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등락을 반복하면서 개별 종목들은 지수 편입 등 수급상 변화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펀더멘털(실적 기반)보다는 수급 모멘텀에 따라 주가 흐름이 좌지우지되는 모습이다. 이런 가운데 한국거래소는 매년 3월에 시행하던 대형·중형주 분류작업을 올해부터는 9월에도 하기로 했다. 증권업계에서는 “대형주에서 중형주로 분류 기준이 바뀌는 종목은 추종 자금 유입으로 주가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올해부터 생긴 ‘9월 이벤트’

"대형주→중형주 이동 종목에 주목하라"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매년 3월 옵션만기일에 이뤄지던 시가총액 규모별 지수 변경을 올해부터는 9월에도 시행할 예정이다. 지수 변경 예정일은 9월 10일이다. 유가증권시장의 경우 6월부터 8월 마지막 영업일까지 하루평균 시가총액 순서로 1~100위는 대형주, 101~300위는 중형주, 그 외는 소형주로 분류한다. 코스닥시장은 중형주 기준이 101~400위다.

자산운용사들은 지수 변경에 맞춰 펀드의 구성 종목 비중을 조절한다. 이 때문에 대형주로 분류되지만 순위가 하위권인 종목들은 수급상 혜택을 거의 보기 어렵다. 대형주 지수 추종 자금이 이미 다른 종목으로 비중을 대부분 채우기 때문이다. 한국 증시의 대표 종목 200개를 모아둔 코스피200지수도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수급상 불리하다.

이 때문에 증권업계에서는 ‘용(대형주)의 꼬리보다 뱀(중형주)의 머리가 낫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형주 지수는 중소형 종목에 투자하는 펀드들이 가장 선호하는 벤치마크다. 올해처럼 중소형주가 대형주 대비 강세를 나타내며 추종 자금 규모가 늘어난 상황에서는 수급 효과가 더 극대화할 것으로 증권업계는 보고 있다.

SK케미칼·CJ 등 추천

메리츠증권이 2010년 3월부터 올해 3월까지 총 12번의 거래소 지수 변경 이벤트를 분석한 결과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지수 변경일 전후 2개월을 기준으로 대형주에서 중형주로 이동한 종목군을 살펴보니 12번 중 10번은 기관들이 순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중형주에서 대형주로 올라선 종목은 12번 모두 기관 매도세를 피할 수 없었다.

대형주에서 중형주로 내려온 종목들은 지수 변경 2개월 전후로 수익률도 코스피지수보다 더 높은 사례가 많았다. 메리츠증권은 중형주로 내려온 종목군이 코스피지수를 웃돈 횟수는 12번 중 8번이라고 집계했다. 코스피지수에 비해 수익률이 평균 6.6%포인트 높았다.

메리츠증권은 이번 9월 정기 변경에 대형주에서 중형주로 변경될 종목군으로 두산퓨얼셀·키움증권·GS리테일·에스원·SK케미칼·CJ·만도·동서·더존비즈온·대웅 등을 예상했다. 반대로 중형주에서 대형주로 변경이 예상되는 종목은 팬오션·효성티앤씨·현대오토에버·씨에스윈드·현대미포조선·대우건설·메리츠증권 등이다.

지수 변경 이벤트를 전후로 투자할 때는 매수 시기에 유의해야 한다. 통상 지수 편입에 따른 수급 개선 기대는 편입 전 주가에 반영되는 게 일반적이다. 이정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과거 데이터를 보면 적어도 변경 한 달 전에 매수하는 전략이 유리하다”며 “중형주로 신규 편입한 종목의 경우 한 달 전부터 변경일까지 평균 초과 수익률은 코스피지수 대비 4.8%포인트”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수 변경일 전에 매수하고 변경일에 청산하는 전략이 가장 유리하다”고 덧붙였다.

지수 변경에 따라 무조건 수급이 개선되는 것도 아니다. 해당 종목의 실적 개선세와 업황 등을 살펴봐야 하는 이유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SK케미칼의 3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지난해 동기보다 307.4% 늘어난 2131억원이다. 이를 반영해 이달 들어 주가는 10.77% 올랐다. 지주사인 CJ도 자회사 실적 개선 기대를 반영, 3분기 컨센서스가 전년 동기 대비 22.9% 늘어난 5276억원이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