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당국도 속수무책?…'파죽지세' 환율 1180원 재근접 [김익환의 외환·금융 워치]
미국이 돈줄을 조일 것이라는 관측에 19일 원·달러 환율이 8원 넘게 뛰었다. 전날 기획재정부가 시장에 개입하면서 1160원 선까지 떨어졌지만 이날 재차 반등하는 등 외환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환율이 1200원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힘을 얻고 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8원20전 오른(원화 가치는 하락) 달러당 1176원20전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 환율은 8원30전 내린 1168원에 마치며 7거래일 만에 하락했다. 전날 오전 11시 오재우 기재부 외화자금과장이 “최근 환율 상승은 오버슈팅(일시적 폭등)으로 보여 문제가 있다”며 구두 개입에 나선 결과다.

하루 만에 환율이 반등한 것은 미국 중앙은행(Fed)이 18일(현지시간) 공개한 지난달 27~28일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을 통해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을 시사한 영향이다. 매달 1200억달러 규모의 자산을 사들이면서 시중에 달러를 푸는 Fed가 달러 공급을 줄이면 달러 가치는 뛰고 그만큼 환율은 오른다.

테이퍼링 관측에 외국인 투자자의 이탈도 이어졌다. 이날까지 8거래일 연속 코스피 시장에서 순매도 행진을 이어갔다. 외국인은 주식 매각 자금을 달러로 환전하려는 수요가 몰리면서 환율을 밀어올렸다.

환율이 뜀박질하면서 환차익을 노리고 달러를 매도하려는 국내 개인·기업이 늘어날 전망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 거주자의 달러예금은 지난 7월 말 796억8000만달러로 지난 6월 말보다 7억8000만달러 줄었다. 거주자 달러예금은 내국인과 국내에 6개월 이상 거주한 외국인 등이 은행에 맡긴 달러예금을 말한다. 환율은 지난 6월 말 1126원10전에서 지난 7월 말 1150원30전으로 24원20전 올랐다.

환율 오름세는 1200원까지 단기적으로 오를 전망이다. 하지만 환차익을 노린 달러 매도 움직임과 당국 개입이 이어지면서 1200원 선에 안착하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한 선물회사의 리서치센터장은 이날 환율진단 웨비나(웹 세미나)를 열어 "모든 부정적 변수가 현실화하면 최고 환율 고점은 1250원이 될 수 있다"면서도 "기업과 개인이 환차익을 노리고 보유한 달러 매물을 놓을 수 있는 1200원이 고점 저항선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