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투아니아 파크루히스 정원에서 지난 14일 열린 꽃축제 현장.  사진=EPA
리투아니아 파크루히스 정원에서 지난 14일 열린 꽃축제 현장. 사진=EPA
대만 문제를 놓고 중국과 발트해 국가 리투아니아 간 외교 갈등이 격화하는 가운데 중국이 리투아니아행 화물열차 운행을 일방적으로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 보복에 착수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9일 중국이 리투아니아로 가는 직행 화물열차 운행을 잠정 중단했다고 보도했다. 한 무역업자는 SCMP에 "중국과 리투아니아 간 열차들이 운행을 중단했는데 내가 알기로는 이 열차들을 운영하는 지역 국유기업이 이런 결정을 내렸다"며 "해당 노선에는 기술적 문제가 없어 정치적 동기가 있는 것으로 의심된다"고 말했다.

앞서 리투아니아 현지 매체인 발틱뉴스는 국영 중국철도의 화물 물류 부문 자회사인 중국철도컨테이너(CRTC)가 리투아니아 고객들에게 화물 열차 운행이 중단된다고 통보했다고 보도했다.

중국과 리투아니아를 오가는 화물열차는 주로 리투아니아 측 바이어가 중국 제품을 수입할 때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긴타나스 류바나스 리투아니아 철도 대변인은 중국 측으로부터 공식적인 통보를 받은 것은 없지만 고객들을 통해 8월과 9월에 걸쳐 중국발 화물열차 여러 편이 도착하지 않을 것이라는 정보를 얻었다"고 말했다.

최근 리투아니아 주재 대만 대표부의 공식 명칭을 둘러싸고 리투아니아와 중국 간 외교 마찰이 격화했다. 중국은 리투아니아가 다른 나라들에서 일반적으로 쓰이는 '타이베이 대표부' 대신 '대만 대표부'라는 이름을 허용한 것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정면으로 어기는 것이라면서 리투아니아 대사를 소환하는 등 강경하게 대응했다. 리투아니아는 지난 5월 동유럽 17개국과 중국의 '17+1' 정상회의에서도 탈퇴했다.

외교가에서는 중국이 다른 서방 국가들이 리투아니아의 사례를 따라가는 '도미노 효과'를 우려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중국이 리투아니아와의 외교 관계를 끊는 등 더 극단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리투아니아 측은 중국이 화물열차 운행 중단을 시작으로 향후 수출 제한 등 더 강한 경제 보복에 나설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리투아니아 고위 소식통은 "불행히도 중국이 리투아니아로의 수출 전체를 봉쇄하는 것 같은 더한 일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을 대상으로 한 '사드 보복'이 단적으로 보여줬듯이 중국은 거대한 경제력을 이용해 불편한 관계에 있는 상대방의 약점을 잡아 경제적 타격을 가해 굴복시키려는 경향을 노골적으로 보여 왔다. 대만 독립 지향 성향의 차이잉원 총통 집권 후에는 대만이, 최근에는 코로나19 기원 등에서 중국 책임론을 주장한 호주가 사드 보복식 경제 압박의 대상이 됐다.

이런 중국의 경제 보복의 특징은 대부분 비공식적으로 이뤄진다. 중국 측은 리투아니아행 화물열차 운행이 중단됐다는 보도를 부인했다. 공산당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중국철도가 정치적 이유로 리투아니아행 화물열차 운행을 중단했다는 보도를 부인하면서 관련 노선이 정상 운행되고 있다고 해명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하는 식으로 화물열차 중단이 중국 측에 '옵션'으로 남아 있다면서 리투아니아가 미국의 대중 봉쇄 정책을 맹목적으로 따르지 말고 현명하게 처신하라고 공개 압박했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