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은행에서 신용대출을 신규로 취급할 때 심사 기준을 현행보다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전세자금·집단대출, 2금융권 대출 등을 억제하는 카드도 만지작거리고 있다.

20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최근 가계 대출 증가율이 높은 업권과 금융회사를 잇따라 소집해 ‘철저한 관리’를 주문하고 있다. 연간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약 5~6%)를 이미 넘긴 농협은행, 농협중앙회 등은 이날 오전 금융위 담당자들과 만나 대책 회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신금융협회 등 일부 금융업권 협회에도 “자체적인 대출 억제책을 마련해달라”는 요구가 전달됐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가계대출 증가세를 억제하는 것이 하반기 금융정책의 핵심”이라며 “우선 각 금융사에 대해 연간 대출 증가율 목표에 맞춰 자금을 운용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금융당국의 이 같은 요구가 아직 법적인 강제가 없는 ‘협조 요청’에 머무르고 있지만 파장은 작지 않다. 마이너스통장 한도를 연소득의 100% 이내로 제한하는 조치가 대표적이다. 압박에 못 이긴 각 은행은 마이너스통장 만기를 맞은 개인 차주를 대상으로 한도를 축소하고 금리를 높이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이달 중순 금감원과 간담회에서 언급된 대책이 창구에서 바로 현실화되는 모양새”라며 “당국이 주담대에 대한 기존 주택 처분 약정 이행 등 사후관리도 강화해줄 것을 ‘협조 요청’한 만큼 이 부분도 곧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고승범 금융위원장 후보자가 이달 말 청문회를 마치고 공식 취임하는 대로 강도 높은 추가 대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은행의 대출 심사 문턱을 높이는 조치가 유력한 방안으로 거론된다. 반면 아파트 가격별·지역(투기지구 등)별 추가 대출 규제는 현실화될 가능성이 낮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주택 가격이나 입지에 따라 대출을 더 조이는 것은 실익이 별로 없다고 본다”며 “개별 금융사에서 대출 문턱을 높여 수요를 줄이는 방법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대출 심사에서 ‘컷오프(거절)’ 기준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게 은행권 얘기다. 금융사가 신용대출을 내줄 땐 개인의 연소득, 직장 재직기간 및 직위, 기존 대출 상환이력 등 신용정보를 활용한다. 이 지표를 점수화해 대출 가능 여부와 금리, 한도 등을 평가하는 식이다.

그러나 심사를 대폭 강화한다면 현 직장 재직기간이 1년 이하거나 이직이 잦은 신청자의 대출 한도가 크게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 대출자에게 불리하게 적용되는 과거 연체 점수, 대출 규모 등 가중치를 조정하는 방식으로 대출 탈락자를 늘릴 수도 있다. 은행 관계자는 “대출 규제를 너무 단기간에 강력하게 밀어붙이면 필요가 없는데도 먼저 대출을 받아두려는 ‘가수요’가 발생하면서 오히려 혼란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소람/김대훈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