 계획이다. 천 대표는 “글로벌 의료사업은 ‘분자진단의 대중화’라는 씨젠의 비전을 실현시킬 미래 핵심사업”이라고 말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