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 뭘먹지" 고민하던 샐러리맨…'인도판 배민' 창업, 25개국 누비다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디핀더 고얄 조마토 CEO
'인도판 배민' 창업, 25개국 누비다
음식에 '진심'인 직장인
인도 음식배달 시장 양분
ESG 경영에도 적극적
'인도판 배민' 창업, 25개국 누비다
음식에 '진심'인 직장인
인도 음식배달 시장 양분
ESG 경영에도 적극적
'주문하려고 줄 서다가 점심시간이 다 지나가잖아?'
누구보다 음식에 ‘진심’이었던 3년차 직장인 디핀더 고얄(38·사진)은 점심시간마다 구내식당에 몰려드는 인파를 보며 이렇게 생각했다. “구내식당에는 먹을 만한 게 없다”는 동료들의 불평도 그의 귀에 꽂혔다. 고얄은 직장 동료와 함께 주변 음식점의 메뉴, 전화번호 등 각종 정보를 모아 사내 인트라넷에 올려봤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인도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 비상장 스타트업)으로는 최초로 인도 봄베이증시(BSE)에 상장한 ‘인도판 배달의민족’ 조마토의 시작이었다.
대학 졸업 후 베인앤드컴퍼니에서 컨설턴트로 근무하던 고얄은 음식 배달 사업의 잠재력을 확신했다. 그는 2008년 동료 판카지 차다와 함께 조마토의 전신인 푸디베이(Foodiebay)를 창업했다. 극심한 교통 체증 때문에 식사를 위해 차를 몰고 나가길 꺼리던 인도인들은 집에서 편하게 음식을 받을 수 있는 서비스에 열광했다. 고얄은 창업 3년 만인 2011년 투자금 100만달러를 유치했다. 같은 해 그는 음식 사업에 중점을 둔 푸디베이에서 회사명을 조마토로 변경했다. 음식 외 다른 사업으로도 확장하겠다는 고얄의 ‘큰 그림’을 반영한 조치였다.
조마토는 스위기와 더불어 인도의 온라인 음식 배달 시장을 양분하는 과점사업자로 성장했다. 조마토는 터키, 호주, 미국을 비롯한 25개국에 진출하는 등 해외 시장 개척에도 적극적이다. 조마토에 입점한 음식점 수는 인도를 포함해 세계적으로 1억3000여 개다.
지난달 23일 조마토는 인도 유니콘 기업 중 최초로 인도 증시에 상장하는 역사를 썼다. 창업 13년 만에 이뤄낸 성과다. 지난 20일 기준 조마토의 시가총액은 1조루피(약 15조9000억원)다. 조마토가 상장에 성공하면서 고얄의 자산도 대폭 불어났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고얄의 지분율은 4.7%에 달해 조마토 주식으로만 470억루피(약 7500억원)를 보유하고 있다. 이로써 고얄은 30대의 젊은 나이에 인도 억만장자 대열에 합류하게 됐다.
조마토의 성공으로 인도 유니콘 기업들의 증시 상장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고얄은 “인도 기업들이 더 많이 상장해야 한다”며 “그래야 사람들이 돈을 벌고 조마토와 같은 스타트업이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고얄은 조마토의 상장에만 과도한 관심이 몰리는 것을 경계한다. 그는 “우리는 상장과 관련한 소음에서 벗어나 일에 집중하고 있다”며 “달라질 것은 없다”고 했다. 조마토의 시총이 과대평가됐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하지만 의연한 자세로 사업 운영에만 집중하겠다는 뜻이다.
치열한 1위 쟁탈전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고얄이 선택한 전략은 과감한 투자다. 조마토는 지난해 1월 경쟁업체인 우버이츠 인도사업부를 인수하기 위해 그해 매출(3억9400만달러)과 맞먹는 3억5000만달러를 썼다. 그 결과 조마토는 우버이츠의 기존 점유율(12%)을 흡수해 시장 장악력을 높일 수 있었다. 사업 포트폴리오도 음식 배달 너머로 확장하고 있다. 최근 조마토는 인도의 대표 온라인 식료품 배달업체 그로퍼스를 1억달러에 인수했다. 고얄은 인도 매체인 이코노믹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그로퍼스는 인수 가능한 마지막 인도 식료품 회사였다”며 “그로퍼스 인수를 통해 조마토의 미래를 확인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조마토에도 위기가 있었다. 코로나19가 인도를 덮친 지난해 수익성이 악화됐다. 음식점들이 문을 닫은 데다 외식 수요가 줄어든 여파였다. 조마토의 음식점 중개사업에는 악재였다. 고얄은 곧장 새로운 서비스를 내놨다. 코로나19에 감염될지 모른다는 소비자들의 우려를 덜기 위해 조마토 앱으로 식당 주문·결제까지 할 수 있는 ‘비접촉 다이닝’ 서비스를 선보였다. 유연한 위기대응력이 돋보였다는 평가가 나왔다.
고얄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도 적극적이다. 그는 지난 6월 여성을 포용하는 일터를 조성하겠다고 선언했다. 15만 명의 라이더 중 여성 비율을 현재 0.5%에서 올해 안에 10%로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저녁 시간대에는 비대면 배달 서비스를 도입해 여성에게 안전한 근무여건을 조성하기로 했다. 탄소 배출량 감축에도 적극적이다. 배달 오토바이에서 배출되는 탄소를 줄이기 위해 2030년까지 전기 오토바이로 100% 전환하겠다는 계획이다. 고얄은 “이미 몇몇 전기 오토바이 업체와 협력하고 있다”며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인 환경에 기여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
누구보다 음식에 ‘진심’이었던 3년차 직장인 디핀더 고얄(38·사진)은 점심시간마다 구내식당에 몰려드는 인파를 보며 이렇게 생각했다. “구내식당에는 먹을 만한 게 없다”는 동료들의 불평도 그의 귀에 꽂혔다. 고얄은 직장 동료와 함께 주변 음식점의 메뉴, 전화번호 등 각종 정보를 모아 사내 인트라넷에 올려봤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인도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 비상장 스타트업)으로는 최초로 인도 봄베이증시(BSE)에 상장한 ‘인도판 배달의민족’ 조마토의 시작이었다.
인도인 사로잡은 38세 억만장자
고얄 조마토 최고경영자(CEO)는 음식을 향한 애정이 뜨거운 사람이다. 조마토 홈페이지에 ‘난과 함께 먹는 버터치킨커리가 최대 약점(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라고 소개할 정도다. 음식에 대한 관심만큼이나 그의 사업 감각도 뛰어났다. 공대생 시절 피자를 주문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던 그는 음식점 소개 및 음식 배달 사업을 구상하게 됐다.대학 졸업 후 베인앤드컴퍼니에서 컨설턴트로 근무하던 고얄은 음식 배달 사업의 잠재력을 확신했다. 그는 2008년 동료 판카지 차다와 함께 조마토의 전신인 푸디베이(Foodiebay)를 창업했다. 극심한 교통 체증 때문에 식사를 위해 차를 몰고 나가길 꺼리던 인도인들은 집에서 편하게 음식을 받을 수 있는 서비스에 열광했다. 고얄은 창업 3년 만인 2011년 투자금 100만달러를 유치했다. 같은 해 그는 음식 사업에 중점을 둔 푸디베이에서 회사명을 조마토로 변경했다. 음식 외 다른 사업으로도 확장하겠다는 고얄의 ‘큰 그림’을 반영한 조치였다.
조마토는 스위기와 더불어 인도의 온라인 음식 배달 시장을 양분하는 과점사업자로 성장했다. 조마토는 터키, 호주, 미국을 비롯한 25개국에 진출하는 등 해외 시장 개척에도 적극적이다. 조마토에 입점한 음식점 수는 인도를 포함해 세계적으로 1억3000여 개다.
지난달 23일 조마토는 인도 유니콘 기업 중 최초로 인도 증시에 상장하는 역사를 썼다. 창업 13년 만에 이뤄낸 성과다. 지난 20일 기준 조마토의 시가총액은 1조루피(약 15조9000억원)다. 조마토가 상장에 성공하면서 고얄의 자산도 대폭 불어났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고얄의 지분율은 4.7%에 달해 조마토 주식으로만 470억루피(약 7500억원)를 보유하고 있다. 이로써 고얄은 30대의 젊은 나이에 인도 억만장자 대열에 합류하게 됐다.
조마토의 성공으로 인도 유니콘 기업들의 증시 상장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고얄은 “인도 기업들이 더 많이 상장해야 한다”며 “그래야 사람들이 돈을 벌고 조마토와 같은 스타트업이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고얄은 조마토의 상장에만 과도한 관심이 몰리는 것을 경계한다. 그는 “우리는 상장과 관련한 소음에서 벗어나 일에 집중하고 있다”며 “달라질 것은 없다”고 했다. 조마토의 시총이 과대평가됐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하지만 의연한 자세로 사업 운영에만 집중하겠다는 뜻이다.
과감한 M&A로 승부수…이제는 ESG 경영
인도의 음식 배달 시장 규모는 지난해 기준 43억5000만달러(약 5조1400억원)다. 시장 크기만큼이나 경쟁도 치열하다. 일본 소프트뱅크그룹이 투자한 경쟁사인 스위기의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47%로 조마토보다 2%포인트 높다.치열한 1위 쟁탈전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고얄이 선택한 전략은 과감한 투자다. 조마토는 지난해 1월 경쟁업체인 우버이츠 인도사업부를 인수하기 위해 그해 매출(3억9400만달러)과 맞먹는 3억5000만달러를 썼다. 그 결과 조마토는 우버이츠의 기존 점유율(12%)을 흡수해 시장 장악력을 높일 수 있었다. 사업 포트폴리오도 음식 배달 너머로 확장하고 있다. 최근 조마토는 인도의 대표 온라인 식료품 배달업체 그로퍼스를 1억달러에 인수했다. 고얄은 인도 매체인 이코노믹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그로퍼스는 인수 가능한 마지막 인도 식료품 회사였다”며 “그로퍼스 인수를 통해 조마토의 미래를 확인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조마토에도 위기가 있었다. 코로나19가 인도를 덮친 지난해 수익성이 악화됐다. 음식점들이 문을 닫은 데다 외식 수요가 줄어든 여파였다. 조마토의 음식점 중개사업에는 악재였다. 고얄은 곧장 새로운 서비스를 내놨다. 코로나19에 감염될지 모른다는 소비자들의 우려를 덜기 위해 조마토 앱으로 식당 주문·결제까지 할 수 있는 ‘비접촉 다이닝’ 서비스를 선보였다. 유연한 위기대응력이 돋보였다는 평가가 나왔다.
고얄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도 적극적이다. 그는 지난 6월 여성을 포용하는 일터를 조성하겠다고 선언했다. 15만 명의 라이더 중 여성 비율을 현재 0.5%에서 올해 안에 10%로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저녁 시간대에는 비대면 배달 서비스를 도입해 여성에게 안전한 근무여건을 조성하기로 했다. 탄소 배출량 감축에도 적극적이다. 배달 오토바이에서 배출되는 탄소를 줄이기 위해 2030년까지 전기 오토바이로 100% 전환하겠다는 계획이다. 고얄은 “이미 몇몇 전기 오토바이 업체와 협력하고 있다”며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인 환경에 기여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