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FI '재고떨이'에…골치 썩는 캘러웨이
미국의 3대 골프 기업인 캘러웨이가 다음달 선보일 골프 반팔 티셔츠 가격은 약 20만원이다. 타이틀리스트, PXG 골프 의류에 버금가는 고가다. 하지만 한성FI가 운영하는 한성몰에선 같은 캘러웨이 로고가 들어간 티셔츠(사진)를 4만원 내외에 구매할 수 있다. 디자인이 다르긴 하지만 동일 종류의 의류에 이중 가격이 형성돼 있는 셈이다.

올해부터 골프 의류 한국 직접 판매에 나선 캘러웨이가 고민에 빠졌다. 한성FI가 작년까지 8년간 갖고 있던 한국 캘러웨이 어패럴 판권을 거둬들이고 직진출로 선회했으나 이중 가격으로 인해 초반 마케팅 전략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어서다. 한성FI는 전국 180여 개 매장 투자 등에 대한 대가로 올 1년에 한해 재고를 소진할 권리를 보장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19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캘러웨이 의류는 유통 채널별로 천차만별이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한성FI로부터 옷을 받아 판매하던 가맹 점주들은 네이버 쇼핑 등에 떨이로 재고를 소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성FI의 공식 홈페이지인 ‘한성몰’에서도 캘러웨이 의류를 적게는 50%에서 많게는 75%까지 할인 판매하고 있다. 소비자는 20만원에 달하는 고가 골프 의류를 약 4만원대에 살 수 있는 셈이다. 한성FI는 “캘러웨이 골프 의류 재고가 소진될 때까지 이벤트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백화점이나 아울렛에서도 마찬가지로 캘러웨이 골프 의류를 3만~4만원대 염가에 팔고 있다.

한성FI로선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한 고육책이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한성FI는 캘러웨이 의류가 국내에 생소하던 2013년 국내 판권을 확보해 시장을 키워왔다. 백화점을 포함해 전국 가두 매장을 통해 판매가 이뤄진 덕분에 캘러웨이 어패럴의 지난해 매출은 약 1400억원을 기록했다. 시장이 커지자 캘러웨이 본사는 계약 연장을 거부하고 판권을 거둬들였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한성FI가 올해 말까지 캘러웨이 의류를 판매할 수 있는 권리가 있어 캘러웨이 본사로서도 별도로 대응할 방법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