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토론회 생중계 늘어
네거티브 공방 갈수록 치열
향후 경제상황도 영향 불가피
집값 진정 안되면 여권에 불리
文대통령 높은 지지율 변수
2030세대 票心 향방도 관심
(1) 대선 후보 토론회
![](https://img.hankyung.com/photo/202108/AA.27270738.1.jpg)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토론회는 직접 본 시청자뿐 아니라 방송, 신문, SNS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접한 유권자에게까지 영향을 미친다”며 “2017년 대선 초반까지만 해도 승승장구하던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TV 토론회에서 ‘MB 아바타’라는 딱지가 붙은 뒤 지지율이 곤두박질친 사례가 대표적”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안 대표의 지지율은 3주일 만에 37%(갤럽 기준)에서 19%로 반토막 났다. 정치 신인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최재형 전 감사원장에 대해 “토론회 한두 번 나오면 밑천이 드러날 것”이라는 비아냥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2) 네거티브 공방
상대 후보에 대한 흑색선전, 중상모략 등 네거티브 공세는 단기 선거전에서 상대방에게 타격을 줄 수 있는 효율적인 무기다. 여권 경선 후보들이 지지율 1위인 이재명 경기지사를 향해 ‘형수 욕설’ ‘지사 찬스’ ‘보은 인사’ 등 부정적인 프레임을 씌우려는 시도가 지속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윤 전 총장은 부인과 처가의 각종 의혹이 네거티브의 단골 소재다. 윤 전 총장 부인인 김건희 씨의 결혼 전 사생활 의혹이 서울 종로의 한 서점 벽화(쥴리 벽화)로 등장해 사회적 논란이 되기도 했다. 정치권에선 민주당이 오는 11월 이후 본선에서 그동안 준비한 파일들을 하나둘씩 꺼내놓을 것으로 보고 있다.
네거티브 공세의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 지사는 ‘형수 욕설’과 같은 자극적인 공세에도 여권 내 지지율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민주당은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에 대해 ‘페라가모 구두’ ‘내곡동 땅 셀프특혜’ 의혹 등을 제기했지만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이재명의 형수 욕설, 윤석열의 쥴리 논란 등 네거티브 소재는 현재 지지율에 모두 반영돼 있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라며 “이보다는 후보로서 자질과 역량, 국정 운영 신뢰도 등이 유권자에게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성태 전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당내 경선에서도 당원들은 후보의 본선 경쟁력을 우선 따져본다”며 “그런 측면에서 집토끼보다는 중도 확장에 집중하는 전략을 우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네거티브 공방이 과열될 경우 경선 결과에 불복하는 후보가 나올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이미 민주당 경선에선 “이재명 후보가 본선 후보가 된다면 (원팀을) 장담할 수 없다”는 이낙연 후보 캠프 측 설훈 의원의 발언이 경선 불복 논란을 낳기도 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김동연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제3지대에 머물면서 캐스팅보트를 노리는 것도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두고 있어서다.
(3) 코로나19 방역과 경제
향후 6개월간 경제 상황도 대통령 선거에 미칠 주요 변수로 꼽힌다. 특히 집값 급등세가 올 하반기까지 이어지면 여권 후보에 불리하다는 시각이 많다. 집이 없는 유권자와 집값이 덜 오른 지방 유권자들의 상대적 박탈감이 커진다는 이유에서다.코로나19로 인한 폐업과 실직이 급증하면서 포퓰리즘에 기반한 선전·선동이 득세할 수 있다는 경고도 있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1930년대 독일의 히틀러가 ‘1당 독재’를 할 수 있었던 요인 중 하나는 1928년부터 시작된 대공황”이라며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위기에선 이 지사와 같은 포퓰리스트들이 더 주목받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대내외 불확실한 경제 여건으로 ‘돌발 악재’가 터져나올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4월 재·보궐선거 직전 불거진 ‘LH 사태’가 대표적인 사례다.
(4) 文 국정지지율 향방
정권 말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도 선거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보궐선거 때 ‘30% 콘크리트 지지율’이 무너졌던 문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은 최근 각종 조사에서 40% 안팎까지 올랐다. 당장 이재명·이낙연·정세균·추미애 등 민주당 주요 후보 모두 대통령의 지지 기반인 친문의 표심을 공략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이에 대해 정치컨설팅그룹 민의 박성민 대표는 “유권자들이 야당을 더 좋은 대안으로 보지 않기 때문”이라며 “국민은 문재인 정부의 무능, 무책임에 질렸지만 국민의힘이 집권해도 내 삶이 좋아질 것이라는 확신이 들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런 현상이 고착화되면 변화를 바라는 유권자들의 기대가 야당 후보가 아닌 여당 후보로 갈 수 있다는 게 박 대표의 추론이다. 여권 1위 후보인 이 지사는 능력과 패기를 앞세워 문재인 정부와 차별화를 시도할 수 있다. 과거 대선에서 김대중(15대)·노무현(16대) 전 대통령, 이명박(17대)·박근혜(18대) 전 대통령의 당선은 여당 내 권력 교체였다.(5) 2030세대 표심
2030세대는 모든 대선 후보가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해 총선에서 민주당을 지지한 상당수 20대 남성 유권자가 불과 1년 뒤 치러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으로 돌아섰다. 정치권은 이들에 대해 “표심 자체가 유동적인데 제대로 예측하기도 어렵다”고 평가한다. 윤 전 총장이 최근 SNS에 애완견 ‘토리’와 함께 누워 있는 사진을 올려 역효과를 본 게 대표적이다. 검사 출신의 강성 이미지에 변화를 주기 위한 시도였지만, 2030세대로부터 “과장되고 억지스럽다”며 거센 역풍을 맞았다. 국민의힘의 한 관계자는 “웬만한 말실수보다 지지율 하락폭이 컸다고 들었다”며 “관련 팀이 ‘싹’ 바뀌었다는 얘기도 있다”고 전했다.함성득 한국대통령학연구소 이사장은 “우리나라 대선의 결과는 미래 지향적이라기보다 과거 지향적이었다”며 “문재인 정부에서 드러난 기득권의 위선과 내로남불을 청산할 수 있는 후보가 표를 더 얻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좌동욱/오형주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