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경제성장률이 이미 정점을 찍었으며 지속적으로 둔화할 것이란 전망이 확산하고 있다. 추가 부양책이 나오기 어려운 상황에서 코로나19 델타 변이 바이러스까지 기승을 부리고 있어서다. 뉴욕증시 상장 기업들의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 행진도 조만간 멈출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美 성장률 2분기 정점론 확산…"3분기 3.5%까지 추락할 수도"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18일(현지시간) 공개한 투자노트에서 올해 미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6.4%에서 6.0%로 낮췄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국의 성장 및 물가에 미치는 델타 변이의 영향이 당초 예상보다 크다”고 조정 이유를 설명했다.

앞서 캐피털이코노믹스는 올해 1, 2분기에 각각 6.3%, 6.5% 상승했던 성장률이 3분기엔 3.5%까지 추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물가가 고공행진을 지속하면서 가계의 실질소득이 쪼그라들 것으로 진단했다.

애틀랜타연방은행이 작성하는 분기 성장률 예측 모델 ‘GDP나우’도 경기 하강을 예고했다. 3분기 성장률 전망치를 이날 6.1%로 하루 만에 0.1%포인트 낮춰 고지했다.

일각에선 미 경제의 둔화 조짐이 이미 2~3개월 전부터 나타났다고 보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등 전문기관들이 2분기 성장률을 7~9%로 높게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6.5%에 그쳤기 때문이다. 마크 잔디 무디스애널리틱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미 경제가 2분기에 정점을 찍은 뒤 확연히 둔화하고 있다”며 “부양책 효과도 서서히 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소비지표 역시 불안감을 키우는 요인이다. 미 상무부 조사 결과 지난달 소매판매는 전달 대비 1.1%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월가 예상치(-0.3%)보다 감소폭이 훨씬 컸다.

미시간대가 매달 공개하는 소비자태도지수도 급락세다. 이달 예비치는 70.2로 팬데믹(대유행) 직후였던 작년 4월 기록(71.8)마저 밑돌았다. 경기 상황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이 비관적으로 바뀌고 있다는 의미다. 손성원 로욜라메리마운트대 교수는 “기준금리가 이미 제로(0) 수준이기 때문에 경기 하강에 대한 대처 방안이 많지 않다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미 중앙은행(Fed)이 다음달 21~22일로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올해 성장률을 큰 폭으로 낮출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Fed의 올해 전망치(7.0%)는 현실적으로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라는 점에서다. 대럴 크롱크 웰스파고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재정 지출, 유동성 공급, 기업 실적 등 모든 면에서 정점을 찍은 것으로 판단한다”고 단언했다. 다만 골드만삭스는 내년 미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4.4%에서 4.5%로 소폭 올렸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