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서울 종로의 한 식당 직원이 가게 입구에 바뀌는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이 적힌 안내문을 붙이고 있다. 오는 23일부터 2주간 수도권 등 거리두기 4단계 지역에서 오후 6시 이후에도 최대 4명이 식당과 카페에서 모일 수 있다. /김범준 기자
20일 서울 종로의 한 식당 직원이 가게 입구에 바뀌는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이 적힌 안내문을 붙이고 있다. 오는 23일부터 2주간 수도권 등 거리두기 4단계 지역에서 오후 6시 이후에도 최대 4명이 식당과 카페에서 모일 수 있다. /김범준 기자
정부가 한 달여 만에 ‘백신 접종 인센티브’를 되살린 건 고강도 방역조치의 효과가 한계에 다다랐다는 판단에서다. 수도권에선 6주간 거리두기 4단계가 지속되면서 ‘방역 일탈’이 잇따르고 있다. 2주 전 ‘수도권 확진자를 800명대로 줄이겠다’는 당국의 목표가 무색하게 수도권 내 주간 하루평균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915.1명(7월 30일~8월 5일)에서 1094명(8월 13~19일)으로 늘었다.

방역당국이 이번에 내놓은 사회적 거리두기 조정안에 ‘당근(사적 모임 제한 완화)’과 ‘채찍(식당·카페 운영 1시간 단축)’이 동시에 담긴 배경이다. 마스크를 벗는 상황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방역 피로감을 덜어줌으로써 거리두기 효과를 높이겠다는 취지다.

○편의점도 밤 9시까지만 취식

"거리두기 완화할 때 아니다"…접종자에 '당근' 주고 영업시간 단축
20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번 조정안에서 가장 많이 변화하는 건 식당·카페다. 운영시간과 인원 제한이 모두 바뀐다. 현행 거리두기 4단계에서 식당·카페는 밤 10시까지 매장을 운영할 수 있지만, 오는 23일부터는 밤 9시 이후 배달·포장만 허용된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이들 시설의 특성상 음식을 먹을 때 마스크를 계속 착용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방역적으로 취약하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대신 인원 제한은 완화됐다. 식당·카페에선 저녁 6시가 지나도 백신 접종을 완료했다면 최대 4명까지 모일 수 있도록 했다. 단 이 경우에도 백신 미접종자 또는 1차 접종자가 2명을 초과해선 안 된다. 편의점 역시 4단계에선 밤 9시 이후 취식이 금지된다. 야외 테이블과 의자도 사용할 수 없다.

노래연습장, 실내체육시설 등 기타 다중이용시설은 기존 수칙이 그대로 유지된다. 4단계 지역에선 밤 10시까지 운영할 수 있고, 저녁 6시 이후 2명까지만 모일 수 있다. 백신 접종자에 대한 사적 모임 제한 완화 조치는 적용되지 않는다. 현재 4단계를 시행하는 지역은 서울 인천 경기 대전 부산 제주 등이다. 수도권의 경우 접종을 완료한 사람은 접종 대상자 1500만 명 중 530만 명이다. 이 중 3분의 1가량이 70세 이상으로 추산된다.

3단계 이하 지역에선 원칙적으로 백신 접종 인센티브가 유지된다. 예컨대 사적 모임이 4명까지로 제한되는 3단계에선 미접종자 4명과 접종 완료자 6명 등 10명이 모일 수 있다.

○18~49세 접종 예약률 오르나

방역당국은 백신 인센티브를 통해 백신 접종률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 9일 시작된 18~49세 일반국민 예약률은 19일 기준 60%를 겨우 넘겼다.

하지만 이날 방역당국이 백신 접종 완료자에 대한 혜택을 되살리면서 접종 수요가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김기남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 접종기획반장은 “10월 첫 주께 접종 완료율이 50%를 넘어설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 같은 조치는 국내에서 백신을 맞은 사람에게만 해당된다. 해외에서 아스트라제네카(AZ)·화이자·모더나·얀센 등을 맞았다면 사적 모임 면제 혜택을 받을 수 없다. 당국은 방역수칙을 위반한 사람에게 부과하는 과태료를 현행 10만원에서 추가 인상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접종률 높아져도 강력한 거리두기 필요”

백신 인센티브와 별개로 고강도 거리두기 조치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방역당국은 일단 2주간 현행 거리두기 조치(수도권 4단계·비수도권 3단계)를 연장한 뒤 상황을 보고 추가 연장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하지만 2주 뒤에도 거리두기 조치를 완화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제2부본부장도 이날 브리핑에서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더라도 강력한 거리두기를 철저하게 유지해야만 코로나19 확산을 억제할 수 있을 것”이라며 “거리두기 완화는 좀 더 천천히 가는 게 안전하다”고 했다.

의료계 일각에선 백신 인센티브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유행하면서 백신을 접종받고도 코로나19에 걸리는 ‘돌파감염’이 늘고 있어서다. 마상혁 경남도의사회 감염병대책위원장은 “백신 접종자에게 방역 혜택을 주려면 백신 접종 완료 시 전파력 감소 효과, 돌파감염 비율 등 구체적인 근거를 들어 결정해야 한다”고 했다. 김남중 서울대 의대 내과학교실 교수는 “앞으로 거리두기 단계를 낮출 방안은 무엇인지 국민에게 출구 전략을 알려줘야 한다”고 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