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지사(오른쪽)가 19일 서울 여의도동 중소기업중앙회에서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첫 번째) 등 기업인들과 인사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이재명 경기지사(오른쪽)가 19일 서울 여의도동 중소기업중앙회에서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첫 번째) 등 기업인들과 인사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와 이낙연 전 대표 캠프 간 ‘감정싸움’이 이른바 ‘유튜브 언론 조작’ 진실 공방으로까지 번졌다. 이낙연 캠프 측에서 일부 유튜브가 반이낙연·친이재명 방송을 하고 있다며 그 배후로 경기도를 지목하면서다. 캠프 간 공방이 과열되자 여권 내에서도 네거티브 선거전 중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낙연 캠프에서 ‘친이재명 유튜브’ 겨냥

19일 고발뉴스와 열린공감TV 등 시사·정치 분야 유튜브 채널 여섯 곳은 공동 성명을 내고 “이낙연 캠프는 자신들에게 비우호적이라는 이유로 우리를 지목하고 분석한 괴문서를 제작했다”며 “이 전 대표 측은 이 문서에서 몇몇 유튜버에게 경기도 홍보비 수억원이 들어갔다고 주장한다”고 밝혔다.

‘이낙연 후보 비방을 주도하는 유튜브 방송 실태’라는 제목의 이 문건에 따르면 이낙연 캠프 측은 진보 진영 유튜브 채널이 경기도의 홍보비 지원을 받아 이 지사를 칭찬하고 이 전 대표를 비판하는 방송을 하고 있는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문서는 “경기도 홍보비 관련 자료에 따르면 팟캐스트 관련 예산은 2021년 6월까지 2년6개월간 총 4억3500만원, 유튜브 예산은 8억7200만원에 달한다”며 “이들 유튜브는 경기도의 ‘경기불황쇼’ 방송에 연결돼 거액의 출연료를 받고 기본소득 광고를 수주하는 등 지원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이에 해당 유튜브 채널들은 “문건에 거론된 매체 대부분은 경기도는 물론 그 어떤 공공기관으로부터 광고를 받은 적이 없다”며 “이 전 대표는 직접 사죄하고 책임자를 즉시 파면하라”고 요구했다. 배후로 지목된 경기도는 이날 “유튜브 등 뉴미디어 채널에 대한 홍보비가 별도 집행된 것”이라며 “구독자 수와 조회 수에 따라 지급했다”고 반박했다.

이에 이낙연 캠프는 입장문을 내고 “해당 문서는 캠프에서 유튜브 모니터링을 담당하는 이가 일상적 업무수행 차원에서 작성한 것”이라며 “향후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캠프 차원에서 더 세심하게 챙기겠다”고 밝혔다. 이재명 캠프 대변인을 맡은 박성준 의원은 “캠프 측에서 이번 사안을 직접 언급하는 것은 자칫 네거티브로 비칠 수 있다”며 입장 표명을 거부했다.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오른쪽)가 19일 서울 양재동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을 방문해 노조 임원들과 악수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오른쪽)가 19일 서울 양재동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을 방문해 노조 임원들과 악수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이재명 캠프서도 ‘황교익 사태’ 목소리

음식평론가 황교익 씨의 경기관광공사 사장 내정을 둘러싼 후폭풍은 이날도 이어졌다. 황씨는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낙연 캠프 측에서 자신이 일식을 칭찬한 사실을 두고 ‘도쿄나 오사카관광공사에 맞는 분’이라고 지적한 것을 언급한 뒤 “이 전 대표는 사과하라”며 “시민은 항상 정치 권력에 얻어맞고 살아야 되는 건가”라고 말했다. 황씨는 최근 이 전 대표를 거론하며 “정치 생명을 끊겠다”는 막말을 서슴지 않았다.

정책 논쟁이 아니라 ‘블랙리스트 의혹’과 ‘황교익 인사문제’로 네거티브가 번지자 당내에서도 자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고민정 의원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나중에 합쳐야 할 두 캠프가 어떻게 하려고 저렇게 싸우는지 우려하는 지지자가 많다”고 말했다. 윤건영 의원은 페이스북에 “두 진영의 상처가 아물지 않을 것 같아 걱정”이라며 “이제 그만해달라”고 했다. 정치권에서는 윤 의원의 발언에 문재인 대통령의 의중이 담겨 있다는 해석이 나왔다. 윤 의원은 문재인 청와대 초대 국정상황실장 출신으로 ‘문재인의 복심’으로 통한다.

황씨 임명에 대한 비판적 목소리는 황씨를 경기관광공사 사장에 지명한 이 지사 측에서도 나왔다. 이재명 캠프 총괄특보단장인 안민석 의원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황씨의 입장은 이해하지만 이 전 대표의 정치생명을 끊겠다는 발언은 경선정국에 핵폭탄을 투하한 꼴”이라며 “억울하지만 용단이 필요하다”고 자진사퇴를 촉구했다. 다른 캠프 관계자는 “대중에게 ‘비호감 이미지’인 황씨의 임명을 고수하는 것에 대해 캠프 내에서도 불안해하는 목소리가 크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오후 기자들을 만나 “저희 캠프의 책임 있는 분이 (황씨에 대해) 친일 문제를 거론한 것은 지나쳤다고 생각한다”며 수습에 나서는 모습을 보였다. 이후 황씨는 일부 언론에 “경기관광공사의 정상적 운영이 가능할지에 대한 고민이 있다”며 “20일까지 입장을 정하겠다”고 말했다.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는 이해식 의원을 통해 낸 입장문에서 황씨에게 “이번 일로 마음이 많이 상했겠지만 민주당의 정권 재창출을 위해 앞으로도 늘 함께해달라”고 말했다. 민주당 내에서는 이번 논란으로 민주당 전체의 지지율 하락이 우려되자 이해찬 전 대표가 수습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