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오케스트라 단원 개인연습도 근로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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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법, 1심 이어 2심서도 근로자 손
서울시향에서 '연차수당 지급' 소송
단원 연습은 개인 아닌 시향 위한 것
개인연습 시간 입증 어려워도 간주근로 적용
서울시향에서 '연차수당 지급' 소송
단원 연습은 개인 아닌 시향 위한 것
개인연습 시간 입증 어려워도 간주근로 적용
서울시립교향악단 예술단 단원들이 개인연습을 한 시간도 근로한 것으로 간주해야 한다는 고등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고등법원은 지난 8월 13일, 강 모씨 등 서울시립교향악단 단원들이 서울시향을 상대로 청구한 임금(연차수당지급) 청구 소송에서 "단원이 출근하지 않고 개인연습을 하는 날도 출근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판단해 1심과 같이 근로자 측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시향은 운영규정에서 근로기준법에 따라 '직원이 1년간 80% 이상 출근한 때에는 15일 유급휴가를 준다'는 규정을 두고 있었다. 근로자들은 서울시향이 15일의 연차휴가를 인정하지 않고 연차휴가 수당을 지급하지 않았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시향 측은 "공연이나 전체연습에 참석하지 않고 개인연습을 한 날은 근로를 제공한 게 아니다"라며 "따라서 1년간 80% 이상 출근한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연차휴가 수당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맞섰다.
하지만 법원은 1심에 이어 근로자 측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예술분야 근로자는 이미 완성된 기량을 바탕으로 노동을 제공하고 대가를 받는 일반적인 근로자와 다르다"며 "특별한 기능을 유지하다 공연에서 발휘해야하기 때문에, 기량 유지는 근로자 자신 보다 사용자의 이익을 위한 측면이 크다"라고 판단했다.
이어 "근로계약서에 따르면 근무장소도 서울시향이 정하고, 근로시간도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주40시간을 원칙으로 하되 시향이 조정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면서 "공연 특성상 필연적으로 개인연습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므로, 근로시간을 공연과 전체 연습만으로 한정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사측이 개인 연습을 지시·감독했다고도 판단했다. 법원은 △개인연습시설이 별도로 없어서 집이나 다른 장소에서 수시로 개인 연습을 해야 하는 점 △서울시향 측이 전체연습을 통해 악보 연주에 숙달됐는지 확인한 점 △단원들의 예능도와 근무태도를 평가하고 평가를 위한 연습을 지시한 점 △단원이 연주능력과 성적이 부족한 경우 해고 징계를 하게 돼 있는 점 등을 고려해 사실상 개인 연습도 사용자의 지휘·감독 하에 있는 근무시간이라고 판단했다.
시향 측은 단원들이 개인연습을 했다는 증거가 없다고도 주장했지만, 법원은 일축했다. 재판부는 "개인연습 시간은 근로자가 출장이나 그 밖의 사유로 근로시간 전부 또는 일부를 사업장 밖에서 근로해 근로시간을 산정하기 어려운 경우"라며 "간주근로시간제를 적용해 노사가 합의한 소정근로시간을 일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근로기준법에서 정하고 있는 간주근로시간제란 외근과 출장 등 사유로 근로자의 근로시간 계산이 어려운 경우 소정근로시간이나 업무수행에 필요한 시간을 근로한 것으로 인정하는 제도다.
그 밖에 단원들이 집단적으로 사용해야 했던 하계휴가에 대해서도 "시기 지정권을 침해했다"며 연차휴가를 사용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서울고등법원은 지난 8월 13일, 강 모씨 등 서울시립교향악단 단원들이 서울시향을 상대로 청구한 임금(연차수당지급) 청구 소송에서 "단원이 출근하지 않고 개인연습을 하는 날도 출근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판단해 1심과 같이 근로자 측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시향은 운영규정에서 근로기준법에 따라 '직원이 1년간 80% 이상 출근한 때에는 15일 유급휴가를 준다'는 규정을 두고 있었다. 근로자들은 서울시향이 15일의 연차휴가를 인정하지 않고 연차휴가 수당을 지급하지 않았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시향 측은 "공연이나 전체연습에 참석하지 않고 개인연습을 한 날은 근로를 제공한 게 아니다"라며 "따라서 1년간 80% 이상 출근한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연차휴가 수당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맞섰다.
하지만 법원은 1심에 이어 근로자 측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예술분야 근로자는 이미 완성된 기량을 바탕으로 노동을 제공하고 대가를 받는 일반적인 근로자와 다르다"며 "특별한 기능을 유지하다 공연에서 발휘해야하기 때문에, 기량 유지는 근로자 자신 보다 사용자의 이익을 위한 측면이 크다"라고 판단했다.
이어 "근로계약서에 따르면 근무장소도 서울시향이 정하고, 근로시간도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주40시간을 원칙으로 하되 시향이 조정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면서 "공연 특성상 필연적으로 개인연습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므로, 근로시간을 공연과 전체 연습만으로 한정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사측이 개인 연습을 지시·감독했다고도 판단했다. 법원은 △개인연습시설이 별도로 없어서 집이나 다른 장소에서 수시로 개인 연습을 해야 하는 점 △서울시향 측이 전체연습을 통해 악보 연주에 숙달됐는지 확인한 점 △단원들의 예능도와 근무태도를 평가하고 평가를 위한 연습을 지시한 점 △단원이 연주능력과 성적이 부족한 경우 해고 징계를 하게 돼 있는 점 등을 고려해 사실상 개인 연습도 사용자의 지휘·감독 하에 있는 근무시간이라고 판단했다.
시향 측은 단원들이 개인연습을 했다는 증거가 없다고도 주장했지만, 법원은 일축했다. 재판부는 "개인연습 시간은 근로자가 출장이나 그 밖의 사유로 근로시간 전부 또는 일부를 사업장 밖에서 근로해 근로시간을 산정하기 어려운 경우"라며 "간주근로시간제를 적용해 노사가 합의한 소정근로시간을 일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근로기준법에서 정하고 있는 간주근로시간제란 외근과 출장 등 사유로 근로자의 근로시간 계산이 어려운 경우 소정근로시간이나 업무수행에 필요한 시간을 근로한 것으로 인정하는 제도다.
그 밖에 단원들이 집단적으로 사용해야 했던 하계휴가에 대해서도 "시기 지정권을 침해했다"며 연차휴가를 사용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