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후 서울 시내의 한 시중은행 대출창구의 모습. 사진=뉴스1
11일 오후 서울 시내의 한 시중은행 대출창구의 모습. 사진=뉴스1
시중은행은 물론 농협과 신협, 저축은행 등 전 금융권에서 개인 신용대출 한도가 연봉 수준으로 축소될 전망이다. 늦어도 내달에는 현장에서 개인 신용대출 한도 제한 조치가 적용되도록 한다는 게 금융당국의 목표다. 오는 10월부터는 강제성이 따르는 행정지도와 추가 규제까지 도입할 가능성까지 열어뒀다. 가계대출 증가세를 잡기 위해 보다 강력한 '대출 조이기' 조치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셈이다.

금융당국, 전 금융권 대출문 좁힌다…신용대출 한도 '연봉' 수준 축소

20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 13일 시중은행 여신담당 임원들과 회의에서 신용대출의 개인 한도를 개인 연소득 수준으로 낮춰달라고 요청했다. 구체적으로는 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대상에서 제외된 '1억원 이하 신용대출'과 '전 규제지역 6억원 이하 주택 구매 시 신용대출'의 한도를 연봉의 1배 수준으로 조이라고 주문했다. 현재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한도는 연소득의 1.5∼2배 수준이다.

금감원은 늦어도 다음 달 내로 현장에서 개인 신용대출 한도 제한 조치가 적용되도록 한다는 목표다. 현재는 권고 수준의 조치나, 3분기를 지나는 시점까지 개인 신용대출 한도가 요구에 맞게 제한되지 않을 경우 금융위원회와 협의를 통해 행정지도나 추가 규제까지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금감원 은행감독국 관계자는 "은행권에 권고할 당시 바로 신용대출 규제를 점검하고 현장에 조치를 적용할 것을 권고했다"며 "당장 이달부터 신용대출 상품별 한도에 대해 주의 깊게 살펴볼 예정이며, 조치 불이행 금융사에는 재요청 및 시정을 요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긴급한 조치이다 보니 권고 사안 형식을 띠고 있으나 늦어도 3분기 내에는 무조건 관련 규제가 정착하도록 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며 "해당 시점을 지날 경우 금융위와 협의 중인 행정지도와 추가 규제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 시내 시중은행 대출 창구 모습. 사진=뉴스1
서울 시내 시중은행 대출 창구 모습. 사진=뉴스1
금융당국이 신용대출 한도 축소를 요청한 것은 가계대출을 줄이기 위한 전방위적 규제에도 증가세가 좀처럼 잡히지 않아서다.

앞서 금융당국은 지난해 11월 은행권 신용대출 한도를 연소득의 2배 수준에서 관리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당시 은행권에서 의사, 변호사 등을 상대로 연소득의 최대 2.7배 수준까지 대출이 가능한 상품을 만들었는데, 이 사안이 신용대출이 증가하는 원인일 수 있다고 봐서다.

지난달부터는 개인별 DSR 규제를 강화했다. 1억원을 초과하는 신용대출을 받는 차주에 연소득 대비 대출 원리금 상환액 비중이 40%를 넘길 수 없도록 제한했다. 그러나 1억원 이하 신용대출 상품에는 이런 규제를 적용하지 않았다. 금감원은 이같은 규제망을 피해 신용대출을 받는 차주가 증가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최근 공모주 청약 등 주식 관련 자산 투자 열기가 높아진 점이 신용대출 증가세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달 가계대출 잔액은 15조2000억원 폭증해 지난해 같은 달 대비 10.0% 증가했다. 이 중 카카오뱅크와 HK이노엔 등 공모주 청약 영향으로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은 7조7000억원 불어났다. 이는 지난 6월(3조9000억원) 대비 2배가량 급증한 수치다. 결과적으로는 금융당국이 지난 4월에 내놓은 '가계부채 관리방안'이 전혀 힘을 쓰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금융당국은 은행권뿐만 아니라 저축은행, 농협, 신협, 보험 등 전 금융권으로 신용대출 축소 기준을 설정해 조치할 계획이다. 대출이 막힌 1금융권 고객군이 2금융권으로 이동하는 '풍선효과'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조치다.

현재 2금융권의 신용대출 한도는 업권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으나 연소득의 1.2∼1.8배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조만간 은행권에 이어 2금융권에도 신용대출을 연소득의 1배로 축소하도록 하는 기준을 설정해 전달한다는 방침이다.

금감원 저축은행감독국 관계자는 "풍선효과를 억제하기 위해 전 금융권으로 신용대출 한도 제한 조치가 이뤄질 계획"이라며 "전 금융권에 동일한 규제 수준은 제시할 예정으로, 은행이 더 강력한 조치를 취할 경우 2금융권도 같은 수준의 대출 규제 정책을 도입한다는 방침"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제2금융권 가계대출은 은행권의 가계대출 억제에 따른 풍선효과 영향으로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달 제2금융권의 가계대출 잔액은 5조6000억원 급증했다. 이는 전년 동월 대비 3배를 넘기는 수준이다.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 잔액 증가액은 4조1000억원으로 같은 달 은행의 기타대출 증가액인 3조6000억원을 웃돌았다.

한편, 가계대출 증가세를 줄이라는 금융당국의 압박이 강해지면서 NH농협은행은 이달부터 신규 주택담보대출을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 농협은행은 오는 24일부터 11월 말까지 부동산담보대출 취급을 중단한다. 신규는 물론 기존 대출의 증액, 재약정도 취급하지 않는다. 전세대출도 신규 접수를 받지 않는다. 단 아파트 중도금과 이주비, 잔금에 대한 집단대출과 국가유공자에게 내주는 '나라사랑 대출' 등은 예외로 둔다. 또 23일까지 접수한 대출에 대해선 기존 규정에 따라 심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김수현 한경닷컴 기자 ksoo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