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C기후센터와 부산대 공동연구팀, 최근 폭염이 더 고통스러운 이유 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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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EC기후센터(APCC)와 부산대학교 공동 연구팀은 연구논문(주저자 APEC기후센터 이현주 박사·사진)인 “한반도 여름철 더위 체감온도(기온과 습도의 복합적인 영향으로 인간이 실제 느끼는 온도)의 변동성과 이와 연관된 대기순환 변화 양상)”이 미국 기상학회지에 게재됐다고 19일 밝혔다.
APEC기후센터와 부산대학교의 공동연구팀은 이번 연구논문에서 1981년부터 2018년까지 연도별 여름의 기온과 습도를 복합적으로 고려해 폭염이 사람의 몸과 건강에 끼친 잠재·실질적 영향을 제대로 파악하고자 한반도 내 시간과 공간에 따른 더위 체감온도 변화 추세·시점을 분석했다.
더위 체감온도는 기온과 습도에 의해 좌우된다. 여름철 더위 체감온도는 50%의 상대습도(이하 습도)에서 기온과 같은 값을 가지고, 습도가 10% 높거나 낮아지면 더위 체감온도가 약 1도 상승 또는 하강한다. 예로 기온이 33도 일 때 습도가 50%이면 체감온도도 33도이지만, 습도가 70%이면 체감온도는 35도로 상승한다.
기존의 일 최고기온만을 반영했던 폭염특보 기준을 2012년부터 기상청은 운영해왔다. 그러나 이 폭염특보 기준이 건강에 미치는 폭염의 영향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의견이 제기돼 왔다. 기존 폭염특보 기준은 ‘열적 체감도’를 반영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기상청은 2020년 5월부터 폭염특보를 실제로 사람이 느끼는 ‘일 최고 체감온도’를 반영해 시범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APEC기후센터와 부산대학교 공동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1981년부터 2018년까지의 여름 동안에 더위 체감온도의 상승 경향이 최저기온, 평균 및 최고기온 의 상승 경향보다 훨씬 뚜렷하게 나타난다는 것을 알아냈다. 더위 체감온도가 기온보다 훨씬 빠르게 올라가고 있다. 이전 폭염특보의 기준이 되어왔던 기온 상승에 비해 사람들이 체감하는 폭염의 강도가 훨씬 강하며 인간의 몸과 건강이 훨씬 더 나쁜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이 커졌다는 것이다.
더위 체감온도를 4개의 범주로 분류해 연간 발생 횟수 변동에 따른 건강상의 위험을 조사했다. 여름철에 사람들이 건강에 주의를 요하는 30도를 넘는 체감온도는 1981년부터 2009년의 29년 동안에 우리나라에서 연평균 53일 발생했지만, 2010년부터 2018년 9년 동안에는 연평균 57일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것은 2010년대 이후로 높은 기온과 습도의 복합적인 효과로 폭염으로 인한 건강피해가 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1981년에서 2009년까지의 첫 번째 기간과 2010년부터 2018년까지의 두 번째 기간 사이에서 여름철 기온의 갑작스러운 변화가 있었다. 이러한 변화는 대규모 대기순환 패턴 변화와 관계가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추정됐다. 연구진은 최근 체감온도의 급격한 상승 원인을 알아보기 위해서 이 두 기간 사이의 한반도 부근 대규모 대기순환의 변화를 조사했다.
실제로 연구팀은 1981년에서 2009년까지의 첫 번째 기간과 2010년부터 2018년까지의 두 번째 기간 사이 여름철에 북서태평양 아열대 고기압(WNPSH)의 위치 변화가 뚜렷하게 나타나는 것을 확인했다. 북서태평양 아열대 고기압의 서쪽(동아시아 쪽)으로의 발달과 확장에 이바지하는‘상층 아열대 제트기류의 북상’,‘한반도 주변 고기압에서의 하강기류’, ‘북태평양에서의 해수면 온도 상승’ 등을 포함하는 ‘대규모 대기 순환’이 이전과 확연히 다르다는 것을 확인했다.
2000년대 후반 이후로 여름철 더위 체감온도의 상승은 한반도에서 기온과 습도를 동시에 높이는 북서태평양 아열대 고기압의 북쪽과 서쪽 방향으로의 확장과 연관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북서태평양 아열대 고기압(WNPSH)은 태평양에서 발달하는 고온다습한 전형적인 아열대 고기압으로 아무리 날씨가 덥고 습해도 비가 오지 않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공기가 시계방향으로 하강하는 이 고기압의 가장자리를 따라 여름에 온도가 높고 습기가 많은 공기가 저위도(열대) 부근에서 한반도로 이동한다.
북반구의 상층 아열대 제트기류는 북위 약 30° 부근의 고도 12~13km에서 북반구를 기준으로 서쪽에서 동쪽으로 부는 강한 바람대를 말한다. 아열대 지역의 따뜻한 공기와 중위도 지역의 차가운 공기 때문에 형성되며, 남쪽과 북쪽 대기의 온도 차가 클수록 강해진다. 온도 차가 작으면 제트기류는 뱀 모양으로 구불구불하게 흘러간다. 북반구의 상층 아열대 제트기류가 약화되면 대기 상층의 흐름이 정체되면서 고기압들이 북반구의 동서 방향으로 늘어서는 기압 배치를 보인다. 이때 고기압의 하강기류에 의해 맑은 날씨가 많이 나타나 일사량이 증가함으로써 한반도에 폭염이 발생할 확률이 높다.
이번 연구는 북서태평양 아열대 고기압(WNPSH)의 서쪽 가장자리의 위치와 한반도에서의 극단적인 더위 체감온도 간의 관계를 밝히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보통 북서태평양 아열대 고기압의 서쪽 가장자리가 북서쪽에 위치하면 우리나라는 고기압의 중심에 위치하여 강한 일사의 영향으로 높은 기온과 낮은 습도를 띤다.
반면, 이 고기압의 서쪽 가장자리가 남서쪽으로 확장하면 바람 순환 패턴을 바꿔 남중국해로부터 이 고기압의 기압마루선(주위보다 기압이 가장 높은 곳을 길게 연결한 선)을 따라 덥고 습한 공기가 이동할 수 있다. 이로 인해 한반도 남쪽에는 높은 기온과 습도로 극단적인 더위 체감온도를 사람들이 느낄 수 있다.
이번 논문의 주저자인 APEC기후센터 이현주 박사는 “이번 연구 결과는 2020년 5월부터 기온과 습도를 동시에 고려해 실제로 사람이 느끼고 겪는 ‘일 최고 체감온도’를 반영해 시범운영하고 있는 기상청의 변경된 폭염특보 기준의 도입이 왜 필요한지를 잘 설명해준다”며 “폭염과 관련한 국민의 체감온도 상승의 원인 파악 및 지구온난화와 최근 폭염과의 관계 규명을 통해 우리나라의 이상기후 감시 및 대응을 위한 올바른 대책 수립이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
APEC기후센터와 부산대학교의 공동연구팀은 이번 연구논문에서 1981년부터 2018년까지 연도별 여름의 기온과 습도를 복합적으로 고려해 폭염이 사람의 몸과 건강에 끼친 잠재·실질적 영향을 제대로 파악하고자 한반도 내 시간과 공간에 따른 더위 체감온도 변화 추세·시점을 분석했다.
더위 체감온도는 기온과 습도에 의해 좌우된다. 여름철 더위 체감온도는 50%의 상대습도(이하 습도)에서 기온과 같은 값을 가지고, 습도가 10% 높거나 낮아지면 더위 체감온도가 약 1도 상승 또는 하강한다. 예로 기온이 33도 일 때 습도가 50%이면 체감온도도 33도이지만, 습도가 70%이면 체감온도는 35도로 상승한다.
기존의 일 최고기온만을 반영했던 폭염특보 기준을 2012년부터 기상청은 운영해왔다. 그러나 이 폭염특보 기준이 건강에 미치는 폭염의 영향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의견이 제기돼 왔다. 기존 폭염특보 기준은 ‘열적 체감도’를 반영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기상청은 2020년 5월부터 폭염특보를 실제로 사람이 느끼는 ‘일 최고 체감온도’를 반영해 시범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APEC기후센터와 부산대학교 공동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1981년부터 2018년까지의 여름 동안에 더위 체감온도의 상승 경향이 최저기온, 평균 및 최고기온 의 상승 경향보다 훨씬 뚜렷하게 나타난다는 것을 알아냈다. 더위 체감온도가 기온보다 훨씬 빠르게 올라가고 있다. 이전 폭염특보의 기준이 되어왔던 기온 상승에 비해 사람들이 체감하는 폭염의 강도가 훨씬 강하며 인간의 몸과 건강이 훨씬 더 나쁜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이 커졌다는 것이다.
더위 체감온도를 4개의 범주로 분류해 연간 발생 횟수 변동에 따른 건강상의 위험을 조사했다. 여름철에 사람들이 건강에 주의를 요하는 30도를 넘는 체감온도는 1981년부터 2009년의 29년 동안에 우리나라에서 연평균 53일 발생했지만, 2010년부터 2018년 9년 동안에는 연평균 57일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것은 2010년대 이후로 높은 기온과 습도의 복합적인 효과로 폭염으로 인한 건강피해가 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1981년에서 2009년까지의 첫 번째 기간과 2010년부터 2018년까지의 두 번째 기간 사이에서 여름철 기온의 갑작스러운 변화가 있었다. 이러한 변화는 대규모 대기순환 패턴 변화와 관계가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추정됐다. 연구진은 최근 체감온도의 급격한 상승 원인을 알아보기 위해서 이 두 기간 사이의 한반도 부근 대규모 대기순환의 변화를 조사했다.
실제로 연구팀은 1981년에서 2009년까지의 첫 번째 기간과 2010년부터 2018년까지의 두 번째 기간 사이 여름철에 북서태평양 아열대 고기압(WNPSH)의 위치 변화가 뚜렷하게 나타나는 것을 확인했다. 북서태평양 아열대 고기압의 서쪽(동아시아 쪽)으로의 발달과 확장에 이바지하는‘상층 아열대 제트기류의 북상’,‘한반도 주변 고기압에서의 하강기류’, ‘북태평양에서의 해수면 온도 상승’ 등을 포함하는 ‘대규모 대기 순환’이 이전과 확연히 다르다는 것을 확인했다.
2000년대 후반 이후로 여름철 더위 체감온도의 상승은 한반도에서 기온과 습도를 동시에 높이는 북서태평양 아열대 고기압의 북쪽과 서쪽 방향으로의 확장과 연관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북서태평양 아열대 고기압(WNPSH)은 태평양에서 발달하는 고온다습한 전형적인 아열대 고기압으로 아무리 날씨가 덥고 습해도 비가 오지 않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공기가 시계방향으로 하강하는 이 고기압의 가장자리를 따라 여름에 온도가 높고 습기가 많은 공기가 저위도(열대) 부근에서 한반도로 이동한다.
북반구의 상층 아열대 제트기류는 북위 약 30° 부근의 고도 12~13km에서 북반구를 기준으로 서쪽에서 동쪽으로 부는 강한 바람대를 말한다. 아열대 지역의 따뜻한 공기와 중위도 지역의 차가운 공기 때문에 형성되며, 남쪽과 북쪽 대기의 온도 차가 클수록 강해진다. 온도 차가 작으면 제트기류는 뱀 모양으로 구불구불하게 흘러간다. 북반구의 상층 아열대 제트기류가 약화되면 대기 상층의 흐름이 정체되면서 고기압들이 북반구의 동서 방향으로 늘어서는 기압 배치를 보인다. 이때 고기압의 하강기류에 의해 맑은 날씨가 많이 나타나 일사량이 증가함으로써 한반도에 폭염이 발생할 확률이 높다.
이번 연구는 북서태평양 아열대 고기압(WNPSH)의 서쪽 가장자리의 위치와 한반도에서의 극단적인 더위 체감온도 간의 관계를 밝히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보통 북서태평양 아열대 고기압의 서쪽 가장자리가 북서쪽에 위치하면 우리나라는 고기압의 중심에 위치하여 강한 일사의 영향으로 높은 기온과 낮은 습도를 띤다.
반면, 이 고기압의 서쪽 가장자리가 남서쪽으로 확장하면 바람 순환 패턴을 바꿔 남중국해로부터 이 고기압의 기압마루선(주위보다 기압이 가장 높은 곳을 길게 연결한 선)을 따라 덥고 습한 공기가 이동할 수 있다. 이로 인해 한반도 남쪽에는 높은 기온과 습도로 극단적인 더위 체감온도를 사람들이 느낄 수 있다.
이번 논문의 주저자인 APEC기후센터 이현주 박사는 “이번 연구 결과는 2020년 5월부터 기온과 습도를 동시에 고려해 실제로 사람이 느끼고 겪는 ‘일 최고 체감온도’를 반영해 시범운영하고 있는 기상청의 변경된 폭염특보 기준의 도입이 왜 필요한지를 잘 설명해준다”며 “폭염과 관련한 국민의 체감온도 상승의 원인 파악 및 지구온난화와 최근 폭염과의 관계 규명을 통해 우리나라의 이상기후 감시 및 대응을 위한 올바른 대책 수립이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