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대권 주자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 6월 이천시 쿠팡 물류센터 화재 당일 경기관광공사 사장으로 내정된 황교익 씨가 운영하는 유튜브 '황교익 TV'에 출연해 촬영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경기도는 20일 설명자료를 내고 "화재 발생 즉시 현장에 반드시 도지사가 있어야 한다고 비판하는 것은 과도한 주장이고 억측"이라면서 "이 지사는 재난 책임자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애끊는 화재 사고를 정치 공격의 소재로 삼는 일이 다시는 없기를 바란다"라고 강조했다.

앞서 여야 대권 주자들은 이 지사를 겨냥해 "소명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의힘 대권 주자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는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재명에게 생사 불명의 소방관보다 황교익 TV가 중요했다"라고 지적했다.

원 전 지사는 "이재명 후보는 하고 싶은 대로 한다. 국민의 안전 문제가 생겨도, 소방관이 위험해도 유튜브가 하고 싶으면 한다"면서 "이런 이재명 후보가 도민에 대한 책임을 운운하는 것이 매우 가증스럽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사 찬스 남용 때문에 자진사퇴하는 것이 아닌, 경기도민이 해고를 해야 할 상황이다. 이재명 후보에게 일말의 양심이라도 있다면 해당 사태에 대해 진솔한 사과를 하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같은 당 대권 주자인 유승민 전 의원 측도 당시 이 지사의 행적과 관련 "도지사의 책임을 버린 것과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유 전 의원 측 이기인 대변인은 논평에서 "지난 6월 쿠팡 이천 물류센터에서 발생한 큰 화재로 인명구조를 위해 고립된 소방관이 숨진 채 발견됐다. 이 지사는 화재가 발생한 당일 김경수 전 지사를 만나기 위해 창원에 있었다고 한다"고 운을 뗐다.

이 대변인은 "문제는 그 이후다. 화재 발생 당일 오전, 순직한 소방관의 고립 사실을 보고 받았음에도 이 지사는 김 지사와의 미팅 이후 경기관광공사 사장 내정자인 황교익 칼럼니스트가 운영하는 '황교익 TV'의 출연을 위해 마산으로 향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 지사가 지켜야 할 본래의 책무는 무엇인가. 정치 행보를 위한 방송 출연인가. 아니면 도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일인가"라고 지적했다.

또 "만약 고립된 소방관의 사투 소식을 인지했음에도 방송 출연을 하고 있었다면 1400만 경기도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질 도지사의 책무를 버린 것과 다름 없다. 그런 사람은 대통령 후보는커녕 도지사 자격도 없다"고 비판했다.
이재명 경기지사가 6월 21일 이천 쿠팡 물류센터 화재현장에서 진화 작업 중 순직한 고(故) 김동식 구조대장(경기 광주소방서)의 영결식에서 헌화, 분향 후 자리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경기지사가 6월 21일 이천 쿠팡 물류센터 화재현장에서 진화 작업 중 순직한 고(故) 김동식 구조대장(경기 광주소방서)의 영결식에서 헌화, 분향 후 자리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이 지사는 관할 행정구역에서 대참사가 난 날, 남의 관할인 창원까지 가서 '정크푸드 시식회'라도 한 것인가"라면서 "그 상황에서 떡볶이가 입으로 넘어가나. 그래서 황 씨를 경기관광공사 사장에 내정한 것인가"라고 꼬집었다.

여권에서도 해명을 요구했다. 민주당 대권 주자인 이낙연 전 대표 측 배재정 대변인 역시 논평을 통해 "경기도 재난재해 총책임자인 이 지사가 화재 사건 당일 황씨와 유튜브 촬영을 강행했다는 언론보도에 국민이 경악하고 있다"라면서 "경기도 재난재해 총책임자로서 도저히 있을 수 없는 무책임하고 무모한 행보"라고 말했다.

이 지사는 "이낙연의 정치 생명을 끊어놓겠다"는 발언으로 논란을 빚다 경기관광공사 사장 후보자에서 자진하여 사퇴한 황 씨와의 문제로 인해 다시 한번 정치권 십자포화의 주인공이 됐다.

이 지사는 지난 2016년 ‘세월호 7시간 관련 직무유기와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박근혜 당시 대통령을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하면서 "300여 국민이 삶과 죽음의 경계에 있을 때, 전 국민이 그 아수라장 참혹한 장면을 지켜보며 애태우고 있을 때, 구조책임자 대통령은 대체 어디서 무얼 했나? 성남시민도 1명 사망 4명 중상의 피해를 입었다. 5천만의 의심과 조롱을 받으면서도 밝힐 수 없는 ‘7시간의 딴짓’을 꼭 밝혀내야 한다"라고 했다.

이 지사가 황 씨와 먹방을 찍던 당일은 오전 5시 35분쯤 발생한 불이 진압되지 않은 데다 진화 작업에 나섰던 50대 소방 구조대장이 실종돼 온 국민이 안타까워하던 상황이었다.

광주소방서 119구조대 김동식 구조대장은 낮 12시 6분쯤 동료 소방관들과 물류센터 지하 2층에 진입한 후 실종됐다가 48시간여 만인 19일에야 숨진 채 발견됐다.

박 전 대통령을 향해 '7시간의 딴짓'이라며 비판했던 이 지사의 발언이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