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닷없는 '도미노 대출중단' 쇼크
농협은행이 주택담보대출을 전격 중단한 데 이어 우리은행, SC제일은행 등도 신규 부동산담보 대출을 한시 중단했다. 농협상호금융(지역농협)은 다음주부터 신규 오피스텔 담보 대출과 아파트 집단 대출을 막기로 했다. 금융당국이 제시한 대출총량 가이드라인(대출 증가율 6% 한도)을 초과했기 때문이다. 정부 규제로 ‘대출 대란’이 발생하자 실수요자들은 “은행들이 돈이 없는 것도 아닌데 왜 대출을 못하게 막느냐”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오는 9월 말까지 신규 전세대출을 제한하기로 했다. 3분기 전세대출 한도를 모두 소진했기 때문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지난 19일 추가로 2000억원을 배정했지만 한 시간 만에 모두 소진돼 중단이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SC제일은행은 대표 주택담보대출 상품인 ‘퍼스트홈론’ 중 신잔액 기준 코픽스 연계상품의 취급을 중단했다. 전세대출인 ‘퍼스트전세보증론’은 영업점장 전결 우대금리 혜택을 줄여 금리를 높이는 방식으로 신규 수요를 줄이기로 했다. 국민·신한·하나은행 등은 아직 별 조치를 하지 않고 있지만, 다른 은행의 대출 중단으로 인한 ‘풍선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게 업계 얘기다. 한 은행 관계자는 “농협·우리은행 등에서 대출이 거절된 소비자들의 창구 문의가 급증하고 있다”며 “다른 은행 대출 수요가 급격히 옮겨올 수 있는 만큼 대출 증가세를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했다.

2금융권도 급격한 대출 증가세를 막기 위해 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다. 지역농협은 23일부터 오피스텔 등 일부 주택담보대출 취급을 제한하고, 아파트 집단대출 신규 승인도 중단하기로 했다.

금융사들의 연쇄적인 대출 중단은 향후 고강도 대출 규제의 ‘예고편’에 불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위원회는 고승범 위원장 후보자의 취임 이후인 9월부터 추가 가계대출 규제를 내놓을 계획이다. 금융당국의 한 고위 관계자는 “가계 부채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다양한 대출 억제책을 총망라할 것”이라며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보다 단기 상승세가 가파른 전세·집단대출에 대한 별도의 관리 대책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김대훈/박진우/정소람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