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라이즌 워크룸'의 가상회의에서 얘기하는 마크 주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 IT 매체 '더 버지' 화면 캡처
'호라이즌 워크룸'의 가상회의에서 얘기하는 마크 주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 IT 매체 '더 버지' 화면 캡처
페이스북이 메타버스(사람들이 VR기기, 영상 통화, 스마트폰, 태블릿 또는 아직 발명되지 않은 스마트 안경 등을 통해 만나고 교류하는 세상) 구현에 한 발짝 다가갔다.

페이스북은 19일(현지시간) 회사 임직원들이 가상현실 공간에서 회의를 할 수 있는 시범 서비스 '호라이즌 워크룸'를 선보였다. 임직원들이 자신의 아바타로 가상 회의 테이블에 앉아서 화상 회의에 참여하는 방식이다. 최대 16명이 가상 회의 테이블에 앉을 수 있다. 페이스북은 2년 6개월 간 호라이즌 워크룸을 개발했다. 페이스북은 이날 "사람들이 만나 일하고 놀 수 있는 디지털 세계인 '메타버스'를 구축하기 위한 작지만 중요한 단계"라고 설명했다.

"영상통화에서 경험할 수 없는 '존재감' 가능"

사용자들은 PC에 워크룸 앱을 설치하고 페이스북의 '오큘러스 퀘스트 2' 헤드셋에서도 앱을 가동해야한다. 헤드셋에서 자신의 아바타를 만들고 채팅방에 입장하면 된다. 컴퓨터에도 연결돼있기 때문에 가상 회의 공간에서 자신의 PC 화면을 확인하고 메모도 할 수 있다. 사용자가 움직이면 아바타도 비슷한 동작을 취하게 된다.

페이스북은 미국 기자들을 초청해 호라이즌 워크룸을 시연했다. 뉴욕타임즈(NYT), 경제방송 CNBC 등에 따르면 회의엔 마크 주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 등 페이스북 임직원과 기자 등이 참여했다. 주커버그는 남색 긴팔 티를 입은 아바타로 등장했다. 페이스북 임원들은 디지털 보드에 그림을 그리고 화면을 공유했다.
호라이즌 워크룸 회의 모습. 페이스북
호라이즌 워크룸 회의 모습. 페이스북
아바타를 통해 회의에 참석한 앤드루 보스워스 페이스북 리얼리티랩 부사장은 "게임이나 오락뿐만 아니라 '좀 더 진지한 일'을 하기 위해선 사람들이 서로 멀리 떨어져 있지만 '존재감'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며 "(워크룸은) 영상통화에서 할 수 없는 다른 일"이라고 말했다. 마크 주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는 "6개월 동안 내부 회의에서 워크룸을 사용했다"며 "전화나 컴퓨터에 구축했던 기존 소셜네트워크 앱보다 더 풍부한 상호작용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회의 참여자들 "VR 헤드셋 쓰고 땀 흘리는 모습이 바보 같다"

가상 회의에 참여한 취재진들은 다양한 반응을 내놨다. CNBC 기자는 "무겁고 땀을 흘리게 하는 헤드셋을 얼굴에 대고 타이핑을 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바보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어떤 면에서는 카메라를 끌 수 있는 영상 채팅을 더 좋아한다"고 평가했다.
오큘러스 VR 헤드셋. 한경DB
오큘러스 VR 헤드셋. 한경DB
아직 '베타 버전'인 관계로 시연 때 몇 가지 문제도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IT 전문매체 '더 버지'에 따르면 회의에 참석한 마크 주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의 아바타는 그가 말할 때 입이 전혀 움직이지 않아 가상 회의실을 나갔다 다시 들어온 것으로 전해졌다. 애플 'M1'칩과 호환되지 않는 점도 부족한 점으로 꼽혔다. 예전보다 많이 떨어진 상태라고는 하지만 개당 '299달러'(약 35만원)에 달하는 VR 헤드셋의 가격도 대중화를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마크 주커버그 "우리는 소셜미디어가 아닌 메타버스 회사"

페이스북은 2010년대 중반부터 메타버스를 미래사업으로 꼽고 투자하고 있다. 2014년엔 가상현실(VR) 헤드셋 스타트업인 오큘러스 VR를 20억달러에 인수했다. 지난 7월엔 메타버스 관련 업무를 담당할 팀을 꾸렸다.

주커버그는 당시 "페이스북은 메타버스 기업이 될 것"이라며 "디지털 상품을 판매해 수익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날도 "내 희망은 앞으로 사람들이 우리를 소셜 미디어 회사가 아니라 진정한 존재감을 제공하는 '메타버스' 회사로 생각하기 시작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리콘밸리=황정수 특파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