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여자 축구선수 보호' 호소하는 전 대표팀 주장 /사진=연합뉴스
'아프간 여자 축구선수 보호' 호소하는 전 대표팀 주장 /사진=연합뉴스
온몸을 가리던 부르카를 벗고 필드 위를 누비던 아프간 여성들의 '자유의 상징' 여자 축구 선수들이 탈레반의 보복 우려로 두려움에 떨고 있다.

17일(현지시간) 전 아프가니스탄 여자축구 국가대표팀 주장 칼리다 포팔(34)은 AP 통신과 전화 인터뷰에서 탈레반 통치 속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없애고 축구 장비 또한 태워버려야 한다고 호소했다.

포팔은 아프간 여성축구협회 공동 창립자다. 2011년 선수 생활을 중단한 후 계속된 협박으로 조국을 떠나 2016년부터 덴마크 코펜하겐에 거주하고 있다.

그는 "탈레반은 과거 통치 시절 여성을 강간하고 돌팔매질하고 살해했다"며 "여자 축구 선수들은 앞으로 어떻게 될지 두려워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동안 아프간 여성들에게 강하고 대담하게 살라고 격려했던 포팔은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재장악하면서 신분을 없애고 숨죽여 살아야 한다고 말했다.

아프간 여성 축구 선수들이 위험에 처했을 때 도와줄 사람이 없다며 "언제 자신의 집에 누군가 문을 두드릴지 두려워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이웃이 자신들이 선수임을 알기에 대부분 집을 떠나 친척집에 있거나 숨어 공포에 떨고 있다"며 "탈레반은 공포감을 조성하기 위해 돌아다니고 있다"고 아프간 상황을 전달했다.

그는 "아프간 여자축구 대표팀이 다시 경기를 하는 모습을 상상하기 어려워졌다"며 "여성들은 희망을 잃었다"고 한탄했다.

포말의 이 같은 호소에 국제축구연맹(FIFA) 측은 "상황을 주시 중"이라며 지원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탈레반은 1996∼2001년 집권기에 여성이 일하러 나가지 못하도록 했고 소녀들은 학교에 가지도 못하게 했다. 위반 여성들에게는 공공장소에서 돌로 치는 형벌을 가했다.

최근 탈레반 조직원들은 총을 들고 기습적인 가정방문을 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탈레반의 가정방문은 출근 장려를 넘어 새 정권에 대한 공포를 주입하려고 기획된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