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형 전 국립외교원장./ 연합뉴스
김준형 전 국립외교원장./ 연합뉴스
김준형 전 국립외교원장이 북한 비핵화 협상에 대해 “극소수 인원으로 비밀 접촉과 협상을 시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 거론되는 ‘북한 붕괴론’에 대해서는 비핵화의 시간과 비용만 높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김 전 원장은 19일 통일연구원이 주최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주제로 한 ‘2021 한·미 싱크탱크 공동세미나’에서 “앞선 북·미 비핵화 회담들은 생중계되다시피 해 어려운 점이 있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외교에 대한 국내 정치적 비용이 높아진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구체적인 교환 조건을 치밀하게 맞춰보는 과정은 반드시 비공개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미·북 비핵화 협상의 최적기로는 내년 2월을 꼽았다. 김 전 원장은 “내년 2월은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3주년이자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있는 달”이라며 “이 때 하노이 회담의 내용에 대한 교환 조건을 약속하는 것이 가장 좋은 시나리오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북한이) 판문점과 싱가포르 합의를 추인했으므로 하노이로 돌아가서 시작하는 것이 맞아”며 “결렬됐던 지점에서 교환 방정식을 재구성하되 영변과 제재의 일부 완화라는 교환 조건에다 북한의 핵 동결과 미국의 북한 체제를 보장하는 조치까지 더해 판을 더 키울 수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 정치권 일각에서 끊임없이 거론돼온 ‘북한 붕괴론’에 대해서는 비현실적인 신화라고 꼬집었다. 김 전 원장은 “북한 사정이 어렵지만 붕괴와는 거리가 멀다”며 “제재나 압박만으로 김정은의 권력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생각은 30년이 넘은 신화일 뿐”이라고 말했다. 북한 비핵화에 대한 냉소주의도 경고했다. 김 전 원장은 “북한이 어떤 경우에도 비핵화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냉소주의도 북한에 오해의 소지를 준다”며 “북한이 결국 ‘우리는 파키스탄이나 인도처럼 핵무기도 가지고 미국과 관계 개선을 할 수 있겠구나’하는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처음부터 김정은의 비핵화 약속은 조건부였지 무조건 한다고 한 적이 없다”며 “핵심은 핵 보유보다 더 좋은 조건이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에 조건 없이 인도적 지원도 해야한다며 최근 이인영 통일부 장관과 결을 같이 했다. 김 전 원장은 “인도적 지원은 제재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미국은 코로나19 백신, 한국은 식량과 비료 등을 제공하겠다는 의사를 밝혀야 한다”며 “대화 재개의 전제 조건을 달지 말고 국제기구를 통해 제공해야 선의를 알리는데 가장 효과적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