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영복 오스테오시스 대표가 실험동물용 골밀도 및 체성분 분석기기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안영복 오스테오시스 대표가 실험동물용 골밀도 및 체성분 분석기기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뼈에 구멍이 생겨 작은 충격에도 쉽게 부러지는 골다공증은 ‘소리 없는 살인자’로 불린다. 국내 100만 명, 세계 2억 명이 앓고 있는 이 질환 때문에 3초에 1명꼴로 골절 환자가 발생한다. 이를 진단하는 골밀도 진단기기 시장도 전세계 1조원 규모로 연 4%씩 성장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이 휩쓸고 있는 일반 의료기기 시장과 달리 이 시장은 국내 중소기업인 오스테오시스가 세계 3대 제조회사다.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 세계 최대 여성질환 전문 의료기기업체인 홀로직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세계 98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세계 일류 제품 만들자” 의기투합

2000년 설립된 오스테오시스는 20여 년간 골밀도 진단기 ‘한 우물’을 팠다. 안영복 오스테오시스 대표는 건국대 전자공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던 1999년 고(故) 이민화 메디슨 회장 요청으로 골밀도 진단기 개발사업에 뛰어들었다. KAIST 대학원 선후배이던 두 사람은 당시 전량 수입하던 골밀도 진단기를 국산화해 세계 일류 제품으로 키워보자며 의기투합했다. 2009년 기존 초음파 방식보다 정밀도를 높인 X선 방식(덱사) 골밀도 진단기를 국내 처음 출시했다. 서로 다른 두 에너지의 X선을 인체에 투과시켜 각 에너지가 뼈 근육 등을 투과하면서 산출해내는 감쇄율을 분석해 측정하는 원리다. 2015년엔 체성분 분석까지 가능한 전신형 골밀도 진단기를 내놓으면서 GE, 홀로직 등과 본격 경쟁했다. 출시 가격을 낮춰 전 세계 골밀도 진단기 대중화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내년엔 X선 노출시간을 최소화한 제품을 선보인다. 더 안전한 고속 스캔 골밀도 진단기로 글로벌 경쟁사들을 추월한다는 계획이다. 이 제품으로 뼈의 밀도를 비롯해 전신의 지방량 및 근육량 등을 3분 만에 분석할 수 있다. 기존 제품은 10분 이상 걸린다. 골다공증은 물론 근감소증 진단도 가능하다. 안 대표는 “기술 초격차를 통해 동급 세계 최상위 기종을 내놓을 것”이라며 “모든 핵심 부품을 자체 생산하고 손목, 발목, 전신형 등 모든 종류의 골밀도 진단기를 갖춘 업체는 세계에서 오스테오시스가 유일하다”고 강조했다.

○NASA·하버드대 등에 쓰인 신제품

오스테오시스는 작년 실험동물용 골밀도 및 체성분 분석기기를 세계 최초로 양산하면서 신시장을 개척했다. 안 대표가 올해 매출이 작년보다 20% 증가할 것으로 자신하는 배경이다. 코로나로 관심이 높아진 각종 백신과 치료제, 의약품 등 개발 과정에서 실험용 동물을 활용하는 ‘전임상시험’은 필수 절차다. 전임상 때마다 실험용 동물의 해부 등 희생이 따르는 것과 달리 오스테오시스 제품은 해부할 필요가 없는 게 장점이다. 세계 각국에서 ‘동물 희생을 최소화한 생태친화적 제품’, ‘연구원들의 피로도가 상당히 줄어들 것’이라는 찬사가 쏟아진 배경이다.

우주에서 실험용 쥐의 골밀도와 근육량을 측정하는 미 항공우주국(NASA) 프로젝트에도 이 회사 제품이 활용됐다. 미국에서 손꼽히는 유명 병원인 뉴욕마운트시나이병원과 뉴욕대, 독일 아헨공대, 일본 도쿄대 등에 수출했고, 미국 하버드대와 일본 교토대 등에도 납품할 예정이다. 안 대표는 “연구소와 제약회사, 대학에서 장차 필수 기기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며 “인체뿐만 아니라 전임상 및 수의과용 체성분 분석 시장에서도 조만간 세계를 선도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오스테오시스는 기술력 있는 영세 의료기기업체를 지원하는 데도 앞장서고 있다. 한국산업단지공단과 서울시가 조성하는 서울디지털산업단지(G밸리) 내 의료기기개발지원센터에 운영위원으로 참여해 각종 노하우를 전수할 예정이다. 이 센터는 중소 의료기기업체를 위해 첨단 의료기기 개발 및 시제품 제작 지원, 임상시험 및 기술사업화 지원 등 업무를 수행할 예정으로 오는 12월 문을 연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