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 버젓이 옆에 두고 다른 남자와 데이트…이건 바람 아냐? [연계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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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의 연계소문]
연(예)계 소문과 이슈 집중 분석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 '봇물'
'환승'·'체인지 데이트' 등 설정 더해져
"드라마보다 더 강하게 감정이입"
선정성·도덕성 문제 지적받기도
"프로그램 진정성 우선해야"
연(예)계 소문과 이슈 집중 분석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 '봇물'
'환승'·'체인지 데이트' 등 설정 더해져
"드라마보다 더 강하게 감정이입"
선정성·도덕성 문제 지적받기도
"프로그램 진정성 우선해야"
한 여자가 어떤 남자와의 데이트를 회상하며 "결혼하고 싶은 사람"이라고 말했다. 평범한 연인의 이야기인가 싶지만 반전이 있다. 남자에겐 여자친구가 따로 있었다. 이를 들은 여자친구는 환하게 웃으며 "결혼하시라"고 받아쳤다. 할리우드의 이야기인가? 아니다. 국내 예능 프로그램에서 나온 장면이다. 대체 이게 무슨 상황일까.
최근 비연예인들이 출연하는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봇물처럼 쏟아져 나왔다. 생소한 일은 아니었다. SBS '짝'부터 채널A '하트시그널', Mnet '러브캐처' 등 그간 연예인이 아닌 출연자들을 한곳에 모아놓고 이성과의 미묘한 관계, 이른바 '썸'을 좇는 프로그램은 많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분위기가 조금 다르다. 연인이 버젓이 있는데도 다른 사람과 데이트를 한다. 이건 바람이 아닌가 생각이 들려는 순간, 출연자들은 '우린 어차피 헤어질 위기에 있는 사람들이지 않으냐'는 식의 말을 반복한다. '이별이 과연 옳은 것인가'에 대한 해답을 '다른 사람에게 설렘을 느끼느냐'로 판단하겠다는 이야기가 오간다. 괜스레 보는 사람까지 혼란해지기 시작한다.
앞서 언급한 장면은 카카오TV '체인지 데이즈' 최신 회차에 담긴 내용이다. '체인지 데이즈'는 카카오TV가 선보이는 오리지널 콘텐츠로 이별이 코앞에 닥친 위기의 커플들이 제주도에 모여 서로 연인을 바꿔 데이트를 해보고 최종적으로 마음을 결정한다는 콘셉트다.
콘셉트가 파격적이다 보니, 첫 방송부터 당황스러움의 연속이다. 내 연인을 옆에 앉혀두고 새롭게 등장한 다른 이성을 힐끔 엿본다. 난생처음 보는 구도와 분위기에 출연자들도, 이를 보며 상황을 중계하는 패널들도, 화면으로 보고 있는 시청자들도 신기하고 새롭다는 반응을 보인다. 티빙의 오리지널 콘텐츠 '환승연애'도 마찬가지다. '환승연애'는 이미 헤어진 커플들이 모여 지나간 사랑을 되짚고, 새로운 사랑을 찾아 나간다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전 연인과 다시 마주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놀라운데, 그 안에서 여러 복잡 미묘한 관계가 형성된다.
'환승연애'를 시청 중이라는 30대 공모 씨는 "기존의 연애 리얼리티는 아예 초면인 사람들이 모였던 반면, 이 프로그램은 헤어진 커플들이 한 집에 모였다는 점에서 흥미를 유발했다. 현실적인 이야기라서 픽션인 드라마보다 더 강하게 감정이입하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 프로그램들은 모두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에피소드가 공개될 때마다 온라인상에서의 반응이 아주 뜨겁다. TV가 아닌,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방송되고 있음에도 입소문을 타고 놀라운 화제성을 자랑하고 있다. '체인지 데이즈'는 누적 조회 수가 3000만 회를 훌쩍 넘겼고, 공식적으로 조회 수를 공개하지 않는 '환승연애'도 유튜브, 네이버TV 등에 올라온 클립 영상의 조회 수가 2000만 회를 넘겼다.
이 밖에 돌싱들의 이야기를 담은 MBN '돌싱글즈', 과거 '짝'을 연출했던 남규홍 PD가 만들어 리얼리티를 강조, 실제 결혼한 커플까지 배출한 NQQ채널·SBS 플러스 '나는 솔로' 등도 인기몰이 중이다.
'나는 솔로' 시청자인 30대 김모 씨는 "옛날 '짝' 느낌이 나더라. 드라마 같은 아름다운 영상미를 가미한 프로그램들과 달리 이건 오히려 극히 현실적이라 보게 됐다. 숙소도 대학생 시절 엠티 갔을 때의 기억이 떠오를 정도로 날 것의 느낌이라 웃으면서 재미있게 봤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남의 연애'를 관찰하는 것에 흥미를 느끼는 걸까.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한경닷컴과의 전화 통화에서 "'부캐(부캐릭터)'라는 말이 있지 않느냐. 예전에는 다양한 인격이나 특성을 원하는 욕망을 표현하는 것에 수줍어했던 반면, 요즘 젊은 세대들은 나와 이질적이고 다른 특성에 대해 적극적으로 감정이입을 하고 동일시한다"고 진단했다.
이어 "변하고 싶어 하는 욕망을 잘 채워주는 일종의 대리만족"이라며 "특히 이러한 관찰 예능은 먼 나라의 얘기가 아니고 출연자들도 우리와 비슷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나오기 때문에 동일시 효과가 더 크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화제성만큼이나 프로그램의 선정성, 도덕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이전과는 차별화되어야 하니 상식적이고 윤리적인 선에서 벗어나는 범위까지 포함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선정적인 포맷을 내세우면서도 막상 내용은 그렇지 않은 경우들이 많다. 결국 논란을 유도하는 포맷을 만들어 시청률만 높이려 한다는 게 문제인 것 같다"고 생각을 밝혔다.
김 평론가는 프로그램의 진정성을 강조했다. 그는 "사랑을 찾는다기보다는 연애 리얼리티 자체가 놀이화하는 것 같아 아쉽다. 다양한 시도를 하는 것은 좋지만 출연자들에게 맞는 사랑을 찾아주고 책임지려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짚었다.
과거 연애 리얼리티에 출연했던 이들이 연예인으로 데뷔하는 경우도 많았다. 이에 대해서도 "정말 프로그램의 취지에 부합하는 사람들이 나와야 한다. 시청자들을 우롱하고 실망하게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최근 비연예인들이 출연하는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봇물처럼 쏟아져 나왔다. 생소한 일은 아니었다. SBS '짝'부터 채널A '하트시그널', Mnet '러브캐처' 등 그간 연예인이 아닌 출연자들을 한곳에 모아놓고 이성과의 미묘한 관계, 이른바 '썸'을 좇는 프로그램은 많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분위기가 조금 다르다. 연인이 버젓이 있는데도 다른 사람과 데이트를 한다. 이건 바람이 아닌가 생각이 들려는 순간, 출연자들은 '우린 어차피 헤어질 위기에 있는 사람들이지 않으냐'는 식의 말을 반복한다. '이별이 과연 옳은 것인가'에 대한 해답을 '다른 사람에게 설렘을 느끼느냐'로 판단하겠다는 이야기가 오간다. 괜스레 보는 사람까지 혼란해지기 시작한다.
앞서 언급한 장면은 카카오TV '체인지 데이즈' 최신 회차에 담긴 내용이다. '체인지 데이즈'는 카카오TV가 선보이는 오리지널 콘텐츠로 이별이 코앞에 닥친 위기의 커플들이 제주도에 모여 서로 연인을 바꿔 데이트를 해보고 최종적으로 마음을 결정한다는 콘셉트다.
콘셉트가 파격적이다 보니, 첫 방송부터 당황스러움의 연속이다. 내 연인을 옆에 앉혀두고 새롭게 등장한 다른 이성을 힐끔 엿본다. 난생처음 보는 구도와 분위기에 출연자들도, 이를 보며 상황을 중계하는 패널들도, 화면으로 보고 있는 시청자들도 신기하고 새롭다는 반응을 보인다. 티빙의 오리지널 콘텐츠 '환승연애'도 마찬가지다. '환승연애'는 이미 헤어진 커플들이 모여 지나간 사랑을 되짚고, 새로운 사랑을 찾아 나간다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전 연인과 다시 마주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놀라운데, 그 안에서 여러 복잡 미묘한 관계가 형성된다.
'환승연애'를 시청 중이라는 30대 공모 씨는 "기존의 연애 리얼리티는 아예 초면인 사람들이 모였던 반면, 이 프로그램은 헤어진 커플들이 한 집에 모였다는 점에서 흥미를 유발했다. 현실적인 이야기라서 픽션인 드라마보다 더 강하게 감정이입하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 프로그램들은 모두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에피소드가 공개될 때마다 온라인상에서의 반응이 아주 뜨겁다. TV가 아닌,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방송되고 있음에도 입소문을 타고 놀라운 화제성을 자랑하고 있다. '체인지 데이즈'는 누적 조회 수가 3000만 회를 훌쩍 넘겼고, 공식적으로 조회 수를 공개하지 않는 '환승연애'도 유튜브, 네이버TV 등에 올라온 클립 영상의 조회 수가 2000만 회를 넘겼다.
이 밖에 돌싱들의 이야기를 담은 MBN '돌싱글즈', 과거 '짝'을 연출했던 남규홍 PD가 만들어 리얼리티를 강조, 실제 결혼한 커플까지 배출한 NQQ채널·SBS 플러스 '나는 솔로' 등도 인기몰이 중이다.
'나는 솔로' 시청자인 30대 김모 씨는 "옛날 '짝' 느낌이 나더라. 드라마 같은 아름다운 영상미를 가미한 프로그램들과 달리 이건 오히려 극히 현실적이라 보게 됐다. 숙소도 대학생 시절 엠티 갔을 때의 기억이 떠오를 정도로 날 것의 느낌이라 웃으면서 재미있게 봤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남의 연애'를 관찰하는 것에 흥미를 느끼는 걸까.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한경닷컴과의 전화 통화에서 "'부캐(부캐릭터)'라는 말이 있지 않느냐. 예전에는 다양한 인격이나 특성을 원하는 욕망을 표현하는 것에 수줍어했던 반면, 요즘 젊은 세대들은 나와 이질적이고 다른 특성에 대해 적극적으로 감정이입을 하고 동일시한다"고 진단했다.
이어 "변하고 싶어 하는 욕망을 잘 채워주는 일종의 대리만족"이라며 "특히 이러한 관찰 예능은 먼 나라의 얘기가 아니고 출연자들도 우리와 비슷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나오기 때문에 동일시 효과가 더 크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화제성만큼이나 프로그램의 선정성, 도덕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이전과는 차별화되어야 하니 상식적이고 윤리적인 선에서 벗어나는 범위까지 포함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선정적인 포맷을 내세우면서도 막상 내용은 그렇지 않은 경우들이 많다. 결국 논란을 유도하는 포맷을 만들어 시청률만 높이려 한다는 게 문제인 것 같다"고 생각을 밝혔다.
김 평론가는 프로그램의 진정성을 강조했다. 그는 "사랑을 찾는다기보다는 연애 리얼리티 자체가 놀이화하는 것 같아 아쉽다. 다양한 시도를 하는 것은 좋지만 출연자들에게 맞는 사랑을 찾아주고 책임지려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짚었다.
과거 연애 리얼리티에 출연했던 이들이 연예인으로 데뷔하는 경우도 많았다. 이에 대해서도 "정말 프로그램의 취지에 부합하는 사람들이 나와야 한다. 시청자들을 우롱하고 실망하게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